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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 87호 (발행일 : 2008-05-19 / 입력일 : 2008-05-15 )
장관 고시는 이명박 탄핵 고시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거듭되는 말바꾸기, 거짓말, 우기기 등이 사람들의 분노를 돋우고 있다. 여기에 “치명적 실수” 또는 “치명적 거짓말”까지 폭로됐다. 온 국민을 영어 몰입 교육으로 몰아넣으려던 ‘어린쥐’ 정권이 영어 해석을 잘못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지지율은 심지어 한 조사에서는 17.6퍼센트로 나왔다. 거의 통치 불가능 수준이다. 미친듯이 이명박을 옹호하던 조중동마저 ‘협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슬슬 발을 빼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우파인 이회창과 박근혜조차 등을 돌린 지 오래고 한나라당과 정부 내에서도 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도 ‘정책연대 철회’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파업’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1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개정안 고시(장관고시)를 일단 연기했다. 그러나 기껏해야 며칠 숨돌리며 김빼기를 한 후에 다시 고시를 강행할 듯하다.
국민의 80퍼센트가 넘는 반대 의사를 거스르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공포감과 불만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미국 육류업자들과 대한민국 1퍼센트 특권층 ─ 특히, 삼성·LG·CJ 같은 유통재벌 ─ 의 이익을 위해서다. 이를 위해 다수 국민의 생명과 건강쯤은 간단히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영어 ‘몰입’ 교육, 건강보험 무력화 같은 공공서비스 사유화 등으로 커다란 불신을 받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여기에 불신 항목 하나를 추가한 것이고, 이 문제를 계기로 대중 행동이 폭발했다.
식품 안전 문제는 기업 세계화 반대 운동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다수 사람들의 건강이 무차별적으로 위협당할 수 있다는 것은 끔찍한 공포이기 때문이다. 2000년에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기업 세계화 반대 운동(대안세계화 운동이라고도 부르는)도 그 시작은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식품 기업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반대였다.
복수
7∼10일 후라도 정부가 장관고시를 한다면 분노에 찬 대중 행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장관고시는 반이명박 정서라는 “기름밭 위에” 던져질 성냥불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이명박 탄핵” 요구가 시위 참가자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2004년 한나라당의 반동적 탄핵 시도에 대한 대중의 멋진 복수이자, 반이명박 정서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주는 징표이다.
지난 주부터 촛불시위를 이끌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번 주에는 날마다 집회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자 대중의 요구에 대한 민주적 반응이다.
지금 대중 행동의 폭발에 이명박 정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의 정치적 상표처럼 돼 있던 이른바 “추진력”은 이미 그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대중적 항의에 직면해 한반도 대운하와 영어 ‘몰입’ 교육 계획은 좌충우돌과 오락가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1퍼센트 특권층만을 위한 이명박의 친기업적 “추진력”에 확실하게 제동을 걸자.
우리가 이명박 정부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시위 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면, 더 많은 대중 행동이 일어난다면 장관고시는 이명박 정부 탄핵 고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아니라 대중 행동에 의존해야
민주당이 대중의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로부터 이득을 챙기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지금 달려 가고 있는 길을 닦은 장본인이다. 집권 10년 동안 민주당이 닦은 길은,
● 한미FTA 타결을 위해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 ● 고등학생들을 미쳐 버리게 만드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 내신, 논술) 설치 ● 대학 등록금 두 배 인상 ●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한국 군대 파병 ● 비정규직을 5백만 명에서 9백만 명으로 늘리기 등등.
지난 10년의 경험은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맞서 진보적 개혁을 추진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수소에게 젖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무망한 일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현실성’과 ‘단계적 접근’을 내세워 민주당에 의존하거나 민주당과 협력해서 이명박에 맞서자는 일부의 주장은 위험한 것이다. 이런 관점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당에 청원하거나 압력 넣기식 집회를 하자는 주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2004년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 입법 투쟁 때도 민주당(당시 열우당)은 대중 행동을 민주당에 압력넣기로 제한하던 사람들을 철저히 배신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재벌과 자본가들에게 계급적 기반을 둔 민주당은 일관되게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반대할 수 없다. 따라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로 결집한 반(反)이명박 운동 진영은 지금의 대중 행동을 더욱 크고 강력하게 발전시키는 것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더구나, 고시를 연기한 이명박은 시간을 벌며 탄압과 책략을 통해 운동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의 책략과 탄압에 맞서며 대중 행동 지속과 확대에 주력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미친 소 수입 저지 ― 노동계급이 열쇠를 쥐고 있다
한수영
이명박의 광우병·민영화 ‘대국민 마루타’ 정책은 부시·재벌·조중동 같은 소수 지배자들에게만 이익이 된다. 평범한 다수 대중에게는 큰 피해와 재앙만 준다.
