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에스제이엠과 만도에서 벌어진 직장 폐쇄와 용역깡패의 유혈 낭자한 테러는 이 나라 지배자들의 추잡한 공모였음이 드러났다.
이명박이 만도를 언급하며 “귀족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껄이자 기다렸다는 듯 용역깡패가 투입됐다. 완전 무장한 깡패들이 우리 동지들을 죽도록 팰 때 현장에 있던 경찰은 뒷짐진 채 바라만 보며 폭력 만행을 비호했다.
이 범죄를 저지른 컨택터스 회장 문성호는 새누리당 간부였고, 컨택터스는 이명박도 경호했다고 한다. 현지 경찰 책임자 안산단원경찰서장 우문수는 2006년 포항 건설플랜트 파업 당시 하중근 열사를 앗아간 폭력 진압으로 악명을 떨쳤고, 이명박 집권 후 첫 종로경찰서장을 맡아 촛불집회 탄압에도 앞장 섰던 자다.
한마디로, 용역깡패 집단 컨택터스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 경찰의 비호 속에서 기업주들의 사냥개 노릇으로 돈벌이를 해 온 것이다. 그러니 이 범죄자들이 올린 해명 글은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그들과 한통속인 현대차 정몽구와 경총의 협박문이나 다름없다.
사냥개
“저희 같은 업체가 일부 오해에 의한 희생양이 돼 사라지게 된다면 앞으로 사업장에서 어떠한 불법행위가 일어나도 사업주는 속수무책이 될 것”이란다.
피투성이가 된 동지들을 붙잡고 오열하는 우리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노동자의 권리인 파업이 ‘불법 행위’라고? 이 잔혹한 자들이 ‘희생양’인가?
치가 떨리게도, 지금 에스제이엠 사장은 폭력으로 빼앗은 공장을 불법 대체인력으로 가동하고 있다. 만도의 사장은 직장폐쇄로 조합원 출입을 막아 놓고 어용노조를 만들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유성에서, 경주 발레오 만도에서, 또 KEC와 대림자동차에서 봤던 광경이다. 1987년 7~9월 대파업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선봉이던 금속노조를 향해 저들의 술책과 폭력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조를 향한 적개심으로 뭉친 저들에게 돌려줘야 할 답변은 무엇인가.
직장폐쇄와 용역 테러, 어용노조라는 정권과 자본의 민주노조 죽이기 3종 세트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만들자.
선전포고
이번 사태는 “금속노조에 대한 자본의 선제 공격이자 민주노총에 대한 선전포고”(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다. 따라서 전체 노동운동이 똘똘 뭉쳐 도발을 물리쳐야 한다.
지금 정세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용역깡패들의 폭력과 집권당 간부 연루 의혹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크다. 게다가 이명박 범죄 집단은 부패와 비리로 말미암은 레임덕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고, 박근혜도 ‘공천 헌금’ 비리가 드러나면서 곤경에 처하고 있다.
따라서 저들의 정치적 위기와 우호적 여론을 활용해 이제부터 단호한 반격을 조직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이 문제를 쟁점화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의 폭로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용역깡패와 경찰 폭력은 민주당 정권 시절에도 있었고, 민주당 의원 임내현은 컨택터스의 폭력 만행을 변호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민주당만 지켜보며 시간을 끌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공장 탈환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결의한 3·4차 파업을 확실히 조직하고, 나아가 전면 파업 등으로 확대해 저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8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도 대규모로 조직하고, 강력한 도심 시위와 공장 탈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완성차 노조가 대반격의 중심에 서야 한다. 저들의 이번 도발도 완성차가 중심이 된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두려움의 반영이었다. 저들은 현대·기아차 투쟁이 비정규직 등 더 열악한 노동자들을 고무하고, 8월 말 민주노총 투쟁 도화선이 돼 레임덕 정권에 타격을 가할까 봐 우려해 왔다.
그래서 금속노조의 1·2차 파업 때는 어쩔 수 없이 찌그러져 있다가 올림픽과 휴가를 이용해 야비한 공격을 한 것이고, 한편에서 금융노조에게는 큰 양보를 해준 것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이 탄압을 격퇴하는 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저들이 부품사 노조들을 하나하나 깨뜨리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금속노조 전체의 힘이 약해지고, 공격의 칼날은 마침내 완성차 노조들을 향해 성큼 다가올 것이다. 저들이 완성차·부품사, 타결·미타결 작업장, 정규직·비정규직을 갈라 치려는 것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당장 이번 공격이 먹혀 든다면, 정몽구는 주간연속2교대제, 사내하청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우리의 요구에 양보해야 한다는 압력도 덜 받을 것이다.
