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을 가로막는 더러운 ‘거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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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신년사에서 “지금 겪고 있는 이 진통은 새로운 정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썩어문드러져서 악취가 진동한다는 점에서는 거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체 정화 능력이 없어서 나라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때 비리 혐의 당사자인 민주당 박주선과 한나라당 박명환은 신상발언을 통해 “정의는 숨기거나 잠시 가릴 수 있어도 영원히 지울 수는 없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큰소리쳤다.
올해 예산을 통과시키면서도 국회의원들은 취업 지원 예산과 인권단체 지원 예산은 삭감하고 자신들을 위한 활동비, 국외여비, 매식비 등은 무려 2백35억 원이나 늘렸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제안한 정치개혁안 ‘생선’을 받아쥔 ‘고양이’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것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난도질했다.
정개특위 안에 불법·부정 선거로 선관위의 주의·경고와 조사를 받은 의원이 3명이나 들어 있다. 이런 자들이 주도해, 돈 선거와 부정 선거를 막을 수 있는 조항들을 삭제하고, 불법 선거 운동을 감시하고 처벌할 선관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악을 주도했다. 심지어 선관위의 불법 선거 감시를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려 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김용균은 이처럼 불법·부정·돈 선거를 위한 개악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 보장 차원”이라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이런 개악에 진지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반발한 것은 단지 선거구제와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안이 통과되려 했을 때였다.
민주당 박주선은 열린우리당 신기남이 “협상 과정에서 하던 얘기와 TV 카메라 앞에서 한 얘기가 다르”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중대선거구 등을 받아들이면 총선 후 다수당에 총리 추천권과 각료 제청권을 주겠다며 뒷거래까지 하려 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그것을 “권력 나눠먹기 지역주의”라고 비난했던 자들이 말이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의 선거제도와 선거구 획정안이 더 개혁적인 것도 아니다. 손호철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중대선거구제는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카르텔”이며 도농복합적 선거구제는 “전형적인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멋대로 고치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이 말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진보 정당의 의회 진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다.(민주노동당은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말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과 한나라당 같은 ‘거름’들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 부정부패 척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의 더 중요한 정치개혁이 가로막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