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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간첩죄 확대 개정안 통과, 민주당이 우파에게 주는 선물

2월 26일 법왜곡죄 조항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통과된 형법 개정안에는 예고에 없던 간첩죄 대상 범위의 확대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형법 제98조 개정).

그에 따라 적국 간첩에 대한 조항이 재정비되고, “적국” 대신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가 들어간 조항이 신설됐다.

간첩죄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등”으로 확대하자는 것은 우파가 강하게 요구해 온 것이었다.

그동안 외국으로 기밀을 유출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적국으로 규정하지 않는(또는 그럴 수 없는) 특정 국가들을 견제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즉,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편을 들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간첩죄 확대는 친미 반중 드라이브를 걸었던 윤석열이 추진했었다. 심지어 윤석열은 2024년 12월 12일 국회 탄핵소추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간첩죄를 확대하지 못하는 것을 쿠데타(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들기도 했다.(민감한 쟁점이라 법원 등이 추가 논의를 요구하는 등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국가기관 내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은 개정에 찬성은 해 왔지만, 입법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국힘과는 달리 미·중간 균형 외교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주도해 은근슬쩍 이 조항이 통과된 것이다.

시기상으로는 트럼프의 관세 재인상 압박, 주한미군 훈련 문제를 둘러싼 주한미군 사령부와의 갈등, 윤석열 내란우두머리죄 유죄 판결, 사법 개편 입법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의 반발 직후다.

우파를 달래는 선물인 셈이다.

중국 견제 공조이자 표현의 자유 위축

미·중 경쟁 심화에 따라 각국 정치는 지정학적 경쟁 심화와 얽혀 분열이 깊어지고, 권위주의적 행정·억압들도 강화되고 있다. 미·중·러를 선두로 (한국을 둘러싼) 주요 열강이 모두 상대를 향한 첩보 활동과 동시에 방첩 기능(억압적 법률 도입과 수사)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간첩죄를 외국과 외국 단체로 확대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을 무대로 펼치는 정보 활동과 백색선전이 일차 타깃이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중국 국가에 대한 태도와 무관하게 한미동맹에 비판적인 의견들도 감시와 통제 대상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이주민·난민 통제 강화에도 이용될 수 있다. 이주민·난민이 자기 본국에서 가입해 활동하던 단체가 있다면, 그게 “외국 단체”이다. 이미 한국 국가는 본국에서 가입한 정치 단체들을 빌미 삼아 이주민들을 테러리스트 취급한 전례가 있다.

간첩죄가 모든 외국과 외국 단체 대상으로 확대되면 국내(자국민 대상) 대공수사권이 박탈된 국정원의 국내 사찰·공작 범위가 합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등 민주적 기본권의 위축에 이용될 수 있다.

민주당의 본회의 기습 처리는 지난해 말 법무부 장관 정성호의 요구를 실행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집권해서 민주적 기본권의 위축에 이용될 개악을 소리 소문 없이 처리한 것이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윤석열 자신이 쿠데타 정당성의 근거로 삼았던 법을 민주당이 통과시켰다. 민주주의 염원에 대한 배신이다. 극우는 이 법 조항을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극우적 비난 공세의 근거로 삼을 것이다.

유일하게 진보당이 공식적으로 간첩죄 개정안 통과를 비판했다.(형법 개정안 표결에 손솔 의원이 반대했고 정혜경·전종덕 의원은 기권했는데, 법왜곡죄 신설에 관한 이유인지, 간첩죄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 윤종오 의원은 표결 불참)

그런데 진보당은 개정 철회(신설 조항 삭제)가 아니라 국가기밀 개념 엄격화 등 보완 입법을 후속 대응 과제로 내놨다. 그러나 보완 입법론도 지정학적 측면은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고, 국정원 등의 사찰 확대 등 민주적 권리 문제에서도 일관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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