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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와 계급투쟁:
상층의 위기가 기층의 투쟁을 고무하고 있다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책갈피)의 저자인 조셉 추나라가 경제 위기와 계급투쟁의 상관 관계를 설명한다.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의 연차 총회장에는 비현실적 분위기가 감돌았다.

영국의 반긴축 시위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채 논의가 해결책 합의에 실패하다’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그리스 국가부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무수한 밀담들이 오갔지만, 공식 입장은 디폴트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서없는 얘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두 수석 대표는 “미국처럼 아무런 계획도 없는 것과 시장의 신뢰를 잃은 유럽식 계획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따져 보자” 하고 농담했다.

2008년에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으려고 취한 조처 덕택에 위기 해결에서 국가가 중심 무대를 차지하게 됐다. 국가가 문제 해결에서 보인 무능력과 그 과정에서 쌓인 부채는 이제 우리의 통치자들 사이에 격렬한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의견 대립 가운데 일부는 7월에 수립된 2차 그리스 구제금융 계획을 승인하는 문제와 관련 있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4천4백억 유로 지원 방안을 통과시키자면 야당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비슷한 힘든 표결이 다른 유로존 의회들에서도 잇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애물들을 걷어내더라도, 지원 액수가 너무 적다는 점은 이미 명백하다. 특히 그리스 부채 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경제로 번질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벌어지면 은행들이 더 크게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다. 은행들은 구제 계획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며 이런 요구를 맞받아쳤다.

이처럼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위기를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2007~2008년의 금융 붕괴는 더 깊숙한 문제를 반영했다. 무엇보다도 자본가들의 이윤율이 1980년대 초반에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뒤로 이윤율이 부분적으로 회복됐지만, 이 회복은 노동자들을 더 혹독하게 쥐어짠 덕분이었고 이러는 사이에 금융 투기와 부채 늘리기가 체제의 주요 자극제 구실을 했다.

이것으로도 자본주의를 더 굴러가게 할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근본적인 문제[낮은 이윤율]가 다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우리의 통치자들이 풀기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한 이유는 바로 이처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반긴축 시위대가 점거중인 한 건물에 “모두 거리로 나서자. 우리의 삶을 우리의 손으로 개척하자” 라는 배너가 걸려있다.

그 결과 상층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이것은 기층 대중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위기는 대중이 행동에 나서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대중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지배 사상이 얼마나 일관되는가를 포함해 몇 가지 요소가 앞으로 벌어질 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기가 착취하는 사람들한테서 어느 정도 동의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체제가 명백히 통제 불능인 상황에서는 이런 동의가 손상된다.

함의

그런데 지금 자본주의가 당연히 제공하리라고 여겨 온 기초적인 것들조차 위협받고 있다. 주가는 최근 몇 주 동안 가파르게 떨어졌다. 많은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이런 사태가 뜻하는 바는 자신들이 챙겨둔 연금이나 소액 저축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2008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짧은 고통의 기간이 지나면 우리의 통치자들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그런 통념을 믿는 사람은 훨씬 적다.

위기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을 결정할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싸움에 나설 자신감이다. 적어도 영국에서는 그런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러므로 2008년에 투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시 이 지점에서 위기의 형태가 중요한 의미를 띤다. 지금 벌어진 것과 같은 심각한 위기가 앞으로도 질질 시간을 끌며 여러 국면들을 거치게 될 것이다. 각각의 전환점은 노동자들의 분위기를 바꿀 잠재력을 창출한다.

1929년 월가 주가 폭락 이후 미국에서 중요한 투쟁이 일어나기까지 4년이 걸렸고, 프랑스에서 대중파업이 발전한 것은 또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서였다. 우리가 위기의 처음 충격에서 회복하기 시작한 지 이제 3년째다.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최종 요소는 바로 우리 지배자들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보수당 총리 마거릿 대처는 한 번에 한 노동자 집단만을 공격해 각개격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데이비드 캐머런은 연금과 임금 문제를 두고서 노동자 전체를 공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것은 직장에서 정치의식이 덜 발전한 사람들마저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행동에 나서면서 생각이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