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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진보당 내 논쟁 살펴보기

이번 대선 국면에서 진보당 활동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격돌한 김재연 상임대표 측과 강성희 전 의원 측이 논쟁의 두 축이었다.(경선에서 63퍼센트 이상을 득표한 김재연 측을 다수파, 강성희 측을 소수파라고 편의상 호칭하고, 존칭은 생략하겠다.)

양측은 대선 후보 전술을 비롯해 몇 가지 쟁점에서 이견을 드러냈다. 모두 쿠데타 세력과 극우에 어떻게 맞설지, 그리고 위험해지는 지정학적 정세에 어떻게 대처할지와 직접·간접으로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논쟁하는 양측의 지도자들 모두 개혁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기에 지지자들에게 현 정세에 맞는 진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듯하다. 또한 중요한 점을 간과하는 면도 있다.

민주당 유세에 동참한 김재연 대표(이재명 우측). 진보당 다수파는 이재명의 우클릭에 대해 침묵했다 ⓒ출처 진보당

진보당의 전통에서 자유주의자들과의 전략적 동맹, 즉 민중전선 전략은 가장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윤석열 집권 후 당 지도부는 “민주헌정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민주당과의 연합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런 연합에 힘입어 지난해 총선에서 의석 3석을 얻은 진보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총선에서의 성공을 더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합을 두고는 진보당 내에서 이견이 불거졌다. 특히, 민주당이 민중전선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 진보당이 열위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성희는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에 끌려 갈 것인가, 아니면 민주당을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은 민주당과의 연합이 아니라 “강한 진보” 건설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반면 김재연 측은 “극우파시즘 내란 세력”을 청산하려면 지금 “반파시즘 전선” 결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못하면 극우 세력이 곧장 반격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가 과연 개혁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반제반미, 국보법 철폐, 노동계급의 의제” 등의 과제를 풀기 위해 “광장 투쟁의 힘”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민중전선과 대중 운동을 결합시켜 사회대개혁을 실현하겠다는 말이다.

어떤 민중전선인가?

물론 김문수, 이준석 같은 극우 후보들을 선거와 이후 국면에서 패퇴시키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매우 제한적인 투표 전술을 넘어 좌파가 자유주의자들과 전략적 동맹과 강령의 통일을 도모하고, 심지어 당면 요구와 투쟁의 방법·형태까지 타협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극우를 막기보다 결과적으로 극우의 기를 살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본지 548호의 ‘진보당의 민중전선 전략’).

대선 기간 내내 이재명은 인재 영입과 주요 정책에서 모두 우클릭을 거듭했음에도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협력을 우선해 그런 우클릭에 대해 비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대선 이후 민주당 정부와 대중 저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진보당은 후자의 편을 제대로 들 수 있을까?

광주·전남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진보당 소수파는 민주당의 개혁 약속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진보당 후보가 독자 출마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수파의 이런 주장은 민중전선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는 아니다. 그들의 핵심 메시지가 함축하듯이, 어떤 민중전선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이견일 뿐이었다.

이 ‘자강自強 후 민중전선’ 입장은 기회만 되면 민주당과 굳게 손잡는 입장으로 바뀔 수 있다. 가령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 문제를 놓고 진보당 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활동가들은 기층 기반 강화 우선을 주장하며 비례위성정당 참여에 반대했다(반대로 광주·전남 측은 찬성). 하지만 지금 대선 국면에서 부울경 지도자들은 연합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진보당 소수파의 입장은 민중전선 전략 내에서 전술적 이견이다 ⓒ출처 강성희 페이스북

좌파의 영향력이 더 강해진 형태로 민중전선에 참여하더라도 계급 협력 전략의 근본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94년에 집권한 아프리카국민회의(ANC) 민중전선 정부는 지난 30여 년 동안 민중에게 조금씩 신자유주의 독약을 먹였다. 그 ANC 안에서 공산당이 더 주된 세력이었지만 말이다. 공산당은 결정적 국면마다 ANC 정부를 지키는 입장을 택했다. 계급 협력을 유지하려다가 노동계급의 처지만 악화시켰던 것이다.

진보당 소수파의 독자 출마 주장도 계급투쟁을 우위에 놓는 입장이 아니라 선거 중심주의에 기초한 입장인 듯하다. “정권교체가 확실”하므로 진보당 후보가 출마해 당을 선전하는 게 옳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민주노동당이 후보(권영국)를 내는 판에 진보당 후보가 없다면 대선 이후 당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아무도 강조하지 않는 것

이처럼 ‘어떤 민중전선인가?’가 당내 논쟁의 핵심 쟁점이 되면서, 극우에 맞선 대중 행동이라는 중요한 과제는 부각되지 못했다. 계급투쟁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4월 14일 진보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김재연과 강성희는 국민의힘을 어떻게 해체시킬지를 두고 논쟁했다.

