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게릴라 전사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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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 카스릴스(사진)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국민회의(ANC) 산하 무장 조직의 창립 멤버의 한 명이고 유대인이다. 카스릴스가 찰리 킴버에게 이스라엘의 공격에 관해 말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권리를 옹호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말한다.
하마스 등의 무장 단체들이 10월 7일 공격에 나선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물이 끓는 냄비 뚜껑을 너무 오래 닫아 두면 넘치는 법입니다.
하마스는 자신이 공격에 나선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하마스는 알아크사 사원에서 벌인 이스라엘의 잔인하고 도발적인 공격, 그리고 그것이 준 모욕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또, 서안지구에서 정착민과 이스라엘군이 벌인 만행도 언급했습니다.
셋째 이유도 있습니다. 미국 제국주의가 아랍 국가들로 하여금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게 하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마스는 그 ‘정상화’를 팔레스타인 대의의 조종을 울리는 일로 여겼을 것입니다.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의 첫 국면, 즉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을 지키고 통제하는 이스라엘군 초소 여러 곳을 습격한 것은 군사적 조직·역량·독창성·규율 면에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서방 언론들은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죠. 인종차별 때문입니다. 저들은 한 줌의 아랍인들이 훌륭한 백인 나리들을 한 수 앞섰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는 겁니다.
정보 면에서도 대단했습니다. 저항 세력은 이스라엘군 지휘관들이 어느 건물 어느 방에 있는지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저항 세력이 아직 억류하고 있는 포로 중에는 이스라엘군 고위 인사들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점에 대해서 저는, 한 명의 학생이자 한때 게릴라 전쟁에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찬사를 보냅니다.
10월 7일 공격의 두 번째 국면, 즉 민간인 살해는 별개의 문제이고 지지받을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포로 확보를 막고 하마스 대원을 살해하라는 “한니발 지침”에 따라 그 민간인의 적어도 일부를 살해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습니다.
민간인들이 당한 일은 비극입니다. 그러나 우리 남아공 사람들은 잘 알지만,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을 억압하고도 냄비가 끓어 넘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억압자들의 구미에 맞게 신사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스라엘로서는 엄청난 굴욕을 당한 겁니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스라엘의 대응은 그야말로 인종 학살입니다. 몇몇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도를 넘으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저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을 수십 년 동안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 정말이지 끔찍하고 한심한 것은 미국이 완전히 냉혹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과 블링컨이 가자지구 남부에서는 북부에서만큼 가혹하게 굴지 말라고 이스라엘에 주문한 것이 갑자기 무슨 대단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이스라엘을 저지하지 않습니다.
저항의 한복판에 있을 때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정확히 내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기 직전인 1992년 저는 비쇼시(市)에서 “홈랜드” 시스케이를 남아공에 재통합하라고 요구*하는 행진을 주도했습니다.
우리는 군대가 시위대에 발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스물여덟 명이 살해됐습니다.
하지만 저항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봐야 비로소 보일 때가 많습니다. 훗날 그 일을 돌아보면서, 끔찍한 손실이 있었지만 결국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위험 부담이 없는 전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15년 전쯤 가자지구를 방문했고, 거기서 하마스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4~5년 전 카타르에서 열린 한 회의에 가서도 그들을 또 만났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남아공에서 어떻게 승리했었는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저는 명확한 정치적 입장을 세우고, 이를 무장 행동으로 보완하고,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유대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마스 사람들은 그 점을 매우 흥미로워했죠. 저는 그들에게, ANC가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울 때 백인들을 지지자와 당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고, 또 적어도 유대인의 일부가 하마스의 저항을 지지하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면 하마스에게 득이 될 거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이는 인종차별적인 이스라엘 국가가 내세우는 신화, 즉 이스라엘 국가가 모든 유대인을 대표한다는 신화를 박살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투쟁과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투쟁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요?
