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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광주는 달랐다
윤석열 퇴진 집회가 극우를 갑절로 눌러

이 글은 본지가 실시간 보도한 2월 15일 광주 금남로 집회 소식을 대폭 축약하고 편집한 것이다.

2월 15일 토요일 광주 금남로에서는 격노한 윤석열 퇴진 시위대가 극우를 규모와 기세로 눌렀다. 극우 시위대는 5000여 명이 참가한 반면, 윤석열 퇴진 시위대는 1만 명이 넘게 모였다. 광주에서 위세를 떨쳐 자신감을 얻으려던 극우의 시도에 타격을 입혔다.

극우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전국 동원을 해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하자,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은 그보다 갑절로 큰 맞불 집회를 벌였다.

윤석열 탄핵 찬성자들이 규모와 기세로 극우를 눌렀다 ⓒ이현주

양측은 각각 금남로 1~2가(광주비상행동)와 3가(세이브코리아)에서 맞대어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겠다며 둘 사이를 차벽과 울타리로 가로막고 극우 집회를 보장해 줬다. 그 안에서 우익들은 “탄핵 반대가 민주 수호”라고 악을 쓰며, 가당찮게도 자신들이 “광주 정신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떠들어댔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조배숙과 광주시당·전남도당 위원장들도 이 집회에 참석했다.

광주비상행동은 15일 아침 긴급 성명을 발표해 경찰이 극우에 협조한 것을 문제 삼았지만, 아쉽게도 경찰을 분명히 비판하는 것은 삼갔다.

경찰 울타리 너머에서 광주 시민들은 극우를 노려보며 울분을 토로했다. “육시럴 것들,” “저 사람 같지도 않은 새끼들이….” 청소년들은 “5.18처럼 [항쟁]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수근댔다.

정면대결 두 개의 집회 무대가 금남로를 반분하고 서 있다 ⓒ김준효

광주 곳곳에서 시민들이 극우에 격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는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발 달린 짐승이 여기가 어디라고, 뭣이 이렇게 왔냐!”고 거세게 질타했다.

시민들은 집회 시작 한참 전부터 금남로와 5.18민주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금남로에 들어오며 “[극우와] 한 판 붙어 보자!” 하고 함성을 지르는 사람, 윤석열 파면 손팻말을 휘둘러 얼씬대는 극우를 쫓아내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두 명은, 극우가 “여기까지 와서 [계엄군의] 총탄이 박힌 건물을 보며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게 너무 잔인하다”고 본지 기자에게 토로했다.

비상행동 중앙은 광주에서 극우와 맞대결하기를 회피했지만, SNS에서는 광주로 집결하자는 자생적 호소가 적잖았다.

여수·진도·목포 등 전라도 곳곳과, 서울·수원·원주·대구·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도 광주를 극우 도발에 홀로 두지 말자고 모여들었다. 뜻 맞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관광버스를 대절해 광주로 오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광주 출신 김창숙 씨는 본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광주 사람들이 화가 정말 많이 났어요. 계엄군이 총칼을 휘둘렀던 여기서 계엄 동조 세력이 집회를 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저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줘야 [합니다].”

윤석열 퇴진 집회 사전행사가 시작된 오후 3시 30분경 대열은 금남로를 메우고 옛 도청 앞 광장으로 점점 불어나, 극우 집회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사람들은 금남로를 가득 채운 후 5.18민주광장까지 채워 나갔다 ⓒ김준효

참가자들은 분노로 부글부글 끓었다.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내란세력 청산하자” 하는 구호를 외칠 때 분노에 북받쳐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자유 발언자로 무대에 올라온 시민들은 분노를 여과 없이 쏟아냈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한 노동자는 분노로 숨을 몰아쉬며 포효하듯 발언했다.

“저들의 발악과 횡포가 심해지더니, 이제는 기어이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까지 닿았습니다.

“이곳 광주가 왜 우리 민주주의의 심장인지, 무엇이 진짜 민주주의인지를 우리가 함께 똑똑히 보여 줍시다!”

연대 버스를 타고 광주로 달려왔다는 한 시민은 이렇게 절규했다.

“45년 전 5월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뻔히 알면서, 그 가해자들의 직계 후손이 누구인지 뻔히 알면서, 또 한 번 민주주의를 지워 버리려 한 것이 누구인지 뻔히 알면서, 다시금 ‘입법 독재’니 뭐니 가당찮은 헛소리를 핑계 삼아 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는 [자들], 그리고 자존심과 양심도 모조리 잊고 그들을 지키겠다고 이곳에 모이려는 이들에게 분노가 치밉니다!”

“광주가 지켜온 민주주의에 내란 선동의 자유는 없습니다“ 계엄군의 총탄이 박힌 전일빌딩에 드리워진 대형 현수막 ⓒ제공 김창숙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연단에 올라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신성한 민주 성지 광주 금남로에 더러운 발을 딛고 서 있느냐! 썩 물러가라!” 하고 극우에게 호통을 쳤다.

민주당·진보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정의당·국민주권당 등 각 정당 인사들도 연단에 올라 발언했다.

극우 한국사 강사 전한길에 ‘맞불’을 놓으러 온 역사바로잡기연구소 황현필 소장은 30분 가까운 맹렬한 발언으로 극우의 준동을 규탄했다.

“여러분 뒤에 보이는 저 도청에서 [1980년] 5월 27일에 윤상원 열사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피가 뿌려진 이 금남로에!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학살을 동조하는 자들이 집회를 한다니! 홀로코스트가 행해진 곳에서 나치 추종자들이 집회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장 크게 잘못한 것 중 하나가 전두환 이 새끼를 1년 만에 풀어준 겁니다. 그래서 윤석열 일당이 겁대가리 없이 비상계엄을 한 거예요. 이 새끼가 대통령 자리에 있는 한 우리는 살 수가 없어요.

“만약에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 같다고 해도, 윤석열 추종 일당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독재 추종 세력, 학살 세력이 더는 이 땅에서 큰소리치지 못하게 …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호응의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윤석열 퇴진 집회가 기세를 한창 올리는 사이 극우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무렵 극우는 조용히 무대를 철거했다.

사회자는 극우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끔 시위를 이어가자고 호소하며 7시경 집회를 마무리했다.

광주에서 극우의 기세를 맞불 집회로 누른 소식은, 같은 날 집회가 열린 서울 등 전국 곳곳으로 퍼져서 많은 사람들을 고무했다. 같은 시각 서울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맞대응하던 학생들도 광주 소식에 힘을 얻었다.(관련 기사 3면)

이를 발판 삼아 윤석열 탄핵과 쿠데타 가담 세력의 철저한 처벌 투쟁과 함께 극우와의 대결을 더 대담하게, 더 조직적으로 벌여야 한다.

현재 극우의 준동은 윤석열의 선동과 국힘의 지원 속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 가고 있다.

극우가 중요한 결집점으로 삼는 행동(예컨대 3월 1일 광화문)에 강력한 맞불 행동으로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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