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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언론 〈자주시보〉 압수수색:
윤석열 퇴진 운동을 흠집내기 위한 마녀사냥

10월 22일 서울경찰청과 경북경찰청 안보수사대가 진보 언론 〈자주시보〉의 김병길 대표와 전현직 기자 3명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보안경찰은 이 언론인들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걸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자주시보〉 기사가 작성돼 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은 〈자주시보〉가 윤석열 퇴진 운동을 밀착 취재하며 그 목소리를 전해 온 것에 대한 탄압 성격이 강하다.

보안경찰은 〈자주시보〉와 청주 평화운동가들의 보안법 사건을 엮으려 하는 듯하다. 청주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북한 측 ‘지령문’에 ‘정세 판단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주시보 기사를 학습하라’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10월 23일 ‘〈자주시보〉 탄압 규탄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김영란 〈자주시보〉 기자는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소위 ‘지령문’에서] 우리와 북한과의 연계를 찾으려는 것 같아요. 그러나 청주 사건 초기에 취재 때문에 연락받기는 했지만, 청주 분들은 저희가 잘 모르는 분들이에요.”

10월 23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자주시보〉 탄압 규탄 기자회견 ⓒ김영익

보안경찰은 자주시보가 북한 보도를 인용해 낸 기사를 이적표현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주시보〉가 지적하듯이 “국내 모든 언론이 북한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내고 있다. 그러면 국내 모든 언론이 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말인가.”

압수수색 대상자들에게는 모두 보안법 7조 찬양·고무 위반 혐의가 제기됐다. 거기에 더해 김영란 기자에게는 8조 회합·통신 혐의도 제기했다.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측이 기고한 글을 〈자주시보〉에 게재해 준 것이 문제가 됐다.

김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취재원이 글을 적어서 보냈는데 기자가 그에게 연락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특히 이 분들은 해외에 살면서도 우리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글을 보내 줬는데 경찰은 이것도 범죄 행위라고 합니다.”

한통련은 재일교포 단체인데, 그동안 한국 정부는 한통련을 반국가단체라고 규정해 왔다. 하지만 한통련을 반국가단체로 본 근거가 된 ‘1977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은 2013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런데도 보안경찰은 한통련과의 접촉을 여전히 ‘친북 이적 행위’라고 모는 것이다.

북한 기사 보도가 왜 문제?

압수수색을 당한 문경환 〈자주시보〉 기자는 압수수색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1명을 압수수색하는 데에 경찰이 20여 명이나 투입됐습니다. 집에 다 들어오지 못해 밖에서 대기해야 할 만큼 많은 경찰이 몰려왔는데, 기자들을 압박하고 동네에서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어떤 기자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가 아파서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투병하는데 [경찰이]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와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김병길 대표는 경북 고령군 자택에 혼자 살며 91세 고령에 거동도 불편하신 분인데, 그 댁에도 경찰이 몰려가 5시간 가까이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경찰은 김 대표의 휴대전화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몰래 비밀번호까지 걸었습니다. 김병길 대표가 전화 통화를 못하게 해서 고립되도록 하려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안경찰은 김병길 대표가 그 신문의 대표로서 보안법상 “편의 제공”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억지를 부린다. 폐간시키는 것도 염두에 두고 탄압하는 듯하다.

〈자주시보〉 압수수색은 노골적인 언론 탄압이자 마녀사냥 시도다. 평소 미국 제국주의와 한국 정부의 친미·친일 행보를 급진적으로 비판해 온 언론을 탄압해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특히, 〈자주시보〉에 대한 탄압은 윤석열 퇴진 운동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자주시보〉는 2년 5개월 넘게 촛불행동의 윤석열 퇴진 운동을 꾸준히 취재해 온 언론이다. 촛불행동은 〈자주시보〉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어 이렇게 밝혔다. “자주시보에 대한 공안 탄압은 촛불에 대한 탄압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 퇴진 운동을 2년 넘게 거리에서 꾸준히 건설해 온 촛불행동을 탄압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국가정보원이 촛불행동 주요 활동가들을 사찰하다가 들켰다. 최근 경찰은 뻔뻔하게도 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했다. 지난달에는 촛불행동 집회에 적극 참가해 온 권말선·한성 부부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고, 이번 달에는 강제 압수한 회원 명부를 이용해 촛불행동을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자주시보〉 탄압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자주시보〉에 북한과의 연계 혐의를 씌워서 이를 윤석열 퇴진 운동을 흠집 내고 촛불행동을 고립시키는 데 이용하려는 듯하다. 퇴진 운동의 저변 확대를 가로막고, 운동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자주시보〉 마녀사냥에 맞서 이 언론인들을 방어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윤석열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을 더한층 강화하며 더 많은 반동적 시도를 감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