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의 텍스트는 리플릿 내용 전문입니다.
국유화가 대안이다 점거파업에 돌입하자
정부와 쌍용차 경영진은 공장을 부도 위기로 몰아넣은 상하이차에 책임을 묻기는 커녕, 애꿎은 노동자 대량 해고에 나섰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돌입하자 사측은 ‘파업하면 공장을 청산하겠다’며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의 청산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연관업체와 금융기관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하청업체와 그 가족까지 포함해 십 수만 명의 생계가 달려있어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2월 청산이 아닌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투기자본의 청산 시도를 막고 일자리를 지켰던 브릿지 증권 투쟁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청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사측의 청산 위협에 맞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국유화다. 정부가 쌍용차를 국유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AIG와 씨티은행을 국유화한 미국을 비롯해 이미 각국 정부가 기업 연쇄 도산을 막으려고 국유화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 투기자본과 기업주만 살리는 국유화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 국유화가 필요하다.
재벌, 금융기관, 건설사 등을 살리기 위해 4백5조 원 규모의 자금 지원 대책을 내놓은 정부가 올해 쌍용차 운영자금인 8천 8백억 원을 못 내놓을 이유가 없다.
투기자본이 불법적으로 빼돌린 막대한 자산과 그들이 탈루한 세금, 재벌의 사내유보금 등을 동원해 국가가 재원을 투입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런 공적자금은 기업주와 투기꾼이 아니라, 노동자를 살리는데 쓰이는 게 마땅하다.
희망퇴직 전면 거부
사측의 노동부 정리해고 신고가 5월 8일로 예정된 마당에 더 이상 파업 시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 정부와 사측이 우리를 이간질하며 사기를 떨어뜨리고, 파업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공격받아 온 비정규직 노동자 방어 투쟁부터 조직해야 한다. 비정규직지회와 쌍용차지부를 통합해서 연대를 강화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공동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7백 여 명의 장기 휴업자들도 흩어져 있게 말고 더 적극적으로 투쟁에 동참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무직부터 시작된 ‘희망퇴직’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과거 대우차 사례처럼 희망퇴직자는 경영이 호전됐을 때 복직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는다. ‘희망퇴직’은 ‘절망 퇴직’일 뿐이다. 게다가 대규모 희망퇴직을 초기부터 막지 못하면 이후 투쟁을 조직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 위니아만도 투쟁 사례는 희망퇴직 자체에 제대로 맞서며 정리해고 명단 통보 전에 싸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위니아만도지회가 95명 정리해고 통보 직후 점거 파업에 돌입했지만, 이미 130명이 희망퇴직 한 이후의 투쟁대오는 약화되기 시작했다. 사측은 이틈을 비집고 "생산 중단이 계속되면 부도를 피할 수 없다"며 해고자와 다른 노동자를 이간질했다.
결국, 해고에서 제외된 일부 노동자들의 이탈과 사측의 협박에 위니아만도지회는 파업을 중단했고, 50명 해고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희망퇴직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장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지부가 부분파업 계획을 확정한 것은 정말이지 다행스럽다. 그러나 투쟁수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조합원들의 분노와 자신감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더 위력적인 집회와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무기한 점거 파업이 중요하다. 점거 파업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측도 두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1년 대우차 파업 당시 사측은 점거 파업에 대비해 주요 시설을 미리 장악해서 투쟁을 무력화했다. 대우차 노조 지도부는 ‘구조조정 동의서’를 써주고 무급 휴직까지 양보하면서 투쟁의 시기를 늦추다가 패배하고 말았다. 쌍용차 사측도 점거 파업에 대비해 주요 설비를 빼돌릴 수 있다. 따라서 해고자 명단 통보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급히 점거 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쌍용차의 오늘은 다른 작업장들의 내일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특히 현대·기아차, GM대우차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중요하다. 광범한 연대를 건설해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다른 작업장에서도 함부로 공격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쌍용차 노동자들이 점거 파업을 시작하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즉각 연대파업을 조직해서 정부의 탄압 시도를 좌절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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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점거 파업 ― 승리의 무기
공장점거 파업은 정부와 기업주의 양보를 얻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다.