흔히 지배자들은 ‘국익’이라는 개념으로 이런 진실 ─ 계급으로 나뉜 사회 ─ 을 은폐한다. 또 지배자들은 틈만 나면 정규직 노동자를 ‘노동귀족’, ‘철밥통’이라며 특권층처럼 묘사해 피억압 대중과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켜 왔다.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 “국민의 발을 묶는 파업”이라며 매도해 왔다. 대다수 조합원들과 상관없는 일부 노조 상층 간부층의 비리를 찾아내 노동운동 전체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이간질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 쇠고기 하역과 수송을 거부하고 나선 운수노조 웹사이트에는 “감동받아 눈물왈칵”, “킹왕짱! 간지작렬!”, “사랑합니다” 등 운수노조 예찬론이 무려 수천 개나 쏟아졌다. 이명박 미니홈피는 항의 폭주로 폐쇄됐는데 운수노조는 지지 폭주로 다운됐다. 지난해 광우병 쇠고기와 한미FTA 반대 파업으로 뭇매를 맞았던 금속노조가 올해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 투쟁을 선언하자 “힘 있는 금속노조가 싸워 주니 든든하다”며 지지글이 쇄도하고 있다.
평상시에 운수노동자들이 무엇을 운반하는지, 금속노동자들이 어떤 종류의 물건을 만들어 내는지 관심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꼭 필요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공기’ 같은 존재다. ‘공기’ 없이 살 수 없듯 공장, 사무실, 부두, 항만, 공항, 병원, 학교, 백화점 등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멈추면 이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
지배계급은 노동자들을 쥐어 짜내 얻은 이윤을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 쏟아 붓거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쓴다. 시장의 존재와 기업 간·국가 간 경쟁이 노동계급을 더 착취하게끔 만든다.
기업주는 노동자를 고용해 착취하지 않으면 공장이 아무리 크고 원자재가 쌓여 있어도 이윤을 뽑아낼 수 없다.
이처럼 이윤의 원천이 착취된 노동이라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않고서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계급이 이윤 체제를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공기
노동계급의 잠재된 힘은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더 강력해져 왔다.
한국만 하더라도 삼성·현대·LG 등 몇몇 기업이 국내생산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노동자들이 더 큰 기업에서 더 많은 동료들과 일할수록 투쟁의 파괴력도 그만큼 커졌다. 노동계급은 대규모 작업장에서 분업과 협업에 기초한 생산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집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받는다.
때문에 지배자들이 현대차·기아차 노동자 파업을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막대한 손실이 두려워 파업을 앞두고 양보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2003년 5월 물류를 마비시킨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은 막강한 힘으로 경유가 인하와 노동자 지위 인정 등 핵심 요구를 쟁취하고 정부를 주저앉혔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치적 요구를 쟁취하는 데도 빛을 발한다. 2006년 프랑스에서는 최초고용계약법 ─ 26세 미만의 청년들을 고용할 경우 2년 안에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든 법 ─ 에 맞선 청소년과 대학생 들의 투쟁에 연대해 조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마침내 정부를 굴복시켰다.
한국에서도 87년 6월 민주화 항쟁에 ‘넥타이 부대’ 등 노동자들의 대대적 참가는 군부독재를 물러서게 만들었고, 이어진 7~9월 노동자 대투쟁은 쿠데타 등을 통한 군부독재 부활 시도를 꿈도 못 꾸게 만들었다.
따라서 광우병 쇠고기 저지라는 정치적 요구는 노동계급의 투쟁과 결합될 때 쟁취할 수 있다. 또,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물가에 맞서서 임금 인상과 고용안정 등을 내건 노동자들의 정당한 경제적 요구와 투쟁도 지지해야 한다.
모든 부문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와 전 사회적 요구를 결합시켜 다 함께 투쟁에 나설 때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보다 강도 높고 조직적인 투쟁에 돌입”하기로 한 것은 기쁜 일이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감당할 수 없는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운수노동자들이 물류를 멈추고, 교사노동자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금속노동자들이 공장을 멈출 때, 막나가는 이명박 불도저와 그의 정신 나간 정책들도 멈춰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