따라서 용역업체 해체와 책임자 처벌, 심야노동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직장 폐쇄 철회 등의 요구로 단결해야 한다.
우리의 정당성을 투쟁으로 증명하자. 피투성이가 된 우리 동지들의 억울함을 투쟁으로 갚아주자.
올해 지부 대의원대회는 ‘임금 감소,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 없는 8+8 근무형태 연내 실현’을 요구로 못박고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차 사측은 심야노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저들은 노동자들의 오랜 열망을 무시하며 오로지 “생산량 맞추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임금을 보전하려면 생산량을 맞춰야 한다면서, 8+9, 노동강도 강화, 엔진·변속기 부문에서는 상시 야간조도 운영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상 주간연속2교대를 누더기로 만들려는 것이다. 게다가 누더기 주간2교대조차도 시행 시기를 늦추려 안달이다.
따라서 현대차지부 쟁대위가 ‘사측의 결단이 없다면 투쟁 수위를 높인다’고 결정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쟁대위는 8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시한부 파업을 계획했다.
만약 사측이 계속 오리발을 내밀고 시간끌기로 나온다면, 쟁대위가 밝힌 것처럼 “전면 총파업을 불사한 결사항전”으로 맞서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성과를 따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최근 스멀스멀 나오는 노동자 양보론에 분명히 맞서야 한다.
예컨대, 박태주 교수가 이끄는 ‘근로형태변경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의 견해는 노조의 양보를 종용하고 있다. 자문위는 전임 이경훈 집행부가 추진하려다 조합원들에게 불신 받은 안을 재탕해 내놨다. 그래서 사측은 이를 만족해 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까지 했다!
재탕
그러나 왜 노동자들이 양보와 후퇴를 해야 하는가? 정몽구는 우리의 피땀으로 올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이윤을 챙기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지부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소식지가 아무 비판도 없이 8면에 걸쳐 자문위 견해를 소개하며 은근히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우리편의 대의 명분에 김을 빼는 이런 모호한 태도는 투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쟁대위는 대의원대회 요구를 분명하게 내세우며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그리고 현대차 노동자들이 부품사 민주노조 파괴 시도에 맞선 투쟁에 연대하는 것은 부품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게다가 에스제이엠 노조의 호소처럼, 현대차 노동자들의 힘이 함께한다면 “전국 곳곳에서 노조를 깨고 완성차 노조를 고립·고사시키려는 원청의 전략에도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이다.” 이는 현대차 노동자 투쟁에도 힘을 불어 넣을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이 불법파견 정규직화 파업을 시작했다. 휴가 이후 금속노조·현대차지부의 파업이 재개된 가운데, 비정규직도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오늘 울산 비정규직의 주야 2시간 파업에 이어, 14일 울산·아산·전주 3지회 공동 파업도 계획됐다.
그동안 현대차 사측은 파업과 비정규직 활동에는 그토록 “법대로”를 외치며 손배가압류와 탄압으로 일관했지만, 대법원 불법파견 판정은 개무시하며 비정규직의 설움과 눈물을 강요했다.
‘개정파견법’을 회피하려고 대량 계약해지 꼼수를 부렸고, 2백여 명을 해고했다. 1공장에서는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비정규직 조합원을 해고하려다 투쟁으로 좌절되기도 했다.
사측은 “전원 정규직화 같은 무리한 요구가 아닌, 사내하청 직원의 처우개선을 포함하는 단계적인 고용형태 개선”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원 정규직화”가 무리라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사측은 사상최대 이윤을 뽑아냈고, 수조 원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 두고 있다. “사내하청 직원 처우개선”도 고작 언제 해고될지 모를 단기 직영 계약직 전환에 그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지회 파업은 완전히 올바르고 정당하다. 문용문 집행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분명히 하며 실천에 나서야 한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전진을 위해 8월 10일과 14일 파업의 성공이 중요하다.
비정규직 파업에 대한 대체인력 투입과 관리자들의 통제에 맞서 정규직지부와 활동가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정규직 노조를 고립·약화하려는 이간질에 맞선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다. 온전한 주간2교대 쟁취 투쟁도 비정규직 투쟁과 결합할 때 힘이 배가될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단결과 연대 확대로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