김재연은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2026년)를 통한 심판을 강조했다. “저들[국힘]에게 최저 득표를 안겨서 해체 수준의 분당으로 몰아붙여야 한다.”

이 주장이 우선,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김문수의 대선 지지율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주장은 대중 동원의 과제를 선거로 축소시키는 접근법이다. 실제로 진보당은 대선 기간 내내 이재명 지지만을 호소하며 극우 후보들에 맞선 대중 동원을 시도하지 않았다. 극우 후보들이 선거 공간을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며 쿠데타 세력 척결 문제를 부차화시키는 와중에 대중 동원으로 극우 후보들을 약화시킬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다.

강성희는 “투표로는 내란 세력이 진압될 수 없다”고 옳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대안은 위헌정당해산 심판이었다. 헌재의 힘을 빌려 국힘을 제도적으로 해체시키자는 것인데, 강성희도 자본주의 국가기구와 법을 활용해 우익을 저지할 수 있다고 소박하게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자본가를 비롯한 지배계급의 제1 선호 정당인 국힘을 합헌적 절차로 없애자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설사 헌재 심판 과정이 시작되더라도 극소수 법·정치 엘리트인 헌법재판관 9명이 순순히 대중 다수의 의사를 좇아서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수파의 그런 주장은 다수파의 주장과 근본적으로 같은 난점을 공유한다. 즉, 국가기구와 정당 정치로 극우를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보며, 대중 동원은 이를 위한 응원부대로 국한시키는 문제 말이다.

대선 국면에서 극우에 맞선 대중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진보당 정치인이 아무도 없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12월 3일 쿠데타 저지와 윤석열 탄핵에 주도적이었고 헌신적이었던 당 활동가들의 시선을 부차적인 쟁점으로 쏠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남북 수교 문제

한편, 남북관계도 다수파와 소수파 사이에 쟁점이다. 소수파는 남북 수교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다수파는 “영구분단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남북한을 별개의 두 국가로 볼지 여부는 과거에도 민중 운동 내 논쟁 쟁점이었다. 반미자주파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을 자신들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실재하는 현실은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쟁점은 지난해 북한의 노선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맥락이 달라졌다. 북한 정부가 중국·러시아와의 밀착, 핵무력 강화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남한과의 “동족 관계”를 부정한 것이다.

반미자주파 다수는 남한을 같은 민족으로 보지 않겠다는 북한 입장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이 노선 변화를 미국 제국주의와 남한 정부의 대북 적대 탓으로 돌리며 북한 정부를 변호했다. 이 주장은 정세가 바뀌면 북한의 태도가 통일 지지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함축한다.

하지만 소수파의 생각은 다르다. 북한 정부의 통일론 폐기가 한시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두 국가 관계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수교를 통해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바꾸는 데 우선 주력하자는 것이다.

남북 수교 논쟁이 반미자주파 내에서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진보당 다수파와 소수파 모두 미국 제국주의의 위협에 맞서 북한 체제를 방어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마무리하며

남북 수교 문제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역사적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0년대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면서, 소련에게 자국 방어 수단으로서 서방 공산당들의 중요성이 약해진 바 있다. 그리고 이는 1970년대 후반 서방 공산당들이 유러코뮤니즘 노선(사회민주당화)을 밟게 된 주 요인이 됐다.

지금의 북한 정부도 대중·대러 동맹과 자체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이 전보다 훨씬 커져 있다. 그래서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면서 남북 교류·협력 기구도 모두 청산해 버렸다. 이를 보면,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도록 남한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남한 내 운동의 필요성이 북한 정부에게 전보다 덜해진 것일 수 있다.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반미자주파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서방 공산당들의 경험처럼 남한의 기성 질서에 적응하며 사회민주주의화하고, ‘국익’(남한의)을 강조하는 흐름이 그 내부에서 얼마나 발전할지 말이다. 지금의 계급 협력 노선은 이 가능성을 좀 더 촉진할 수 있다.

윤석열 탄핵 운동을 기층에서 주도했던 진보당과 그 당원들 ⓒ출처 진보당

진보당은 미국(또한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주의 투쟁에 헌신적인 활동가들이 주도하는 정당이다. 노동조합과 농민 단체 등 기층에서 그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리고 윤석열 탄핵 운동도 기층에서는 사실상 그들이 주도했다.

앞으로 쿠데타 세력을 청산하고 극우에 맞서는 데서, 그리고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하는 데서 진보당 활동가들이 중요한 기여를 할 잠재력이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서 진보당 내 논쟁을 봐야 한다. 그들은 여러 쟁점에서 날카롭게 부딪혔으나, 결국 민중전선 전략 안에서 전술적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구도하에서는 또다시 다가올 정치 위기를 돌파하고 노동계급의 투쟁을 전진시킬 대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계급과 계급투쟁이라는 원칙 자체를 진정으로 되찾고 그에 비춰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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