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진퇴양난에 빠져 헤매는 이명박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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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정부들보다 1년이나 먼저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정부가 계속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오세훈이 불을 댕긴 복지냐 반복지냐의 한판 승부에서 참패한 후 레임덕이 한층 더 앞당겨진 상황에서, 연달아 터지는 측근 비리가 그것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무게중심인 경제가 빨간불이다. 환율이 오락가락하고 주가가 널뛰는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를 둘러싸고 지배계급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것이 레임덕의 진정한 배경일 것이다.
이미 긴축으로 방향을 잡은 내년 예산에서도 나타나듯이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아무런 책임 없는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고 있다.
영화 〈도가니〉에 대한 대중적 호응이 이렇게 큰 이유도, 가진 자들이 힘 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이명박 정부 하의 부정의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징조가 좋지 않다”
이 상황에서 우파들은 우파적 정책을 포기할 수도 없고, 계속 밀고 나가자니 선거가 불안해지는 진퇴양난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박근혜로서도 내년 총·대선의 시금석이라고 불리는 10·26 재보선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만, 적극 뛰어들었다가 패배하면 대세론이 무너지는 모순에 처해 있다. 그래서 “분명히 도울 것이다. 그러나 움직이더라도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선거운동에 스며들어 가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반발을 낳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과 친박 진영이 대선과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성향 유권자의 표를 얻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면,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이념에 충실한 전통 지지층의 신뢰는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도 함께 고민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앞장서서 청구한 보수단체들은 이석연을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한 바 있다.
그러나 이석연의 더 선명한 보수 정체성 내세우기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지지율 3퍼센트를 헤매던 이석연은 ‘나는 보수가 아니고, 무상급식을 확대할 수 있다’며 횡설수설하다가 나경원 지지 선언도 하지 않고 사퇴해 버렸다.
결국 이도 저도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결국 총 맞아 죽었고, 그 부인 육영수 여사도 총 맞아 죽었다 … 이명박 대통령도 굉장히 징조가 좋지 않다”(경기지사 김문수)는 냉소적 한탄만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진정한 기반이 재벌과 기업, 우파에 있기 때문에 진퇴양난 속에서도 친기업·반노동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쟁점인 무상급식 문제에서도 한나라당은 결국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온갖 기회주의적 타협으로 대세론을 지키려는 박근혜의 정책 역시 전면 무상급식이 아니라 “지자체 사정에 따라” 하자는 것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벌써 “박[원순] 후보는 촛불 사태 때 가두를 선동했고 이념도 불분명한 불안정한 후보”, “검증 안 된 길거리 시민운동 세력”이라며 낡은 색깔론을 펼쳐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나라당의 패배는 진보적 대중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운동은 그 자신감을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투쟁으로 연결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