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감금’ 사건 – 제자를 끝까지 외면한 ‘스승’
4월 5일 본관을 방문한 학생들은 교수들을 감금한 적이 없다. 학생들은 학생처장에게 요구서를 받을 것을 요청했을 뿐이다.
사실, 학생들이 정중히 요구서를 전달했을 때 학생처장이 받기만 했어도 “학생들이 박수치면서 보내드릴 수도 있는 상황”(조재종 보건대 학생회장)이었다.
그러나 학생처장은 종이 한 장 받으려고 하지 않았고, 보건대 학장은 보건대 학생들에게 “보건대는 폐교된 것이지 통합된 것이 아니다”라는 막말을 했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집회에 참여해 본 적도 없었던 보건대 학생들이 17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요구했지만 교수들이 끝까지 외면한 게 사태의 본질이다. “다른 처장님들은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을 비집고 들어오시더니 그냥 앉아 계시더라고요.”(조재종 보건대 학생회장)
농성 중에 학생들은 시종일관 처장들에게 정중하게 대화를 요청했고, 물과 자비를 들여 산 식사를 제공했지만, 처장들은 학생들에게 “미친 것들 아냐!”, “지랄한다”는 등 각종 욕설을 퍼부으면서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역겹게도 4월 6일 새벽 언론사가 취재하러 오자 학생처장은 “장소가 뭐가 중요하겠니, 너희들과 대화할 수 있다”며 태도를 싹 바꿨다.
“근데 어이없는 것은 이렇게 대화하는 동안에 학생들을 징계하겠다는 공지가 학교 사이트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겁니다.”(조재종 보건대 학생회장)
진정으로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인”(〈담화문〉) 짓을 저지른 것은 엄살장이 처장들과 어윤대 총장이다. 이들이 담화문에서 약속한대로 “스스로 살을 도려내는”(〈담화문〉) 반성과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학생들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보건대 학생에 대한 차별
고려대학교 당국은 작년 10월말 학생들과 제대로 된 합의도 없이 병설 보건대 통합을 결정했다.
어윤대 총장은 통합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보건대 학생들을 “고대 구성원”이라고 부르며, 원하는 학생들에게 학사 코스를 이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통합 후에 보건대 학생들은 가장 기본적 권리인 수업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교양과목 개설은 대폭 줄었고, 원하는 과목의 재수강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군대 문제 등으로 휴학하고 복학했을 때 남은 커리큘럼의 이수 방법도 불분명한 상태다.
안암 본교와 정릉 캠퍼스 사이의 셔틀버스 운행 여부, 고려대 본교로 입학한 보건대 신입생을 위한 과방 등의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3월 22일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학생처장을 찾은 보건대 학생회장에게 “너는 내 관할이 아니다”며 모욕을 줬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보건대 학생들에게도 본교와 똑같이 등록금 6퍼센트 인상을 적용했다.
어윤대 총장은 ‘CEO’총장답게 기업 인수·합병처럼 보건대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재벌 기업들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공장과 기계만 인수하고 노동자는 해고하듯이 어윤대 총장은 보건대 학생들을 저버렸다.
어윤대 총장은 기업주들이 원청·하청 노동자를 이간질하듯이 안암·정릉 학생들을 이간질했고, 하청 노동자들을 차별하듯이 보건대 학생들을 차별했다.
보건대 학생들은 고려대 학생들과 함께 총학생회를 건설하고 투쟁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고 했고 다른 고려대 단과대 대표들과 총학생회 선관위는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보건대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준다면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 이렇게 학내 거의 모든 학생 자치기구를 무시한 학교 당국이 “학생자치활동 보호”(〈담화문〉)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4월 5일 보건대 학생들과 이들을 지지한 고려대 본교 학생들이 투표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학교 본관에 찾아간 것은 더 이상 부당한 차별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함께 대학생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