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당국의 징계 조치가 진정 노리는 것
고려대학교 당국은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교육자로서의 책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스운 일이다. 어윤대 총장 취임 뒤 고려대 당국은 “교육자로의 책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왔다.
어윤대 총장은 총장 취임 직후 “고려대라는 이름만 남기고 다 바꾸겠다”고 말했다.
“교수가 안 됐으면 CEO가 됐을 것”이라던 어윤대 총장은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는 것으로 자신의 못 다한 ‘꿈’을 대신했고, 학교 운영에 ‘기업 경영 마인드’를 적극 도입했다.
학교는 기업의 ‘영업장’이 됐다. 스타벅스·던킨도너츠·맥주 바 ‘위하고’가 들어섰고, 해마다 ‘기업 – 대학 공동포럼’을 열어 교육에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도록 했다.
LG전자는 ‘주문형 석사 제도’를 통해 학생 선발권, 교과목 설계권, 계약 교수 파견권을 행사하고, 경영대에는 ‘삼성SDI 말레이시아의 현지화’가 전공필수 과목 수업 내용에 포함됐다.
또, 학교를 방문하는 ‘기부자’들을 위해 붉은 카펫을 깔고 호텔급 대접으로 떠받드는 것은 물론, 막대한 기부금을 낸 기업들에게 건물 이름을 선물했다.
지난해 5월 정경유착·편법 상속·노동 탄압의 ‘대명사’인 삼성 이건희에게 명예 철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이러한 친(親)기업적 행태의 절정이었다.
반면, 대학이 기업의 요구에 종속될수록 학생들의 요구와 바램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건물은 늘었지만 학생들은 기존 자치공간에서 쫓겨났다.
어윤대 총장이 기업 기부금 유치를 자랑하지만, LG·포스코·삼성·하나은행 등의 기업 기부금이 들어오는 동안에도 등록금은 계속 올랐다. 어윤대 총장은 “최소한 1천5백만 원의 등록금은 받아야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기업의 요구에 따라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조치들 ― 토익 졸업 제한제, 상대평가제 등 ― 이 강화됐다.
공격
4월 5일 본관 농성 참가자에 대한 징계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혁과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짙다.
따라서, 본관 농성 참가자들에 대한 학교 당국의 징계 시도는 전체 학생들의 민주적 권리에 대한 공격이다.
성균관대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2000년 등록금 투쟁 당시 성균관대 당국은 대학 본부 점거에 참가한 학생들에 대해 대학 교육 역사상 유례없는 대량 징계를 내렸다. 4명에게 출교 조치가 내려졌고, 18명의 학생회 간부들에게 제적·무기정학·유기정학 등의 징계가 내려졌다.
지금 성대에서는 재단이 학내 모든 교수들의 성향을 수집하고, 학생들의 시위 참여와 사회 비판적인 선전물에 대해 사찰을 벌인다.
심지어 학내 잔디밭에서 집회를 할 수 없도록 입구에 언덕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버렸다.
삼성그룹[성균관대 재단 이사 가운데 삼성 관계자들이 많다] 이건희 부자의 변칙 증여세습을 풍자하는 만화가 실렸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만든 교지 〈성균〉 5천 부 전량이 배포 시작 두 시간 만에 강제 회수된 일도 있다. 이 후에도 대학 당국은 편집장 선출권을 빼앗고, 교지 발행마저 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신문사·방송국·영자 신문사의 경우 ‘학교 부속 기구’라는 이유로 학생들은 편집 자율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대 당국의 이번 징계 시도를 막지 못한다면 고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학내자치활동 억압이 확대되고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편도 가속화할 것이다.
따라서, 학내자치활동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통제에 반대하는 모든 학생들은 본관 농성 참가자들을 방어해야 한다.
다함께 대학생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