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파업이 시작되자마자정부와 보수언론은 발을 동동 구르며 투쟁 정당성을 물어뜯는데 혈안이 됐다. 저들은 “명분 없는 파업”운운하며 “공멸을 재촉하는 자해행위”를 중단하라고 거품을 물었다.
그러나 철도, 발전을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명박의기만적인 “선진화”에 맞서 전체 노동자·서민의“ 공멸”을 막는 정당한투쟁이다. 이번 투쟁은 공공서비스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온 국민의이해관계를 대변한다.“ 돈벌이 의료행위에만 골몰”하는 사측에 맞선경북대병원 파업도 신종플루 대책과 의료공공성 확대를 바라는 광범한 목소리의 일부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고용비용 절감과 임금삭감 모델을 만들어 민간부문 전체에 확산시키려한다.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정부 정책에 맞서 투쟁을 발전시킨다면, 이명박의‘ 친재벌·반서민’ 정책에 불만을 느낀 모든 사람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다음 아고라에선“이명박을 이겨달라”, “힘내라”는응원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이런 정당성을 흠집 내려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정치에 오염된 공복”이 됐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철도공사는 “정부정책과 경영권 등을 대상”으로하는“ 불법파업”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선진화’ 자체가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등을 심각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지않고 “근로조건 개선”을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내몰고있는 이명박 정부자체에 맞서지 않고서는 일자리조차지킬 수 없는 현실에서“ 정치파업”은정당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저들은 또 적반하장으로 “(구조조정이 아니라면) 막대한 공기업 부채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추궁한다. 그러나 공기업부채증가는 노동자들의 탓이 아니라,정부가 막대한 채무를 공기업들에게떠넘긴 결과다. 4대강·경인운하, 고속철도 건설, 인천공항철도 손실 등의 비용 중 일부인 20조 원 가량이 고스란히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철도공사의 부채로 이전됐다.
재정적자를 해결하려면 먼저 정부 정책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관련 예산30조와 부자감세 90조만 원상 복귀되면 대대적인 복지확대와 공기업부채 보전이 가능하다.
이명박은 부자들의 호주머니는 챙겨주고 삽질하는 데 돈을 쏟아부으면서 생활고에 허덕이는 노동자·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심산이다. 도대체 왜 경제 위기와 재정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이 짊어져야하는가?
저들은 공공부문 파업이“ 철밥통지키기”라며 비난하지만, 공공부문노동자들에 대한 대량감원과 실질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은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해악적이다. 토지·주택공사 통합과 공기업 대량감원 계획에서 보듯, 공공부문 일자리의 불안정은 “고용불안의 주범”이 돼서 전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불안에 빠트릴 것이다.
“경쟁 도입”과 “민영화 확대” 등은 해악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실제로 영국 민영철도의 대형 참사와 요금 폭등, 전력 민영화가 낳은미국 캘리포니아 대규모 정전 사태공공서비스 악화, 요금 인상, 인력 감원에 맞선공공부문 파업은 정당하다!등은 민영화의 끔찍한 종착지를 보여준다.
민영화를 통한 경쟁 도입이 부패를 줄인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국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포항제철·한국전력·한국통신 지분 매각과정에서도 엄청난 특혜와 뇌물이오갔다. 이명박의 친인척이 연루된인천공항 헐값 매각 논란도 이 점을잘 보여준다.
지금 지배자들은 노조 무력화에사활적이다. 이명박은 21일 열리는워크숍에서도 ‘노사관계 선진화’추진상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벼르며“ 노조와 잘 지내는 기관장은 자리를 떠나라”는 엄포를 놓았다. 발전 자회사들은 아예 유니온샵을 포함한 단협까지 해지하려 한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기층에서도 자신감이조금씩 회복되고 있고,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기아차노조에서의 전투적 좌파 후보 당선등도 우리측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있다.
지금 공공부문 파업은 경제 위기고통전가 속에서 신음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진정한 서민정책 실현을바라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있다.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할 필요가 있다.
승리를 위해 이렇게 싸우자
지금 상황은 결코 이명박 정부에게 유리하지 않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려고 ‘철밥통’ 운운하며 다른 부문 노동자들과 이간질하지만, 광범한 민영화 반대 정서는파업 노동자들의 우군이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애초 정부의 계획이축소·지연된 것도 촛불 항쟁 당시의대중적 민영화 반감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명박은 지금 정치적으로 살얼음판 위에 놓여 있다.‘ 친서민 사기극’에도 불구하고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보기 좋게 패했고,4대강 삽질·민주적 권리 탄압 등에대한 반감 확산으로 이명박의 지지율이 한 달 만에 10퍼센트 이상 폭락했다.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이명박이 벌이는 동시다발적 공격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재파병 같은 정치 쟁점이 이명박의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세계 각국 노동자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의 단골메뉴로 각국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으려 하지만 그때마다 거대한 투쟁이 분출하곤 했다.올해 하반기에만 해도 캐나다, 루마니아, 영국 등지에서 적게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백만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 저항했고 일부는승리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강력한 투쟁으로민영화 시도를 막아낸 경험이 있다.김대중 정부의 민영화를 중단시킨2002년 철도, 발전, 가스 3사 공동파업 때처럼 단호하게 맞선다면 이명박의 콧대를 꺽어 놓을 수 있다.
필수유지업무제에 맞서
투쟁이 승리하려면 필수유지업무제에 효과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필수유지업무제를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파업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지지와 연대가 늘어나파업의 정당성이 분명해지면 달라질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노동자들의 파업 참가를 조직하고, 힘 있는집회를 이어가면서 대열의 자신감을고취해야 한다. 2002년 발전노동자들의 파업이 그토록 강력하게 장기간 유지됐던 것도 민영화의 실상이폭로되고 국민 80퍼센트가 지지하면서 자신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과거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각종 악법을 투쟁으로 무력화한 경험이 있다. 직권중재제도를 투쟁으로 넘어서기도 했고,저 악명 높은 제3자 개입금지와 교사·공무원의 단결권 제약에 맞서싸운 전통이 있다.
공동투쟁본부로 뭉친 9개 노조의 연대투쟁 기조도 굳건히 유지돼야 한다. 필수유지업무제의 제약조건으로 파업 효과가 다소 덜 하더라도, 철도·발전·가스·일부 국립대병원 등이 공동파업 대열을 힘있게유지한다면 정치적 효과를 배가 할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공동투쟁에나선 노동자들을 고립시키려고 비난을 퍼부으며 각개격파를 시도할 수있다. 별다른 실익은 내주지 않으면서 노정대화로 발목을 묶어두고 시간을 끌며 이간질과 분열을 꾀할 수도 있다. 따라서 파업 노동자들에게중요한 것은 ‘공동투쟁’의 기조를확실히 유지하면서 단결을 확대하고투쟁 참가자를 확대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업 일정이 다소 분산되고 제한적인 것은 조금 아쉽다. 오늘 파업 이후 예정된 철도노조 전면파업과 이달 중순‘ MB워크샵’에 맞선 공공연맹 파업, 28일예정된 한국노총 산하 공공노조들과의 연대집회가 확실하게 조직돼야 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면 한데뭉쳐 힘을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전체 운동진영이참여하는 공공부문 선진화 반대 대책기구를 결성하고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만약 공공부문‘ 노동자 희생양 삼기’가 성공하면 이명박은 민간부문 노동자들로 공격을 확대할것이다. 따라서 이명박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 전체 운동 진영이 연대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