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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인종 학살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무릎 꿇지 않는다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 피살 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가자 휴전 협상이 재개됐다. 이스라엘 정보국장과 미국 중앙정보국장이 카타르 총리를 만났다.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도 가자지구에서 이틀간의 휴전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마치 전쟁의 책임이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에 있다는 듯이 굴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부야말로 휴전에 동의할 생각이 없다.

그렇기는커녕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을 격화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 거주지 폭격, 민간인 살해, 학교와 병원 파괴, 봉쇄와 구호품 반입 차단을 통해 굶겨 죽이기, 대량 체포와 처형을 자행하고 있다. 가자지구를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게 이스라엘의 전략이다.

가자지구 북부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 환자와 병원 직원을 나체로 끌고 가는 이스라엘군

역사적으로 저항하는 피억압 민족을 지배했던 식민 통치자들이 그랬듯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 속에 또 다른 야흐야 신와르가 있을까 봐 노심초사한다. 이스라엘 자신이 그 어떤 성공도 일시적임을 잘 알기에 학살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2023년 10월 7일 이전보다 더 안전해지기는커녕 도처에 위협이 있다.

야흐야 신와르는 다른 하마스 전사들처럼 이스라엘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우다 장렬하게 죽었다. 신와르는 단지 지하 터널에 숨어 있지도, 이스라엘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지도, 심지어 해외로 도망치지도 않았다.

야흐야 신와르는 이스라엘군의 탱크와 미사일 포격으로 오른팔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마지막 순간에 이스라엘군의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졌다. 그 뒤 이스라엘군의 저격수가 신와르를 사살했다. 신와르는 숨을 거둘 때까지 이스라엘군에 맞섰던 것이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항쟁) 때 이스라엘군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진 소년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이 됐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지금도 팔레스타인인들은 굴복하지 않고 계속 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전쟁 범죄가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아랍 세계와 그 너머에서까지 새로운 세대의 저항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이스라엘의 유일한 해결책은 팔레스타인인의 말살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장군의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이 계획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있는 장소를 “정밀”하게 찍어 공격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10월 27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서 최소 5채의 주택을 표적 공격했다. 또, 피란민이 몰려 있는 유엔 학교를 표적 공격해 최소 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 계획을 주도하는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 전 위원장 지오라 에일란드는 이렇게 말했다. “포위 공격은 적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정당하고 타당한 조처다.” 무고한 팔레스타인인이란 것은 없고, 팔레스타인인은 모두 군사적 목표물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10월 들어 3주 동안 가자지구 북부에서 벌인 군사 작전으로 1000여 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였다.

또, 이스라엘은 10월 1일부터 지금까지 가자지구 북부를 봉쇄하고 포위해 구호품(물, 식량, 의약품, 연료) 반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10월 28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가 이스라엘 영토와 점령지 팔레스타인(서안과 가자)에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실행되면, 팔레스타인 난민 300만 명에게 교육·의료 서비스와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이 기구의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게 만들어 가자 남부로 대거 쫓아내려고 이토록 잔인한 포위 공격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0월 21일 베이트 라히야 난민 보호소에 들이닥쳐 총구를 들이대고 남자들을 가족에게서 떼어놓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이스라엘군은 여성·아이·노인들에게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년 넘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키려고 갖은 악랄한 짓을 다했다. 어떻게든 팔레스타인인들을 체념하게 만들고 이간질시켜 무릎을 꿇리려 했다.

이스라엘의 현재 광분은 그런 극악무도한 만행의 연장선이다.

레바논인들을 분열시키려고 마을을 폭격하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레바논 민간인들에게도 똑같은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은 현재 진전이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날마다 레바논 아파트와 마을을 폭격하고 있다. 벌써 150만 명이 레바논 안팎으로 피란을 떠났다.

이스라엘은 한 나라 전체를 위협 세력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가자 전쟁의 실패를 답습한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은신해 있다며 병원들을 공격했다. 이번에는 레바논의 한 병원에 헤즈볼라의 자금이 숨겨져 있다며 폭격을 위협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연계 금융 기관인 알카르드 알하산 시설 30곳가량을 폭격했다. 알카르드 알하산은 “자애로운 대출”이라는 뜻으로 레바논 금융 시스템 밖에 운영되는 비영리 자선 기관이다. 이스라엘은 가난한 레바논 사람들의 돈줄을 날려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마을 폭격이 노리는 목표는 공포를 조장하고 레바논인들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2006년 레바논 전쟁 때 기독교인, 수니파 무슬림, 시아파 무슬림 등 상이한 종교 공동체 간의 단결이 이스라엘군을 패퇴시키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기독교 마을은 남부에서 피란 온 시아파 무슬림들을 환영하고 거처를 마련해 줬다.

지금 이스라엘은 피란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면 공동 처벌(연대책임)을 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마을들을 선제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전쟁 확대는 이스라엘의 해결책이 될 것인가? 바이든은 야흐야 신와르 피살을 축하하며 가자 전쟁의 종전 계기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0월 21일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또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지난해 가자 전쟁 발발 후 11번째 방문이었다.

블링컨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갈등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링컨이 23일 떠나자마자 이스라엘은 개전 이래 레바논에 가장 광범한 대피령을 발령하고 남부 도시 티레를 공습했다.

블링컨은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에워싼 가자 북부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에 대한 포위 공격을 강화했다.

미국이 한 손으로는 휴전을 “압박”하지만 다른 손으로는 사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해 주는데, 이스라엘이 왜 전쟁을 멈추겠는가.

이스라엘은 레바논 접경지대 북쪽에 있는 폭 5킬로미터의 통로를 완전히 파괴해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만들어 “중립 지대”를 조성하려 한다. 그 때문에 주택과 기반 시설이 체계적으로 파괴됐고, 반복되는 공습으로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시온주의자들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위협이 더욱 고조되기를 기대하면서 가자와 레바논 남부에 새 정착촌을 건설하는 꿈이다.

이스라엘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10월 27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했다. “[가자지구에 민간인과] 군대가 장기 주둔하지 않는다면 … 안보가 있을 수 없고 이스라엘 국가와 국민도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미국 대선 결과가 이스라엘의 계획들에 다소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네타냐후 정부는 새로운 미국 정부와 대화하고 조율할 때까지 마구잡이로 폭격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한 해 동안 가자·서안지구와 레바논을 공격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예속되는 삶을 거부하며 저항하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완전한 승리”는 달성될 수 없는 목표다. 팔레스타인인들과 그들에 대한 글로벌 연대 운동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