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운동을 변혁의 분기점으로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다함께가 주최한 ’반자본주의자와 사회주의자의 포럼이자 축제 2005 전쟁과 변혁의 시대’가 지난 8월 18일 부터 21일까지 나흘간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됐다. 포럼에는 전쟁, 노동, 교육, 신자유주의, 문화, 사상 등 운동진영의 관련 의제들을 모아 49개의 강연과 포럼으로 진행됐다. 고려대 곳곳에는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즐비했고, 한 강연이 끝날 때마다 강의실을 옮기며 이후 강연을 찾아다니는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역시 강연의 특미는 진지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는 발언자들이다. 이들은 강연자들 못지 않게 강의 마다 빛을 발한다. 강연 이후 진지한 토론은 어디서든 벌어진다. 커피 자판기 앞과 담배를 필 수 있는 장소가 가장 붐비고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진행된다. 강연 분위기는 서로가 즐겁다. 질문을 한 사람도 즐겁고, 발언을 하는 사람도 즐겁다. 질문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질문에 본인이 답을 하기도 한다. 물론 주장도 넘쳐난다. 발언 시간을 제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간이라는 물리적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는 포럼의 가장 안타까운 규칙이다.
한 강의가 끝날 때 마다 사람들은 이동을 한다. 여러 강의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때로는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며 함께 온 일행과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 강의가 더 좋으니 강의를 같이 듣자’고 설득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강의의 선택권을 놓고 집요하게 교섭(?)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크리스하먼의 강연장 모습. 전체 빈 공간이 없을 만큼 빽빽하다.
참가한 강연자들도 다양하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이자 ’민중의 세계사’의 저자인 크리스 하먼과 영국 반전 정당인 리스펙트의 활동가인 존 몰리뉴를 비롯해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손석춘 교수, 사켈 야흐메드 샤킬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 대행 등 26명의 강연자들이 강연을 진행했다.
2001년 부터 시작된 다함께의 포럼 행사는 올해까지 행사 횟수로는 6회 째를 맞는다. 단순히 강연만을 듣는 것이 아닌, 영화와 다큐멘터리 상영 뿐 아니라 사진, 영상, 설치 미술 등 다양한 전시회 구경도 할 수 있고, ’나흘간의 책방’에서 100여종의 사회과학 서적들을 20-50% 할인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었다. 물론 곳곳에는 반전 T셔츠와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다함께 신문, 회원모집, 강연회를 담은 CD 를 팔고 있었다.
이번 행사의 강점 중 하나는 놀이방이었다. 전교조 유치원위원회 소속 선생님과 소아과 전문의가 운영을 지원한 이번 놀이방에는 각종 놀이기구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한 강의실을 개조, 설치물들을 설치해 놔 덕분에 많은 활동가들이 부담을 덜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참세상은 19일(금) 다함께 행사에 참여, 참가자들도 만나고 강연도 들었다. 그리고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과 인터뷰를 하면서 행사에 대한 얘기도, 반전운동 단위로의 ’다함께’의 활동에 관한 얘기도 나눠봤다.
저녁식사 중인 놀이방의 모습.
한 강의실의 책상을 다 빼고 바닥을 깔고 벽에 벽지를 붙이고,
놀이기구들을 들여와 꾸몄다고 한다.
강의실에 마련된 설치물.
쉬는 시간만 되면 책장터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책값이 100여종의 사회과학 서적을 20-50%까지 할인해서 팔았다.
전집을 구입해 내내 들고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다함께는 사실 투쟁의 현장에서 만나는 신문으로 더 알려져 있다
다함께는 이전에는 민주노동당 학생단위였다가 2001년 8월 15일 ’다함께’라는 명칭으로 바꿔 활동을 시작했다. 반전 반자본주의 노동자 운동 사이에서의 정치 운동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1200여명의 회원이 있고, 대학생이 60%정도의 정도이다. 그 외 현장 노동자, 시민사회단체활동가, 이주노동자들도 있다. 격주마다 ’다함께’라는 정치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신문을 통해 투쟁과제를 도출하고, 투쟁들을 조직하고 있다. 반전,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주제가 다양하다. 6회 까지의 행사 성과를 평가한다면
다양한 주제를 포럼에 담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노동조합 위기, 성인권 동성애, 러시아 혁명 역사 등 다양한 운동을 반영하기 위한 고민의 반영이다. 하나의 운동안에 다양한 흐름들과 운동의 흐름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또한 반자본주의 운동의 덕목이고 장점이다. ’트럭노동자와 거북이가 같이 행진한다’는 노동자들과 환경운동 단위의 공동 행보 등 반전운동은 다양한 단체들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로 묶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는 체제가 제기하고 다양하게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는 것을 의식, 반전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투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흐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맥락에서 운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쟁점들을 다루거나, 제국주의질서가 어떻게 구성되고 흘러가고 있는지를 담고자 했다.
6회의 성과라면 다양한 활동가들이 모여 운동의 미래, 논쟁점들을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 매김 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큰 성과다. 아까 언급했지만 이번 토론회의 경우도 49개의 강연과 26명의 초청 연사들이 참석해, 의원 뿐만 아니라 청소년 활동가, 노동조합 활동가들 까지 함께 운동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자신들의 실천을 도출하는 중요한 자리로 틀을 굳히고 있다. 올해 행사의 경우는 규모 면에서도 많이 확대 됐는데 4일 동안 1500여 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강연과 관련해서는
운영적 측면에서 여러 강연이 동시에 진행되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딜레마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정세적, 운동적 쟁점들을 다루고자 하다보니 강연이 초기 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도 뭘 들어야 할지 선택에 대한 행복한 고민이 생긴다..
다함께는 올해 삼성 박사학위 수여사건으로 여론의 집중을 포화를 받기도 했는데..
다함께 소식지에 보면 다윗이 어떻게 골리앗을 이겼는가에 대한 삼성 재벌과의 싸움에 대한 글이 있다. 삼성 박사학위 사건 이후 다음날 9개 일간지에 일제히 ’학생’들을 비난하는 사설이 게재됐다. 학내에서 총학생회 퇴진 흐름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좌절 시켰다. 이는 통쾌한 승리였다. 그렇게 이겼기 때문에 요번의 전쟁과 변혁 행사도 고려대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반기 반전운동과 관련해서
현재 미국이나 영국에서 철군에 대한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이런 철군에 관한 다양한 얘기들은 위기에 대한 반영이다. 위기가 심화되면 감군 계획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는 한국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간 동아에서는 1000여명을 줄이자는 얘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의 파병연장에 대한 국회 동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반전 12월 17일 이라크 파병 연장 반대 평화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신디 시핸씨의 투쟁으로 미국 내 반전운동이 다시 불붙고 있는데, 오는 9월 24일 한국과 미국과 영국 파병 3개국의 동시다발 반전 투쟁이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의 반전연대체인 ANSWER(Act Now to Stop the War and End Racism)와 평화정의연합 등의 단위에서 준비하고 있고, 런던에서도 Stop the War가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강연 내용은 다 좋아서 선택할 수가 없는데, 이번 행사의 경우는 놀이방을 자랑하고 싶다. 육아에 묶인 활동가들이 토론과 논쟁에 참가하지 못하는 현실에 착목해 놀이방을 진행하고 있고,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사실 첫 해에는 못 미더웠는지 아무도 안왔었다. 작년 부터 아이들이 왔고 올해는 아이들이 북적 북적 하고 놀이방 이용도 훨씬 늘었다. 나름대로 흐믓하다.
2005년08월22일 14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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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4일간 2005 전쟁과 변혁 진보포럼 진행, ’반전운동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