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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한미정상회담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반미자주파의 모순

한미·한일 정상회담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의제들에 대한 한국의 지원 약속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회담 평가를 두고 좌파들이 정치적 혼란을 보이고 있다. 좌파 진영은 대체로 이재명 정부와 대통령 비판을 삼가는 분위기다.

정의당은 두 회담 모두에 대해 아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8월 하순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이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는데도 말이다. 정의당은 제국주의와 극우라는 현재의 상호연관된 두 핵심 쟁점에서 존재감이 없다.

반미자주파 경향은 반미·반트럼프 연대체인 ‘트럼프의 경제·일자리·먹거리·안보 위협 저지 공동행동(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에게 ‘빛의 혁명을 이끌어 낸 국민을 믿고 자주 외교를 하라’고 요구해 왔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8월 25일 저녁 주한 미대사관 부근에서 트럼프 규탄 집회를 열었는데,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이었다.

민주노총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주권을 발휘해 일자리 등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요구한 것을 저버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한 좌파 단체나 매체는 별로 없다.

진보당은 당 기구 세 곳이 색조가 조금씩 다른 논평들을 냈다. 진보당 대변인 공식 논평은 “일희일비 하지 말자”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갔다. 반면,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회와 정혜경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진보당 지지자들 내에서도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한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정면 비판했던 촛불행동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주권 침해 언동만 규탄했다. (촛불행동 집회에서는 이재명의 외교 노선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민중전선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의제들을 능동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는데도 비판을 꺼리는 것은 좌파 측의 민중전선 전략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 듯하다.

진보당은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식 협약을 맺고 함께했다. 그 덕에 지금 국회의원이 4명이나 되고, 윤석열 탄핵·정권 교체 등에서 성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촛불행동이 반윤석열 거리 운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훌륭한 미덕이지만, 촛불행동의 전략도 광장과 국회라는 ‘투 트랙’으로 ‘헌정 질서’ 내 정권 교체와 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도 민주당 개혁파와의 체계적 협력 노선을 추구한다.

이처럼 민중전선 전략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반미자주파들의 비판을 무디게 만든 듯하다.

물론 반미자주파도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로 나아가는 이재명 외교 노선에 불만이 많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한국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가령,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가난하고 사나운 이웃”으로 묘사하며 한미일 3국의 압박과 관리(대북 제재 유지와 비핵화 등)가 필요하다고 한 것에 불만이 크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 제국주의를 편들면서, ‘동족’을 깔보고 그 압박에 동조한 셈이니 말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도 방미 행보를 보며 이재명을 “비핵화 망상증에 걸린 위선자”라고 맹비난했다.

즉, 미국의 제국주의에 맞서 동족인 북한을 편들어야 한다는 입장과, 민중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야 한다는 입장 사이에서 반미자주파의 모순과 동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은 지정학적 위기가 깊어지고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반미자주파가 민중전선을 추진한 주요 배경(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과 극우 부상 등)은 여전하거나 더 심화되고 있다. 결국 반미자주파는 민중전선을 통해 얻으려던 목표가 어그러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민중전선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전선의 파트너인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있다.

즉, 이재명 정부의 평화 염원 배신이야말로 계급 협력적 민중전선 전략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좌파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좌파적 ‘국익’론의 약점

한편, 반미자주파 매체 중 〈민플러스〉와 〈자주시보〉는 한일·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를 모두 비판했다. 옳게도 한미일 군사 동맹에 대한 협력 구체화를 가장 비판한다.

그런데 그 비판들은 미국의 한국 국부 ‘강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관점에서 이 매체들은 한미 정상회담 전에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의 비판은 주로 한국의 대미 투자가 미국의 경쟁력을 키워 줘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데에 있었다.

이런 ‘경쟁력’ 관점에서의 비판은 지금처럼 미국의 선박·함정 발주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고 한국이 마스가를 지렛대로 다른 통상 압력을 완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수위가 완화되게 마련이다. 이재명 정부의 미국 제국주의 지원 노선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반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아니나다를까, 이 두 매체의 한미 정상회담 평가에서는 한국 측 핵심 카드였던 마스가에 대한 언급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좌파적 ‘국익’론의 한계를 보여 준다. 현재는 반미 자주론이 민중전선의 계급 협력 논리에 따라, 미국에 대항해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것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스가는 미·중 대결에서 미국 제국주의 지원하기(안보)와 한국 대자본의 이윤 획득(경제)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반제국주의 좌파라면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

제국주의를 미국에 의해 나머지 국가들이 모두 피해를 입는 체제로 생각하면, 반제국주의 기치는 계급 협력적 반미나 반미 진영론으로 흘러가기 쉽다. 민중전선에 입각한 내란 종식 전략이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수호에 머무르고 있는 — 그리고 내란 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는 —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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