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이나 시리아를 폭격할까?
알렉스 캘리니코스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에 직면해 있던 부시 정부에게 최근 두 가지 작은 희소식이 있었다.
첫째는 지난 2월 레바논 전 총리 라피크 하리리 암살에 시리아 고위 관리들이 연루됐다고 밝힌 유엔 보고서였다. 둘째는 이란 대통령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가 이스라엘이 "지도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었다.
두 사건 모두 이라크 너머로 정권 교체를 확대하고 조지 W 부시의 ‘민주주의 혁명’을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려는 신보수주의 계획에 이렇게 저렇게 도움이 됐다.
이스라엘은 내심 아흐마디네자드의 말을 환영했다. 그 말 덕분에 아리엘 샤론 정부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이란 정권의 핵 프로그램을 용인해서는 안 되고 이란 정권을 군사적으로 제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더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가장 호전적으로 반응한 사람은 토니 블레어였다. 그는 아흐마디네자드의 연설이 "[중동]의 일부 지역에서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 주는 "망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란에 대한 조처를 언제 취할 것인가?"
실제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는 블레어의 반응 ― 그리고 다른 서방 정부들의 반응 ― 이 단지 인기를 끌기 위한 행동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국제 사회’가 시리아나 이란을 공격할 현실적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둘 가운데 시리아가 공격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듯하다. 중동 지도를 살펴보면,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미국 점령하의 이라크 사이에 끼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분적으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시리아의 바사르 알-아사드 정권이 서방의 반응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리리를 암살할 만큼 어리석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매우 힘들다.
경제제재
그러나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든 (그리고 시리아 정보기관이 음험한 집단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아사드 정권은 미국과 프랑스 ― 시리아와 레바논의 옛 종주국 ― 의 현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즉시 군사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왜냐하면 이라크 수렁에 너무 깊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은 주로 알라위 파 무슬림 ― 시리아 인구 가운데 소수 ― 에 속한 군장교들을 중심으로 한 협소한 집단에 기반해 있다.
경제제재, 군사 행동 위협 등의 외부 압력에 더해 서방 외교관들이나 첩보원들이 시리아 정권 인사들을 매수·회유하는 것만으로도 아사드 정권을 약화시키는 데는 충분할지 모른다.
이란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아흐마디네자드를 시아파 성직자 주류 세력 ― 이란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단일 집단 ― 이 키운 인물로 본다.
그러나 아흐마디네자드는 지난 6월 치열했던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62퍼센트를 득표했다. 그는 혁명수비대와 그 밖의 다른 국가 기구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아흐마디네자드는 이란의 대다수 빈민들의 대변인인 양 행세하는 것에 기초한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아주 어리석은 신보수주의자만이 이라크보다 훨씬 크고 인구도 많은 나라인 이란을 침략하고 싶어하고, 아사드 정권과 달리 여전히 대중적 기반을 입증할 수 있는 이란 정권을 전복하려고 기도할 것이다.
어리석은 신보수주의자들은 많지만, 워싱턴에서 그들이 우세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상황이 부시에게 너무 불리해져서 그가 또 다른 중동 전쟁을 이런 곤경의 원인이 아니라 탈출구로 여기게 되지 않는 한은 말이다.
더 가능성이 높은 일은 미국이 아흐마디네자드의 연설을 이용해 유럽연합과 러시아, 중국을 대이란 강경 정책 ― 예를 들면 경제제재 ― 대열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가 시작된 듯한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부시와 블레어가 이라크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손쉬운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