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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앞장서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하자
“노동개혁”에 맞선 투쟁과 국정화 저지 투쟁 둘 다 구축하자

2015년 10월 15일 〈벌떡교사들〉이 발표한 성명서다. 〈벌떡교사들〉은 현장 교사들이 직접 만드는 월간 신문이다.

1.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정세적 맥락에서는 우파 결집을 통해 총선을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새정치연합도 국정 교과서 문제를 계기로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둘 다 양당 구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기성 정치권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노동계급의 문제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 교과서를 통해 친일파와 독재를 미화해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현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한다.(새정치연합의 국정화 반대는 이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화의 또 다른 목적은 시장주의와 경제 성장 예찬 등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교육을 강화해 기업에 필요한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이다.(새정치연합도 본질적으로는 동의하는 점이다.)

즉, 착취를 더한층 강화하려는 “노동개혁” 같은 노동자 공격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 국정화 시도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계급에 떠넘기려는 지배자들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투쟁의 일부다.

따라서 조직된 노동계급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박근혜의 “노동개혁”에 맞선 투쟁에 더해 국정화 반대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2. 전교조와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그동안 국정화를 막기 위해 선언, 기자회견,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해 왔다. 교육부 장관 고시가 임박한 지금, 국정화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활동은 대중 행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정화를 “역사 쿠데타”에 비유한다. 기자회견, 토론회, 소송 같은 활동들은 그 나름으로 의미가 있지만,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 행동을 통해 “쿠데타”를 저지해야 한다. 이 대중 행동은 조직된 노동계급이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힘이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국정화 저지 투쟁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10 월 17일 4시 국민대회가 중요하다. 국민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이후 투쟁의 기세가 올라갈 수 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최대한 많이 참가하자. 〈벌떡교사들〉 독자들도 주위 교사들과 함께 적극 국민대회에 참가하자.

대중 행동이 10월 17일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10월 24일, 10월 31일에도 계속 대중 집회가 열려야 한다. 대중 행동이야말로 국정화 반대 여론의 초점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근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광범한 사람들이 새정치연합을 쳐다 보게 해서는 안 된다.

한편, 전교조는 대중 집회 이상의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미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참교육을 지키기 위해 연가 투쟁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국정 교과서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증거는 많다. 행정예고가 발표된 12일, 4백여 명의 조합원들이 긴급 집회에 참가했다.

지난해 2월 대의원대회는 “국정 교과서화나 교육부의 편수 기능 강화 등이 구체화되면, 기존의 역사교과서 네트워크를 국정교과서 저지 투쟁본부로 전환해 연가 투쟁을 포함하는 강력한 투쟁[을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의 절차적 규정력을 따지기 전에 그만큼 전교조에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예민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89년 전교조는 국정 교과서를 통한 독재정권의 교육 통제에 반대해 “참교육”을 선언하며 출범했다.

물론, 연가 투쟁의 현실적 어려움을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1년에 두 번 연가 투쟁 하기에는 무리다, 12월에도 연가 투쟁이 예정돼 있다 등등. 그러나 지금 많은 눈이 전교조를 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검정 교과서를 전교조 교과서라고 비난한다. 이 비난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전교조가 대중 투쟁을 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많은 사람들은 국정 교과서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이때 참교육을 매우 중시하는 전교조가 한두 차례 집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정화 문제가 전교조의 참교육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 지도부는 그에 걸맞는 투쟁 수단을 사용하자고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전교조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연가 투쟁이다. 전교조가 연가 투쟁 같은 수단을 사용해 국정화 저지 투쟁을 할 때, 더 넓은 노동자 연대와 사회적 연대가 구축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벌떡교사들〉 독자들도 주위 교사들과 이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3. 국정화 문제는 단지 노동조합 쟁점이 아니다. 중요한 정치 쟁점이다. 그만큼 많은 노동자와 억압받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대중 행동에 바탕을 두고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연대체 구실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한 연대 확대 노력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다만, 전교조가 이 틀에만 의존해 연대를 구축할 이유는 없다. 전교조 자신이 직접 연대 확산의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가에서 국정화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는 그동안 예비 교사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다. 따라서 전교조가 직접 예비 교사들에게 10월 17일 집회 참가 등 연대 투쟁을 제안하고 호소하자.

2015년 10월 15일

저항하는 교사들의 네트워크 〈벌떡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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