이스라엘은 식민 정착민 국가입니다. 해방 전 남아공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이것이 특수한 유형의 식민 지배라고 규정했습니다.
고전적인 식민 지배와는 다르죠. 왜냐면 식민 지배를 받는 사람들과 정착민이 같은 땅에 살고, 식민지를 지배하는 별도의 본국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아공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핵심적 차이 하나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구실이 서방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윈스턴 처칠, 영국, 1917년 밸푸어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 다음에는 미국이 와서 이스라엘을 이용했죠.
시온주의자들은 매우 교활합니다. 제국주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요. 시온주의의 창시자 테오도어 헤르츨은 이스라엘이 “아시아에 대항하는 유럽의 장벽의 일부여야 하고, 야만주의에 대항하는 문명의 전초기지 구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석유·가스 개발과 수에즈 운하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이스라엘은 남아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제국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을 훨씬 굳건히 지지할 것입니다.
남아공에 관해 서방이 우려했던 것은 강력한 공산당과 단결된 노동운동이 존재하고, ANC가 매우 급진화하고 옛 소련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파르트헤이트가 사라지는 것은 소련과의 경쟁에 큰 타격을 줄 터였습니다. 옛 소련이 붕괴하자 그 위험은 사라졌죠. 서방 전체와 남아공 국내 대기업들은 정치 권력을 ANC에게 넘길 태세가 돼 있었습니다.
다른 중요한 차이는, 남아공에는 흑인이 압도 다수였고 매우 강력한 흑인 노동계급이 대규모로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경우와는 다르죠.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지배자들은 흑인 노동자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흑인을 완전히 인종 청소하거나 추방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요?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는 무의미한 얘기를 늘어놓고 싶진 않습니다. 정의가 유혈과 탄압으로 패배한 사례는 너무 많죠.
하지만 미국이 이전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여전히 끔찍한 고통을 낳고 공동처벌(연대책임 지우기)과 도살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이스라엘이 온갖 만행에도 불구하고 저항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가자지구 사람들은 폐허에서 굶주리며 살아가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항이 석 달을 버틴다면 여러 모순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타냐후 정부는 쉽게 붕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타냐후 정부는 내부 이견과, 그때까지 꼬인 온갖 일들, 포로 가족들의 압박 때문에 붕괴할 겁니다. 또 미국 대통령 바이든과 영국 총리 수낙이 직면한 문제들과 저항의 규모도 봐야 합니다.
우리는 아랍 정권들, 이제껏 팔레스타인인들을 저버렸고 앞으로도 그럴 이 부패한 자들이 끓어오르는 아랍 대중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압니다. 이미 어느 아랍 국가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금 저지르는 일에 연루되는 부담을 감수할 수 없게 됐고, 그래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는 아브라함 협정은 파탄 나게 됐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저항이 오래 버틸수록 이 모든 것이 더 심화될 공산도 커집니다.
장기적으로 벌어질 일도 봐야 합니다. 남아공에서 우리는 투쟁의 네 기둥이 있다고 했었습니다. 대중 저항, 국제적 압박, 무장 투쟁, 지하 활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현재 세계적 연대 운동의 정서가 있습니다. 저는 이 운동이 이스라엘의 부도덕함으로 말미암아 유례없는 수준으로 분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 행진하고 있지만 동시에 나머지 세계를 주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간계급 사람들은 각자 자기 소유 TV로, 가난한 사람들은 술집에 모여서 세계를 주시합니다.
이들은 미국 뉴욕 그랜드센트럴역에서 시위를 벌인 유대인들과, 런던에 모인 50만 또는 100만 명을 보고 ─ 런던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죠 ─ 놀라고 고무받았습니다. 우리는 잔혹한 서방 정부들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모두가 팔레스타인에 관해 읽고 공부하고 있어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아랍의 대중들, 서방에 대한 압박, BDS[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투자철회·제재를 촉구하는 국제 운동] 같은 운동들 ─ 이것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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