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팔레스타인 연대 12차 집회·행진:
행진하면서 거리의 지지 분위기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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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토요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열렸다.
일주일 만에 다시 수백 명이 모였다. 팔레스타인인·이집트인 등 아랍인과 한국인을 포함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학생과 청년들, 노동자, 부모와 어린아이들 등 구성이 다양했다. 아랍어와 영어 통역도 제공됐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상징 깃발을 흔들거나 몸에 두르고,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팔레스타인 저항을 상징하는 스카프인 쿠피예를 두르는 등 온몸으로 연대를 표현했다.
이번 집회·행진은 지난주에 교전이 재개된 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로 더욱 맹렬하게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열렸다. 가자지구 사망자도 1만 7000명이 넘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어제(8일) 유엔의 휴전 촉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스라엘을 비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표했다.
가자지구에 가족이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가자지구의 상황을 전하며 연대를 강력하게 호소했다.
“가자에 있는 제 가족은 몇 번이나 이곳저곳을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가자에서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 가자에는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도, 음식도, 연료도, 약도, 의료 기구도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생리대가 없어서 생리를 멈추려고 피임약을 먹습니다.
“우리는 올리브 나무와 같습니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조용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협상을 모두 거부할 것입니다.
“오늘은 연대의 날이자 희망의 날입니다. 지금 여기 서울, 부산, 자카르타, 워싱턴DC, 파리, 케이프타운,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 세계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사랑과 지지를 표명하면서 시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군대가 저지르고 있는 가자에서의 만행을 비난하고 행동에 나서 주십시오.”
대학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 양선경 씨는 이스라엘의 만행이 “인종차별”이라고 말했다.
“저는 인종차별이 이렇게 끔찍한 말이라는 걸 매일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식민지 조선인이 일본에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배웁니다. 강제징용 노동자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셨는지 들으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반면에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일본과 손잡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외면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끔찍한 인종 학살 국가 이스라엘 편에서 하마스를 규탄합니다.
“한국인들은 식민지 억압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 줍시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속옷 차림으로 눈을 가린 채 무릎 꿇린 모습의 사진과 영상이 폭로돼 더한층 공분이 일고 있다.
발언에 나선 모로코계 이탈리아인 유학생 하자르 씨는 이를 언급하며 이스라엘의 인권 유린을 규탄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그들을 모두 위험 인물로 취급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무너진 건물에서 수많은 시신을 꺼내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어린이들의 참가가 많았다. 이 중 이집트 어린이 두 명이 발언했다.
이집트인 어린이 무함마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기운을 북돋았다. 또다른 어린이 발언자 후르는 “저처럼 이루고 싶은 꿈과 야망을 가진 어린이들이 무슨 죄로 학살당하고 평생 눈과 다리를 잃고 살아야 합니까?” 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참가한 아랍인들도 함께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오늘 행진은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을 거쳐 인사동길을 통과해 종로를 거쳐 다시 집회장으로 돌아왔다. 유난히 따뜻한 날씨에 서울 도심 거리로 나들이 나온 사람이 많았다.
오늘 행진은 ‘촛불 풍물패’가 선두에서 풍물을 치며 더욱 흥을 돋웠다. 그 뒤로 팔레스타인 상징 깃발이 힘차게 휘날리고, 대열이 뒤따랐다. 이집트인들은 대열 선두에서 구호에 맞춰 북을 두드렸다. 대열 앞에는 어린이들과 무슬림 여성들이 있었다.
광화문과 인사동의 많은 행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행진을 지켜봤다. 대열을 유심히 보거나 함께 구호를 외치고 시위 대열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는 사람도 많았다. 거리뿐 아니라 건물 안의 사람들도 창가로 나와 행진 대열을 바라보며 관심을 보였다.
어떤 무슬림 행인은 시위대에 손가락 하트를 연신 보내기도 했고,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들이 아이와 맞잡은 손을 들어 보이거나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보이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거리의 인파 속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더욱 크게 구호를 외치고 팻말을 높이 들고 팔레스타인 상징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날 때에는 “미국도 공범이다” 등 미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고,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을 지날 때는 야유의 함성을 보냈다.
12월 16일 오후 2시 서울에서, 17일 오후 2시 30분 부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 집회·행진이 열린다. 주최 측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더 확대되도록 다음 주에 더 많은 친구, 가족과 함께 와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