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포럼:
대학교에서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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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교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대학생들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운동을 어떻게 건설할지 토론하며 결의를 다지는 포럼이 열렸다.
11월 23일 서울 을지로에서 열린 포럼 ‘한국의 대학생들이 말한다: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건설하기’는 고려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야’,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 연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프로젝트 모임 ‘얄라 연세’, 한양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자이투나’,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공동 주최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대학생들의 노력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이 포럼을 후원했다.
포럼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전문 통역사의 한-영 통역 덕분에 이들은 열띤 토론을 할 수 있었다.
사회자인 ‘수박’의 공동 의장 이시헌 씨가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포럼은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글로벌 운동의 일부임을 보여 주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첫 순서로 세계 각지의 대학생들이 보낸 연대 영상 편지가 상영됐다.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미국인, 유대계 영국인을 비롯해 스웨덴, 스위스, 알제리,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말레이시아의 학생 활동가들이 응원과 연대의 인사를 보내 왔다.
첫 발제는 ‘수박’의 공동 의장이자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인 주마나 씨가 했다.
주마나 씨는 역사 속 거대한 운동에서 대학생들이 중요한 구실을 해 왔음을 강조했다.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운동,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등이 그런 사례다.
또, 주마나 씨는 서울대학교가 이스라엘교육센터를 설립하는 등 이스라엘과의 교류 협력을 늘리려는 것에 맞서는 활동을 소개하며, 학술 보이콧을 포함한 BDS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고려대 ‘쿠피야’ 집행부원 라니 씨는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에 속한 자신의 가족사를 진솔하게 들려주어 감동을 줬다. 또, 팔레스타인인이자 히잡을 쓰는 무슬림 여성으로서 편견과 차별에 당당히 맞서게 된 이야기를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우리 가족의 여성들은 모두 히잡을 썼습니다. 그리고 저는 히잡을 쓰는 것이 전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제가 어릴 때 접한 시위들은 남성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운동에 참가하면서 무슬림 여성도 리더로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우리 집회에서 여성들이 첫 발언을 하고, 행진에서 향도를 하고, 마무리 발언까지 하는 것이 굉장히 상징적이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발제자로 서울시립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해 온 양선경 씨가 연단에 올랐다.
양선경 씨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분명히 지지했던 것이 운동 초기 국면에서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양선경 씨는 “이슬람주의는 다 보수적이라는 편견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하고, 하마스나 헤즈볼라는 반동적인 ISIS와 달리 제국주의에 맞서는 민족 해방 운동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운동을 키우려면 정치적 차이를 앞세우기보다 “인종 학살 반대, 팔레스타인 연대라는 공통점에 기초해 개방적으로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중 토론은 발언 신청자가 넘쳐나서 매우 밀도 있게 진행됐다.
서울시립대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는 학내 활동 경험을 얘기했다.
“학교에서 만난 열정적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저도 열정적이게 됐습니다. 외향적이지 않은 분들도 주저하지 마세요. 외향적인 친구들과 팀을 이룬다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나리만 씨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운동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는 앞으로도 어떤 인도적 위기나 또 다른 불의가 벌어질 때 그에 맞서 연대할 새로운 운동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려대 ‘쿠피야’ 집행부원 오수진 씨는 학내에서 “성소수자 쟁점으로 하마스와 선을 긋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과 논쟁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런 주장에는 이슬람을 특별히 보수적인 종교로 여기고 전 세계 모든 무슬림을 보수적이라고 싸잡어서 보는 관점이 깔려 있습니다. 이것은 이슬람 혐오적인 관점입니다.
“우리는 하마스가 이슬람주의 정당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용감한 저항을 평가 절하하거나 그에 대해 침묵해선 안 됩니다.”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크리스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교직원으로서 학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동참해 왔다.
“우리는 학내에서 많은 강연회를 열었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식이 바뀌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뱅크시와 팔레스타인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었는데 참가자가 늘었습니다. 하마스의 저항을 지지하는 얘기도 호응이 좋았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그런 반응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최근 한양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를 만든 알제리인 유학생 두니아 씨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데서 알제리 독립 투사 출신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을 얘기했다. 두니아 씨는 “무슬림을 반기지 않는 나라에서 히잡을 착용하는 여성으로서” 차별과 혐오를 겪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 집회에 참가하고 동아리까지 결성한 경험을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서울대 ‘수박’에서 활동하는 우즈베키스탄인 유학생 도노 씨는 우즈베키스탄이 “소련 연방의 일부분이었고 오랫동안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싸워 왔다”며 팔레스타인인들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수박’의 SNS 홍보 담당자로서 기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누구나 작은 행동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인 활동가 앤서니 씨는 영국 활동가들의 무기 공장 봉쇄 사례를 공유하며, 한국에서도 무기 기업을 겨냥한 항의 행동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앤서니 씨가 발언을 마치자 너댓 명이 발언하려고 손을 더 들었지만, 대관 시간 문제로 청중 토론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발제자들은 정리 발언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무슬림이 성소수자에 적대적이라는 내러티브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운동을 사보타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인 중에는 무슬림, 그리스도인, 유대교인도 있습니다. 당연히 성소수자도 있고요. 그런데 단지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무슬림이 동성애를 혐오한다는 쟁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엉뚱한 쪽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주마나)
“시온주의자들은 우리가 희망을 잃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희망을 잃지 않는 것도 우리의 의무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끈끈한 유대 덕분입니다. 슬프고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함께 맞서 싸우며 맺어진 유대는 정말로 강합니다.”(라니)
“여기 있는 우리 모두의 존재는 이스라엘의 실패를 증명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실제로 살해하고 그 기억을 지우려고 애썼지만, 팔레스타인은 전 세계에서 이렇게 연대 운동으로 살아나고 있습니다.”(양선경)
포럼에서의 열띤 토론은 학생 활동가들이 지난 한 해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운동의 조직자이자 리더로 성장했음을 보여 줬다. 또한 팔레스타인 문제가 국적·종교·인종을 뛰어넘는 국제적 연대를 촉발하고 새 세대의 급진화를 낳았음을 보여 줬다.
뜨거운 토론으로 한껏 고무된 참가자들은 12월 8일 집중 행동의 날에 최대한 모이자고 결의했다. 또 이를 위해 11월 29일에 대학생 홍보전을 하기로 했다(이 날은 1947년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안이 통과된 날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Free Paletstine!”을 힘차게 외치면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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