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항 세력의 자신감과 연대가 흘러넘친 카이로회의 개막식
안형우 ‧ 이종길(카이로회의특별취재팀)
“시대가 우리[반전 운동 세력들]를 더 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개막식 사회자의 연설로 ‘시온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6차 카이로회의’가 개막했다.
사회자는 연대의 인사로 카이로회의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저항하는 카이로,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카이로의 중심에서 카이로회의 참가자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시온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분들, 중동의 해방을 위해 활동하시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이번 카이로회의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 위기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에 맞선 하마스의 영웅적 투쟁이 벌어진 직후에 치러져 한 데 모인 다양한 반제국주의 저항 세력들이 한껏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독하게 억압적인 무바라크 군사독재 정부 치하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집트의 노동자, 농민, 학생들의 강력한 투쟁 의지의 표출도 개막식 연설의 백미였다.
지난 5차 카이로회의 회의보다 더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고, 카이로 대학이나 헤르완 대학 등에서 온 학생 활동가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었다.
시대
첫 번째 연설자는 우선 “하마스에게 각별히 연대의 메세지를 보낸다”고 말했고, 이에 많은 이들이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하마스는 이집트 당국의 입국 금지 조처로 이번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무슬림형제단 ‘최고지도자’는 “미국이 이라크 점령 위기와 … 점령에 수반된 막대한 전쟁비용, 그리고 세계적 경제 침체로 위기에 빠졌고, 세계 곳곳에서 부시를 지지하는 정권들이 패배하고 있는 지금 국제적인 저항 세력들이 공세를 해야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세계경제 위기에 맞닥뜨려 평범한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전체 무슬림의 일부로서, 그리고 세계 인민의 일부로서 미국 제국주의와 시온주의에 맞서 싸워왔다”며 미국과 전 세계 피억압 민중이 그들의 연대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에 연대하는 한 활동가는 “이스라엘 창립 50주년은 팔레스타인 억압의 50주년”이며 따라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들은 미국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에 맞서 싸울 권리가 있으며, 이 투쟁의 궁극적 승리를 위해 국제적 연대가 더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저지연합’을 대표해 나온 존 리즈는 무바라크 정권에 의해 군사법정에 서게 된 40명의 진보 운동가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내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카이로회의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영국을 방문해 영국의 반전 운동에 영감을 준 사례를 얘기하며 카이로회의가 국제 운동의 확산과 연대 구축을 위해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인권을 위한 아랍위원회’ 소속의 한 NGO 활동가의 주장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녀는 “시민사회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맞서 싸워야”하며, 미국 정부가 “비밀스런 수용소”에서 자행하는 물고문 등 “인권 침해의 세계화”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파야’ 운동 활동가는 “우리는 이라크 무장 세력을 지지해야 하며, 무바라크에 맞서 정치적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 제국주의와 무바라크에 맞선 운동의 ‘단결’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무슬림 공동체 활동가는 카이로회의에서 단지 회의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해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고, “점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운동을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
남편과 아버지가 모두 무바라크 정권에 의해 구속된 한 연사는 “나는 단지 잡혀간 남편과 아버지만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의 존엄과 해방을 위해 나온 것이다” 하고 말해 많은 참가자들을 고무시켰다.
한국에서 참가한 파병반대국민행동 활동가도 개막식에서 연설했다. “무바라크의 민주주의 억압과 신자유주의 독재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집트 노동자 투쟁을 지지한다. … 우리는 조지 부시와 그 일당의 제국을 무너뜨리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저항과 함께 할 것이다.”
그는 한국의 반전 시위대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한 것에 항의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항의했음을 알렸다.
노동자 투쟁과 연대 정신
이번 카이로회의 개막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사회주의자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정치 경향의 연설자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이집트 노동자들의 투쟁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또 이러한 주장들이 청중들의 공감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이집트에서는 8백 건 이상의 파업이 벌어질 정도로 노동자 투쟁이 활발했다. 특히 마할라 노동자들의 투쟁과 세금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초점으로 다뤄질 듯하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혁명가 토니 클리프는 항상 이집트 노동계급이 중동 전체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이집트 노동계급은 중동 변혁을 이끌 전위가 될 수 있다” 하고 연설했다.
이집트 학생들도 교육조건 개선 투쟁에 나서고 있다. ‘학생사회주의자’의 한 활동가는 “노동자·농민·학생의 투쟁을 연결시키는 것은 단결을 이루고 지배자들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무슬림형제단의 개방성과 연대 정신은 올해에도 돋보였다. 무슬림형제단의 청년들은 자신들을 소개하고 연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4개 국어로 된 리플릿을 들고 돌아다니며 전 세계 참가자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며 국제 반전 운동의 다양한 정치 경향들에 말 걸기를 시도했다.
한 이집트 노동당원도 “무슬림도 비무슬림도 반제국주의 투쟁에서 함께할 수 있다. 서로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공통의 목표를 향해 얼마든지 단결할 수 있다”며 이번 카이로회의에 넘쳐나는 연대 정신을 보여 주었다.
존 리즈의 말처럼 “6년 전에 이 회의가 이토록 다양하고 많은 국제 반전 운동 세력이 참여하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카이로에서 시작한 운동이 세계의 다른 지역의 운동을 고무하고 있고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또 이 운동은 1970년대 이래 최대 규모의 노동자 투쟁과 만나고 있다.”
카이로에서 새로운 시대의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관련 글·사진 더 보기
└ [3월 27일~28일] 시온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6차 카이로회의(1)-개막식
└ [3월 29일] 시온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6차 카이로회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