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지난 달 고려대 당국이 학생들에게 가한 출교 결정을 기억할 것이다. 고려대 안암 캠퍼스 학생들은 보건대 학생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맞서는 운동에 연대하다 강도 높은 탄압을 받았다.
고려대 당국의 마녀사냥과 달리, 당시 정황은 일방적 ‘감금’이 아니었다.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요구가 적힌 진정서 한 장 받기조차 거부하면서 대치했던 상황이었다.
사실 교수들을 ‘감금’하여 교권을 침해했다는 것은 탄압을 위한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했다. 정작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보건대 학생들이 아니라, 19명 전원 안암 캠퍼스 학생들이었다.
특히 출교 당한 7명의 학생들은 작년부터 이건희 박사 학위 수여 저지 시위에 대한 마녀사냥 반대 활동, 등록금 투쟁 및 학생 자치권 탄압 반대 투쟁과 강의실 성희롱 발언 교수 퇴출 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이었다. 고려대 당국은 ‘교권 살리기’를 빙자하여 고려대의 신자유주의화·권위주의화에 맞서 가장 헌신적으로 싸운 학생들을 희생양삼은 것이다.
출교 사태가 벌어지자, 다른 대학들도 호기를 맞은 양 도미노처럼 탄압의 칼날을 빼들고 있다. 동덕여대 총장 손봉호는 총학생회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총학생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작년 1차 조사에 이어 올해 2차 조사 결과도 선거 부정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연세대 학생들은 등록금 투쟁 과정에서 재단 이사회에 들어가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징계 위협을 받았다. 항공대는 등록금 투쟁 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14명이 징계를 받았고, 중앙대·전남대 등에서 등록금 투쟁에 대한 탄압 위협이 가시화됐다. 이화여대에서는 학내 부착 게시물 검열과 징계 강화 내용을 담은 학칙 개악을 단행했다. 단국대는 캠퍼스 이전 반대 투쟁을 주도하는 학생회 활동가들을 징계할 태세다.
최근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교권’을 빙자한 탄압은 등록금 인상과 대학 구조조정에 맞선 학생들의 저항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대학은 ‘자유·정의·진리’는 간 데 없고 기업에 의한 종속과 권위주의만 더 강화되고 있다.
다행히도 고려대 학생들을 비롯한 여러 대학 학생들이 이러한 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5월 30일 탄압에 맞서 싸우는 학생들의 연대 집회가 열린다. 진정한 ‘자유·정의·진리’를 바라는 학생들은 부당한 탄압에 맞서 싸우는 학생들과 함께 연대하자!
학생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학들과 탄압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교육부에 함께 항의하자!
2006년 5월 25일
‘다함께’ 대학생 모임
일시: 5월 30일(화) 오후 4시
장소: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교육부 앞(집회 후 명동까지 행진)
주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