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전교조 임시대대 리플릿]
이명박 정부가 미친 경쟁교육을 밀어붙이려고 ‘전교조 무력화’ 총공세에 나섰다.
전교조를 흉측한 괴물로 묘사하려고 “스탈린주의 강령”까지 들먹이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공격에선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저들은 일제고사와 시국선언을 핑계 삼아 중징계를 남발하더니, 법의 판단을 기다리며 징계를 유보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까지 형사고발하겠다며 악선동을 하고 있다.
“초심을 잃고 변질된 전교조” 운운하며 이데올로기 공세에 혈안이지만, 정부와 우익들의 광기는 역으로 전교조의 정치적 위상과 여전한 사회적 영향력의 반증이기도 하다. 전교조가 어떤 조직인가. 학교의 각종 교육단체들이 승진점수를 위한 관변단체로 전락하여 비판적 기능을 잃고 있을 때, “굴종을 거부하고 반교육에 맞서 참교육을 외치며” 대량해직과 모진 탄압을 넘어 온 지 20년이다.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끔찍한 경쟁교육과 교사를 입시지옥의 간수로 만드는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는 것, 양심에 따른 민주적 의사표현 권리(시국선언) 옹호를 위해 싸우는 것, 이것이 전교조의 진정한 초심이 아니겠는가.
이명박은 지금 전교조뿐 아니라, 통합공무원노조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까지 십자포화 탄압을 퍼붓고 있다. 교사, 공무원,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납작 엎드리게 만들어 전체 노동자들을 쥐어짜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재보궐 선거 패배와 계속되는 경제·정치위기를 볼 때 정세가 결코 이명박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교육공공성을 바라는 광범한 여론을 조직하고 단결과 투쟁을 확대해 나간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
따라서 이명박의 광포한 탄압과 경쟁교육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투쟁이 다수 국민과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중요하다. 이명박의 탄압에 주눅 들지 말고 정당성을 확신하면서, 참교육 이념을 가슴에 품고, 단호하게 싸워나가야 한다.
‘노조탄압’ 문제가 하반기 투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지금, 다른 부문 노동자들을 포함해 전체 진보진영과 함께 전교조 탄압방어 운동을 공세적으로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다. 탄압에 맞선 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통합공무원노조와 총력투쟁에 나선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 이명박에 맞서자. 정부의 공격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교사들의 사기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가 투쟁계획을 내놓기 보다는 ‘대화를 통한 적당한 타협’ 계획을 안건으로 내놓은 것은 못내 아쉽다.
지도부의 안건이 비록 “독소조항 제거”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큰 틀에서 정부의 교원평가제 수용 불가피성을 역설하는데 맞춰진 것도 유감스럽다. 이는 ‘정부의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인다’는 지난 몇 차례의 대의원대회 결정과 조합원들의 결의와 바람을 저버리는 것으로, 후퇴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완충장치
지도부는 우리로 하여금 ‘6자 협의체’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 같다. 지도부는 ‘6자 협의체’ 참가를 통해 “사회적 명분”을 쌓고 이를 “무기력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으며 나아가 “실질적 개선효과”를 낼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게 들린다.
사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보수언론들까지 나서 전교조의 ‘6자 협의체 참가’를 촉구하는 점을 볼 때, 협의체에 참가하라는 저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협의체를 완충장치 삼아 우리의 힘을 빼고 분열시키는데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독소 조항을 제거하”자는 중집 제안의 취지는 공감할만하다. ‘인사·승진 등과의 연계’는 교원평가제의 핵심 문제점이다. 하지만 “독소 조항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름 아닌 투쟁을 조직해서 정치적 압력을 높이는 것이다.
게다가 ‘6자 협의체’ 참가는 “독소 조항을 제거”하기보다 ‘독소 조항 시행’을 위한 길을 닦아주는 효과만 낼 수도 있다. 정부는 일단 교원평가제를 통과시키고 나서, 평가와 인사를 연계하는 조치를 시범학교에서 먼저 실시하고 곧이어 시행령 등을 통해 확대시키려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정진후 위원장이 언론에 “조건 없는 대화” 뜻을 밝히자마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환영하며 “전향적 선언”을 기대하고 있다. “교원평가의 명분과 당위성을 논하”지 말고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6자 협의체 참가가 오히려 저들에게 “악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진정으로 “사회적 명분”을 쌓고 “무기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요구와 주장의 정당성을 확신할 수 있도록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상반기 정권의 십자포화 탄압 속에서도 시국선언을 발표한 우리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던 것처럼 말이다.
‘6자 협의체’에 기대를 건 나머지, 투쟁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전교조 탄압에 눈이 뒤집혀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다수의석을 장악한 국회 내 논의에 헛된 기대를 걸 수는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전교조 탄압에 맞선 방어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교원평가제 법제화 반대 투쟁과 결합하는 일이다. 오늘 대회는 ‘법제화 국면의 비상 대응 투쟁’이라는 지난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교원평가 법제화에 맞서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정하고 조직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이명박의 탄압과 공격에 맞선 비상대응 태세를 갖추고 차근차근 투쟁을 조직해 나가자.
다함께 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