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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취약성을 드러낸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에 대한 서방의 지지는 서방의 우월성을 보여 주기는커녕 서방의 쇠퇴하는 힘과 도덕적 권위 상실을 보여 준다고 토마시 텡글리-에번스는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은 세계 정치의 전환점이었다. 그날 이후 1년간 이어진 학살과 저항은 이스라엘을 고립시켰고, 서방의 위선을 폭로했으며, 팔레스타인 연대 대중 운동을 자극했다.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지난해 10월 7일 아침 가자지구를 감옥으로 만든 장벽을 돌파했다. 그들은 시온주의 정착자들이 75년 전 1948년 나크바(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진 기습적 인종 청소) 때 훔쳐간 땅을 잠시나마 되찾았다.

그 전까지 강력해 보였던 이스라엘 국가는 전 세계인의 눈 앞에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악명 높은 군대와 정보기관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고 대처도 굼떴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 지도자들에게 특히나 끔찍한 충격이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짐승”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러나 10월 7일의 공격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지도자들보다 한 수 앞섰음을 보여 줬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은 이스라엘 지배계급 전체에 충격을 줬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미국과 영국의 지지 속에서, 서방이 지원해 준 모든 살상 무기를 꺼내 거세게 보복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 전쟁을 개시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만 최소 4만 1000명을 살해하고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스라엘은 수도, 전기, 연료 공급을 끊고 학교와 병원을 폭격했다. 그들은 구호 물자 반입을 막고 반입을 허용한 턱없이 모자란 물자라도 받으려고 온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다. 그럼에도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저항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없었다.

투사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방대한 대중적 네트워크는 잔해 속에서 엄청난 용기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버텨 냈다.

수차례의 융단 폭격에도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시 터널에서 나와 ‘무적’이라는 이스라엘군의 장갑차와 병력을 타격한다.

“학살자 조!” 10월 7일 공격을 계기로 중동에 불길이 번지면서 미국은 삼중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출처 Diane Krauthamer (플리커)

10월 7일 공격은 이스라엘에서만 위기를 낳은 것이 아니다. 전쟁 전에도 미국 제국주의는 중국의 도전으로 애를 먹고 있었고, 우크라이나 대리전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10월 7일 공격을 계기로 중동에 불길이 번지면서 미국은 삼중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수십 년간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를 ‘정상화’시켜 팔레스타인인을 고립시키려 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조약을 맺기를 원했다. 이런 미국의 희망은 산산조각 났고,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1년간의 전쟁은 또한 미국의 세계 패권이 쇠퇴했음을 확인시켜 줬고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사이의 긴장을 낳았다. 바이든은 모순에 빠졌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서방의 핵심 동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너무 커져서 중동 전역의 저항을 촉발해 2011년 아랍의 봄을 재현할까 봐 두려워한다. 지금까지 바이든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를 다잡을 의사가 없거나, 드물게 의사가 있는 경우에도 그럴 능력이 없었다.

오히려 네타냐후는 학살을 레바논으로 확대해 서방이 “테러에 맞서” 자신을 지지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서 바이든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은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와 대비된다. 당시 미국 대통령 로날드 레이건은 처음에는 이스라엘의 침공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의 서부에서 폭격의 강도를 높이자, 레이건은 그 공격이 중동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건은 이스라엘 총리 메나헴 베긴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의 폭격을 “홀로코스트”에 빗대며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몇 시간 만에 폭격을 중단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가 보여 주는 바는 미국의 취약성 때문에 이스라엘과 이란 같은 제국주의 지역 강국들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킬 여지가 더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는 치열해지는 제국주의 국가 간 경쟁이 더 파괴적이고 광범위한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서방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로 정당성의 위기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제국주의는 “인도적 개입”이라는 미명하에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를 파괴했다.

동시에 미국은 이스라엘을 ‘문명화된 사회’이자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로 추켜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서방의 “인도적 개입” 운운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에 넘어간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매일같이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는 충격이었다. 서방의 으뜸가는 동맹국이 전쟁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광경도 그들의 ‘세계관’ 전체를 산산조각 내는 데 일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대개 서방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해 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인종 학살 혐의로 제소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재판부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자행한 공격의 인종 학살 성격이 너무나 명백하고 그에 반대하는 국제 연대 운동이 있었기에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볼 “합당한 근거가 있다”고 인정했다.

서방의 위선 또한 폭로됐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병원을 폭격한 것은 전쟁 범죄로 일컫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병원을 폭격한 것은 “자위권 행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 바이든은 “학살자 조”로 영영 기억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이스라엘에게 가자의 수도와 전기를 끊을 “권리”가 있다는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의 망언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영국이 세계 팔레스타인 시위의 중심지가 된 것이 놀랍지 않다. 극심한 탄압과 정부와 언론의 비방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거리에서 계속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스라엘의 학살자들을 막고, 아랍의 독재 정권들을 무너뜨리고, 서방에 있는 그들의 후원자들을 패배시키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