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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담화 반박:
이라크 민중을 학살해 한반도 평화를 얻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파병 연장을 공식 발표했다. 파병 연장을 담은 ‘임무종결계획서’도 곧 국회 국방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국민담화에서 노무현은 파병 반대 여론을 의식해 현재 1천2백여 명인 병력 규모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내년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철군하겠다” 하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족자치정부의 요청”, “중동지역의 안정에 기여”, “이라크 재건 사업 참여” 등의 이유 때문에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계적 철군”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며 결국 핵심은 파병을 1년 더 연장한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가 이란으로 확전하거나,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를 침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또, 자이툰 파병 연장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은 황당한 거짓말이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 이후 줄곧 미국의 전쟁에 졸졸 따라 다녔지만 한반도는 주기적으로 ‘미국발’ 위기에 시달렸다. 1991년 걸프 전쟁 때 전비 5억 달러를 내고 군대를 파병했지만 한반도는 1993∼94년에 전쟁 직전까지 갔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략 때도 파병과 함께 무려 10억 달러를 냈지만 부시는 2002년 초에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켰다. 자이툰 파병은 6자 회담 진행을 돕지도 못했다. 2004년에 자이툰 부대 2천7백 명을 파병했지만 그 해 6자 회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미국이 지금 북한과 대화에 나선 것은 이라크 점령 위기로 군사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에 실린 인터뷰에서 촘스키는 “이라크 전쟁의 실패 등 안팎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난 뒤에야 미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에서]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한 외교적 해결 방법을 택했다” 하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이툰 등 파병군들의 도움으로 미국이 이라크 점령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서 “외교적 해결 방법”을 거둬들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파병 연장이 아니라 즉각 철군을 해야 한다.

부역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족자치정부의 요청” 때문에, 혹은 “중동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파병을 연장한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 정부이고 쿠르드족자치정부는 미군의 점령을 적극 돕는 부역자다. 양자 모두 미군과 함께 반점령 세력을 탄압하고 종파 간 갈등을 부추기는 자들이다. 그들은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다.

또, 파병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돕는 행위인데, 그들이야말로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장본인이다. 게다가 미국은 지금 이란을 위협하고 있다. 미군 점령을 도우면서 “중동 안정에 기여”한다는 것은 기상천외한 궤변이다.

‘이라크 재건 사업’이나 석유 개발 계약 등 경제적 이익 때문에 철군할 수 없다는 주장도 기막히다.

우선, 정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경제적 실익은 과장된 것이다. 〈서울신문〉의 보도를 보면, 국방부가 컨소시엄 참가 기업으로 거론한 대기업들 대부분 참가 자체를 부인했고 석유 개발 MOU[양해각서]에는 “이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공식 계약을 맺는 데 참고 지침으로만 사용된다”는 조항이 첨부돼 있다.

〈서울신문〉이 인터뷰한 수출입은행 이라크 담당 연구원은 “리스크 보증능력도 없는 KRG[쿠르드족자치정부]가 투자자부터 끌어모으자는 속셈으로 MOU를 남발하고 있다” 하고 지적했다.

경제 이익론이 더욱 기막힌 이유는 이윤을 위해 식민지를 개척해야 한다는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옛 주장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민족해방 투쟁과 반전 운동 덕분에 노골적 이윤 논리로 제국주의 만행을 정당화하는 일은 적어졌다. ‘인도주의적 개입’론이나 ‘민주주의 확산’론이 부각된 것도 부분적으로 이것과 연관돼 있다.

그런데 식민지 억압의 끔찍한 기억이 아직 생생한 나라에서, 그것도 친일 부역 행위를 밝혀 내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또 다른 식민지 이라크 점령에 부역해 돈을 벌겠다고 설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파병 정책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 준다. 노무현은 시장·이윤·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파병하는 본격적 제국주의 국가로 한국 국가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자본가들에게는 이익이 되겠지만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해가 될 것이다. 더 많은 테러에 노출되고, 민주적 권리가 억압될 것이다. 더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총알받이로 희생될 것이다.

노무현이 내놓은 어떤 이유도 파병 연장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얼마 전 노무현도 “확실하게 저한테 속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이라크 파병할 때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하고 인정했다.

범여권 의원들과 정동영은 반전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파병 연장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작년에도 파병 반대를 논의하다가 결국 파병 연장을 당론으로 택한 바 있다. 대선을 앞둔 이들의 행보는 이라크 전쟁과 파병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얼마나 큰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반전 운동은 이런 분위기를 잘 활용하면서 파병 반대 쟁점을 주도하고, 파병 연장 반대를 위한 대중 동원에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