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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째 이어지는 한 난민 가족의 고달픈 공항 생활

콩고 출신에 대한 앙골라 정부의 극심한 탄압을 피해 한국에 온 앙골라 난민 가족 루렌도·바테체 씨 부부와 네 명의 어린 자녀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55일째 공항살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아 그들의 고달픈 삶은 계속되고 있다. 제1터미널 43번 게이트를 지나 2층에 거처를 마련한 가족들은 긴 소파 2개를 붙여 지낸다. 바로 옆에는 그들이 가져온 짐들이 쌓여 있다. 그들의 공항 생활은 만만치 않다. 하루에 한 번 여행객이 없는 늦은 밤에 씻어야 한다.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제한적이고 부실하다. 24시간 켜져 있는 조명과 밤새 이어지는 공항 내 작업 소리는 가족들을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한다. 가족들의 거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루렌도 가족은 괴로워 한다. 그러다 보니 아빠 루렌도 씨와 엄마 바테체 씨는 어린 아이들의 작은 투정에도 깊은 한숨을 내쉰다. 루렌도 씨와 바테체 씨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의 딱한 소식을 듣고서 출국하는 사람들이나 공항에서 새벽일을 하는 사람들의 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루렌도 씨는 앙골라 경찰에게 무고하게 구금됐고, 그러는 동안 바테체 씨는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후 생긴 복통은 종일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맨바닥에 담요를 깔고 엎드려 누워 통증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당시 폭행으로 부러진 안경을 바꾸지도 못한 채 투명테이프로 감아 쓰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들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는 고통을 무슨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7살 쌍둥이 둘째 딸은 “공부가 하고 싶다”고 말한다. 살기 위해 본국을 떠나온 이들에게 치료와 안정을 보장하기는커녕, 국경을 막고 이들을 공항에 방치하는 것은 정말이지 매정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이다. 정부는 루렌도·바테체 씨 가족에게 즉각 입국을 허가하고 국내 체류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국인들의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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