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재앙을 막기 위한
철도노조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철도노조가 수서발KTX 법인 분리(민영화)에 반대해9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자, 정부는 즉각 이 파업을“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선포했다.
특히, 정부와 철도공사 측은‘민영화 반대’라는 파업의 명분을 깎아내리기에 혈안이다.
국토부 장관 서승환은“수서발KTX 자회사는 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거짓 선동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철도공사 사장 최연혜도 이런 주장을 반복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영화가 된다면 선로에 드러누워서라도 막겠으니 나를 믿어 달라.”
그러나 입만 열면 거짓말뿐인 저들을 어찌 믿을 수 있으랴. 취임하자마자 노동자 쥐어짜기에 나서고 정부에 굴복한 최연혜의 본색도 이미 다 드러나지 않았던가.
지금 정부와 사측은 수서발KTX 신설 법인의 철도공사 지분을41퍼센트로 늘리고, 대표이사도 철도공사가 추천하기로 했다고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이로써“민영화 논란은 완전히 불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공사의 초기 지분이 얼마인지, 초기 대표를 누가 맡는지는 매우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법인 분리 자체가 민영화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수서발KTX 법인을 분리하면, 이 기업의 지분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손쉬워진다. 이미“황금알 낳는” 이 흑자 노선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도 여럿이다. 정부는 회사 정관에‘민간자본에게는 지분 매각 배제’ 규정을 담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법적 효력이 없다.
신설 법인의 사장이 누가 되든 그도 이미 결정된 민영화·수익성 확대라는 방향 속에서 기업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잘 알면서도 거듭 사기만 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철도공사 지분이1백 퍼센트라 하더라도 수서발KTX 주식회사 설립을 전면 거부”한다는 철도노조의 기존 입장은 완전히 옳다.
한편, 정부와 사측은“공기업 부채와 방만 경영” 운운하며 법인 분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최연혜는 노조의 파업이 임금협상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을 들어, “17조 원의 부채로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 코레일이 서민의 발을 담보로8.1%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도 비난했다.
이기주의?
그러나 철도공사의 부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온 것은 정부 자신이다. 정부는 고속철도 건설 부채 중4조5천억 원을, 인천공항철도 부채1조2천억 원을 철도공사에 떠넘겼고, PSO(공익서비스 부담)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았다. 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비용을 철도공사에 떠넘긴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 코레일의 적자는 싼 값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착한 적자”다.
그런데도 그들은 인건비 절감, 노동조건 후퇴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려 한다. 최연혜는 임금 인상은 꿈도 꾸지 말라며 아예 인력 감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은“철밥통”, “노동귀족”, “이기주의”이기는커녕, 임금 수준은 주요 공기업27개 중26위고, 복지 수준은 꼴찌다.
더구나 이들의 고용안정과 임금 등 노동조건 향상은 청년 실업을 줄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위한 조처이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서도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민영화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악화를 동반했다. 우리는 대량해고와 연이은 노동자 죽음을 불러온KT 민영화의 폐해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게다가 민영화는 수많은 대형참사와 요금 폭등의 재앙을 낳았다. 올해 대구역 참사도 민영화가 확대·강화하려는 수익성과 효율의 논리가 인력감축·안전투자 축소로 이어져 발생한 비극이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KTX를 시작으로, 철도 민영화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 헤치려 한다.
철도 민영화는 또한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세, 신자유주의 고통전가에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파업이‘시민의 발’을 볼모로“국민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 것”이라지만, 정작 우리 모두의 목숨과 공공서비스를 볼모로 미친 질주를 시작하려는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다.
따라서 철도노조의 파업은 자본가들과 그 정치인들의 고통전가 시도에 맞서 노동자·서민 모두의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다.
파업 채비
철도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2년여간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맞서 투쟁을 건설해 왔다. 올6월에는89.2퍼센트라는 역대 최고의 지지로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노동자들은 본격적인 파업 채비에 나서고 있다. ‘필공 파업’도“불법”이라는 정부에 맞설 각오를 다지며 농성·총회·안전운행 투쟁 등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 말 열린 확대쟁대위에선‘필수유지업무제를 뛰어넘는 전면 파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일부 동지들은 지금도 사태 변화에 따라 전면 파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민영화 재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철도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힘을 보여 주자.