점거 파업은 파업 노동자들이 생산 설비를 장악함으로써 파업 파괴자를 이용한 사측의 공장 가동을 막을 수 있다. 점거는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고무해 파업 대오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또한 단호한 점거 파업은 사회적 이슈가 되며, 덕분에 노동자의 요구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다.
점거 파업을 하면 노동자들이 한데 집결해 있음으로써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서로를 고무하고, 언제든지 토론을 통해 투쟁의 향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노조 지도부가 현장 조합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점거 파업은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 연대 투쟁에 나설 수 있는 거점이 되기도 한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매장점거파업이 전국적 연대의 초점이 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1998년 현대차 공잠점거 파업
1998년 현대차 노동자들은 대량해고 시도에 맞서 강력한 점거 파업으로 해고 규모를 대폭 축소 시켰다.
노조 지도부가 고용만은 보장하라며 양보교섭에 나섰을 때 꿈쩍도 않던 사측은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결사 항전에 나서자 비로소 물러서기 시작했다.
현대차 점거 파업이 정치적 초점이 되고 부담이 커지자 정부도 부랴부랴 협상단을 파견해야 했다. 1만여 명이 참여한 36일 간의 강력한 점거 파업이 결국 사측의 1천 538명 해고 시도를 277명으로 최소화 했던 것이다.
1998년 만도기계 노동자들도 강력한 파업으로 1천144명 정리해고 시도를 좌절시켰다.
당시 만도기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기도 전에 파업을 시작했다.
덕분에 25일 동안 지속된 파업에 조합원 95퍼센트가 참여할 정도로 단결력이 높았다.
정부는 1만 명이 넘는 경찰력을 투입해 2천 7백여 명을 연행하고서야 가까스로 파업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밀린 사측은 애초 계획에 크게 못 미친 105명 해고 통보에 그쳐야 했다.
끝까지 투쟁했던 덕분에 사기가 높았던 노동자들은 이조차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해고 대상자들은 무급 휴직으로 전환돼 이듬해 모두 복직했다.
따라서 해고 시도 초기부터 강력한 파업을 조직해서 맞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공황 시기였던 1926년 GM 플린트 노동자들의 공장점거파업은 가장 통쾌한 승리 사례다. 이들은 당시 GM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했던 공장을 점거해서 승리했다. 이 투쟁에 고무받아 점거 파업은 미국 전역에 들불처럼 번져갔고, 당시 투쟁은 사회복지제도의 뼈대를 갖추게 만든 계기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1936년 대규모 작업장들에서 점거 파업이 벌어지자 기업주들은 큰 폭의 임금인상, 유급휴가, 주 40시간 노동 등의 양보 조처들을 내놓아야만 했다.
이처럼 이윤을 마비시키는 단호한 공장점거 파업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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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을 보여주는 유럽 노동자 투쟁
연국, 프랑스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이 대량해고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거나 경영진을 감금하면서 단호한 투쟁을 펼치고 있다.
포드 등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영국 비스티온사 노동자들은 최근 회사가 파산 신청과 함께 공장폐쇄를 하고 2백여 명을 해고하자 3월 31일부터 6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곧바로 점거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공장 설비를 밖으로 빼내는 것을 막으려고 밤낮으로 공장을 에워싸고 투쟁했다.
비스티온에서 17년 동안 일하다 해고된 스티브 어빙은 "우리는 많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만약 우리가 여기서 승리한다면 다른 곳에서 역시 승리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투쟁을 할 것이며 포드 본사에도 갈 것이고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비스티온 노동자 투쟁은 영국 노동자 투쟁에 새로운 승리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포로가 된 경영진
지난 3월 3백만 명이 총파업을 펼쳤던 프랑스에서는 최근 경영진 감금이 ‘국민 스포츠’로 유행하고 있다.
회사가 해고 조피를 하면 노동자들이 경영진을 감금한 뒤 해고를 철회하면 풀어주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포레시아에서도 노동자들이 해고에 맞서 몇 시간 동안 경영진을 감금하고 나서 협상을 다시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풀어줬다.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 절반 이상이 ‘대책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포로로 잡는 노동자들이 정당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