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가족을 두고 있는 재한 팔레스타인인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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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운동이 팔레스타인인의 눈과 귀와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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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 가자지구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팔레스타인인이 와서 연설했다. 그는 현재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전하면서도 “올리브 나무와 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끈질긴 저항 의지를 말했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 줄 것을 감동적으로 호소했다. 그의 발언 전문을 소개한다.
흔들림 없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분에게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이 운동을 통해 팔레스타인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눈과 귀와 목소리가 되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우리가 목도한 것은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굶주리고 봉쇄되며 폭탄을 맞고 죽임을 당하는 모습만이 아닙니다. 구조받을 수 있다는 희망조차 없이 밤마다 그들이 내뱉는 비명까지도 죽임을 당했습니다.
매일 아침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난 두 달만이 아닙니다. 15년간 이어진 불법적 봉쇄에도 그랬고, 75년간 이어진 점령에도 그랬습니다.
100년간 이어진 인종 학살과 정착자 식민주의에도 국제사회는 침묵했습니다.
가자에 있는 나의 가족은 몇 번이나 이곳저곳을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가자에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유엔 건물도 위험합니다. 지난 며칠 동안 유엔 직원들조차 100여 명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당했습니다.
가자에는 200만 명 넘는 사람이 물도, 음식도, 연료도, 약도, 의료 기구도 없이 살아갑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성들은 생리대가 없어서 생리를 멈추려고 피임약을 먹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원주민 여성의 신체를 공격하는 행위는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의 본성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의료 노동자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조건에서 24시간마다 교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지 상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취도 하지 못하고 수술하고, 전기도 물도 없는 상황에서 수술하고 있습니다. 의사라면 누구도 이런 상황에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가자지구가 악랄하게 봉쇄당한 지 17년도 더 됐고 숨이 턱 막히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은, 세계에서 결정권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가자 사람들과 연대하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가자 사람들의 목숨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숨도 소중합니다.
연대와 희망
오늘 이 자리에 온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은 팔레스타인의 어린이, 여성, 가자와 서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억눌려 왔고, 또 그들은 점령과 학살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오늘은 연대의 날이자 희망의 날입니다. 지금 여기 서울과 부산, 자카르타, 워싱턴DC, 파리, 케이프타운,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 세계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사랑과 지지를 표명하면서 시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령당한 모든 사람과 연대할 것입니다. 억압당하는 모든 사람, 착취당하는 모든 사람과 연대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1만 6000명이 죽었고, 1만 2000명의 아이와 여성이 죽었습니다.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용맹한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한 땅입니다. 그 땅에서 생존자와 투사들은 자신들이 그 땅에 속하고, 그 땅 위에서 삶을 일궈나갈 가치가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이 심은 올리브나무와 같습니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부정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조용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모든 협상을 거부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 학살을 겪음에도 삶을 가르치고 생명을 창조해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혁명적 사랑, 서로에 대한 사랑, 고향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그러고 있습니다. 그 사랑은 식민주의자들이 우리에게서 결코 빼앗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한 가지 말씀을 더 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70여 년 전 나크바로 수십만 명이 집에서 쫓겨나 가자에 정착해야 했습니다. 70여 년이 지나 이제 가자에서도 나가 딴 곳으로 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레바논과 요르단, 중동 전역의 난민촌에도 수십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증조부모 때 살던 곳에서 쫓겨나 난민촌에서 살아가는 수백만 명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습니다. 난민촌은 절망의 장소, 달리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내몰린 곳입니다.
하지만 난민촌은 또한 의지와 결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서안과 가자, 난민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오늘 이렇게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듭시다.
그리고 이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분명하게 말해 줍시다: 전쟁 범죄를 절대 용납하지 마라.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의약품을 거부하는 일은 가자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용납하지 마라. 당신들이 국제법과 인권이 있다고 여긴다면 이스라엘 군대가 저지르고 있는 가자에서의 만행을 비난하고 행동을 취하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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