이 투쟁의 정당성은 이미 전국1천여 개 단체들의 지지에서, 1백만 명의 민영화 반대 서명에서, 파업 선언 하루 만에 줄 잇는 응원 목소리에서 확인되고 있다.
강력한 파업과 광범하고 단단한 연대 투쟁으로 박근혜 정부의 미친 질주를 막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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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수송 거부를 선언한 화물연대·지하철 노동자 등
민주노총의 실질적 연대 투쟁이 기대된다
연대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단연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힘이다. 특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운수 노동자들이, 금속 노동자들이 철도 파업에 연대해 단결 투쟁으로 맞선다면, 철도 민영화, 연금 개악,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세, 시간제 일자리 확대, 노조 탄압, 민주주의 파괴 등 막무가내로 질주하는 박근혜 정부를 주춤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철도 파업은 바로 그러한 저항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철도 파업을 무릎 꿇게 만들려고 경찰, 보수 언론, 법원, 기업주 들을 동원해 총공세를 벌일 것이다. 벌써부터 정부는“엄벌” 방침을 밝혔고, 보수 언론과 물류 업계도 철도 파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조직 노동자들이 이 수구 정부의 우익적 공세에 맞서, 철도 파업의 전진을 위해 힘을 집중해야 한다. 이 투쟁의 성패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나선 박근혜 정부에 맞선 투쟁의 향방에도 매우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비상수송체제까지 구축하며 출퇴근 전철·KTX의“100% 정상 운행”을 다짐하고, 화물열차 운행 중단에 대비해“화물자동차로의 전환”을 말하는 상황에서 운송부문 노동자들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비상수송체제
이미 민주노총 소속의 화물·운송·지하철·버스·택시 노동자들은 최근 대체수송을 일절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연대 행동은 철도 파업의 효과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철도 파업과 화물연대의 대체수송 거부가 결합된다면“수출입 물동량이 몰리는 연말에 운송업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실제로2009년 철도노조 파업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고, 물류·시멘트 업계는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서울지하철노조의 열차 증편 거부도 수도권 전철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재 철도공사와 서울지하철이1호선과4호선 일부 구간에서 열차를 함께 운행하고 있는데,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 열차 증편을 막는다면 파업 효과를 높일 것이다.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 단결과 연대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철도노조의 파업을 엄호하기 위해“경고·연대 파업”을 선언했다. 이것이 실질적 파업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특히, 정부가 철도 노동자들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부을 때 이런 힘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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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부채에 책임 없다
박근혜는“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현오석도“파티는 끝났다”며12월 초에 강력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부채 급증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안정된 신분과 높은 보수, 복리 후생”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것은 철도 파업 비난의 명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파티를 한 적이 없고, 따라서 공공부문 부채 증가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2007년 말에 비해 이명박 정부5년간 부채가2백50조 원가량이나 급증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부자를 지원하려고 부동산 경기 부양, 대기업 요금 지원, 해외 자원 개발 등에 공공기관들을 대거 동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공사 부채는KTX 건설사업에 들어간 정부 부채를 떠안고, 민자로 건설된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고, PSO(공익서비스 부담)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아 생긴 것이다.
반면, 공공기관 노동자들이‘과도한’ 임금·성과급과 복지후생을 받고 있다는 박근혜 정부의 거짓 선전과 달리 이명박 정부 동안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삶은 오히려 악화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이명박 정부5년간15퍼센트 늘었을 뿐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가18퍼센트 오른 것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삭감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늘어난 부채2백50조 원은 공공기관 전체 노동자들의15년치 임금보다도 많은 돈으로,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부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런 사실들을 빤히 아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나선 것은 다가올 경제 위기 심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공기업 노동자 공격을 지렛대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까지 공격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철도 등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민영화와 임금·노동조건을 지키려 싸우는 것은 재정 위기의 책임을 노동계급에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는 데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대의명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