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6월 24일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불법 폭력 시위는 엄격히 대처”하겠다며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 이로써 이명박이 청와대 뒷산에서 “뼈저린 반성”은커녕 야비한 꼼수와 반격만 궁리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지난 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촛불 항쟁은 기적을 만들어 왔다. 대표적 보수 논객인 중앙대 교수 이상돈은 촛불집회를 보고 “보수는 이제 마지막으로 패배하고 있다”며 이명박 퇴진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6월 10일 1백만 촛불은 취임 4개월 만에 이명박 퇴진 가능성을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조선일보〉도 촛불 항쟁이 “국가간 공식 협정을 사후에 바꾸도록 했[고] …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게 만들었고, 청와대 참모진을 출범 1백17일 만에 무너지게 [했고] … 대통령은 대운하를 포기했고, ‘수도·가스·전기·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썼다. 물론 이런 것들은 대부분 시간벌기용 사기극이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수입하지 않겠다는 말은 “촛불이 꺼질 때까지”만 수입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대운하와 물·전기·가스·의료 민영화도 “촛불이 꺼질 때까지” 유보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촛불 항쟁은 6월 10일 1백만 결집을 발판으로 더 과감하게 전진해야 한다. 대운하, 경쟁 교육, 방송 장악, 물가 인상, 민영화 등의 배후이고 쇠고기 재협상조차 거부하는 이명박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호한 투쟁에 나선다면 촛불은 더 크게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러나 운동 내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대의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하고, 제도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머뭇거린다. 이처럼 숨을 고르는 사이에 이명박과 우파는 반격을 시작했다. 소설가 이문열이 촛불 “내란”에 맞선 “의병”을 선동한 후 우익 단체 회원들의 폭력적 난동이 뒤따랐고, 언론·인터넷 통제 조처가 강화됐다. ‘불순한 운동권’과 ‘순수한 시민’이라는 이간질도 다시 시작됐다. 특별 기자회견과 추가협상이라는 대국민 사기극 이후,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는 “여론이 극적 반전되고 있고 … [곧] 쇠고기 정국이 종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이명박의 신공안정국 조성 시도와 고시 강행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더 밀리면 정권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한겨레〉와 인터뷰한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절박함도 깔려있다. 극우파 조갑제는 “이명박의 인천상륙작전”에 환호하면서도 “섣부르게 했다가는 역공을 당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의 소나기가 그쳤다’는 것은 이명박의 착각이거나 희망 사항일 뿐이다. 6월 21일 10만 촛불은 촛불 항쟁의 잠재력을 다시 보여 줬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친 이명박이야말로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미친 정부와 정책들에 맞서는 것은 자유국가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이제 고시 강행을 신호로 거대한 촛불의 바다와 함께 노동자 파업이 거대하게 몰아쳐야 한다. ‘747’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서민경제 파탄만 낳은 이명박에게는 ‘7.4퍼센트 지지율에 7월 조기 퇴진’이라는 새로운 ‘747’만이 정답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