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회포럼:
세계사회포럼과 인도의 정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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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반자본주의 투쟁이 강력한 나라다. 그 가운데에서도 뭄바이가 있는 마하라슈트라 주는 엔론에 반대하는 대규모 투쟁으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가격에 전력을 파려는 엔론에 저항했다.
인도는 이 체제의 모순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인도는 녹색혁명의 성공지라고 칭송받는다. 그러나 인도 농민들은 유전자 조작 씨앗을 강요해 온 몬산토에 저항한다. 세계 3위의 댐 건설국이지만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다.
특히 뭄바이는 금융 중심지이고 영화 산업의 중심지이지만 24퍼센트가 슬럼가에 거주하고 있다. 뭄바이는 계급 양극화를 대표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최근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인도국민당(BJP)은 빈부격차가 낳는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무슬림을 희생양 삼아 저항을 비켜가려 한다. 이 당과 공조하고 있는 힌두 극우 단체들의 본거지가 바로 뭄바이다.
희망
그러나 희망도 있다. 1982년에 봄베이(뭄바이의 옛 이름) 섬유 노동자들 1백만 명이 1년 넘게 파업했다.
1억 명이 넘는 인도 노동계급은 세계에서 전투적인 노동계급 중 하나다. 인도 노동자들의 파업은 영국의 식민 지배에 맞서는 독립 투쟁 동안 제국주의와 경제적 착취에 맞서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1928년에는 파업으로 인한 근로 손실일수가 3천1백만 일이었다.
2000년에는 3천만 명이 신자유주의 정책과 인종 차별에 반대해 파업했다. 2002년 4월에는 은행, 항구 등에 대한 사기업화에 반대해 1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지난해 여름에는 신자유주의적 연금개혁에 반대해 공무원 노동자들 1백만 명이 파업을 벌였다. 인도 전역의 항운 노동자들은 작년 8월에 정부가 생산성 상여금을 주지 않자 파업을 했다.
2003년 1월 인도 하이드라바이드에서 열린 아시아사회포럼에는 1만 4천여 명이 참가했다. 반전이 득세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5백여 개 도시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종단주의를 극복할 희망이 있다
인도를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아마 종교 분쟁으로 복잡한 나라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연대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전통이었다.
종단주의는 제국주의 식민 지배의 산물이었다. 19세기 말에 영국 제국주의는 인도를 통치하기 위해 무슬림과 힌두교도를 분열 지배(각개격파)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군대를 동원해서 인도를 점령했던 영국은 ‘군사적 인종’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군인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했다.
영국 지배에 대항하는 민족주의 운동이 등장하던 20세기 초에 분열 지배는 더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영국은 1906년에 북부 인도 연합주의 부유한 무슬림 지주들로 구성된 무슬림연맹 창설을 도왔다.
그러나 양차 대전 동안에 대중적 급진화가 진행되면서 영국의 분열 지배 전략은 도전받기 시작했다. 인도 전역에서 단결을 이루며 저항이 거대하게 일어났다. 1946년 영국군 소속 인도 수병들의 반란, 봄베이 전역의 총파업 등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무슬림연맹의 요구대로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되고 말았다.
여전히 종교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익 힌두 국수주의자들은 인도 자본주의의 실패를 모두 인도 무슬림들한테 돌리고 있다.
뭄바이에 기반을 두고 있는 나찌인 쉬브 세나는 1982년 섬유 노동자 파업의 패배에서 비롯한 노동자 계급과 빈민의 절망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1992년 12월 쉬브 세나를 비롯한 우익 국수주의자들이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고 무슬림을 끔직하게 살육했다. 2002년 2월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는 무슬림들이 힌두교도 열차승객 58명을 살해한 뒤 촉발된 유혈 충돌로 2천 명 이상이 죽었다.
그러나 종단주의에 반대하는 세력들 또한 존재한다. 개량주의이긴 하지만 두 공산당과 마오주의 경향의 좌파가 존재한다. 강력한 투쟁의 전통을 가진 노동자들이 있다.
특히 최근의 대규모 파업에서 노동자들은 무슬림과 소수 종교에 대한 공격을 반대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이런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1999년 10월에 무샤라프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그것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파키스탄 노동당 같은 정치 좌파, 실업과 민영화에 반대하는 노동자 투쟁, 여성 운동 등의 전통이 있다. 이들은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진정한 연대를 건설할 수 있는 희망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인도의 주요정당
● 인도국민당(BJP)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이 당은 힌두 국수주의를 표방한다. 이 당은 시장주의정책이 실패를 거듭했던 1980년대 말부터 급부상했다. 이 당은 실업과 빈곤이 낳은 실망과 환멸을 이용해 체제에 대한 불만이 무슬림에 대한 공격으로 비켜가도록 하려 한다.
1996년에 161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인도국민당은 1998년 3월에 집권했다가 13개월 만에 무너졌지만 여전히 제1당이다. 인도 총리 바지파이가 이 당 출신이다. 이들은 부정부패와 군국주의에 의존한다. 이들은 1998년에 핵무기 실험을 연달아 다섯 번이나 했다.
● 쉬브 세나(the Shiv Sena) 이들은 뭄바이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파시스트 정당이다. 1948년 간디 암살을 계기로 활동이 금지된 바 있는 파시스트 힌두 운동단체인 국민자원봉사단(RSS)와 세계힌두협의회(VHP)도 인도국민당의 주요 지지 세력이다.
● 국민회의(Congress Party)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50년 동안 계속 집권해 왔다. 부르주아지와 상층 중간계급에 기반을 둔 당으로 인도의 독립 운동을 이끈 당이기도 하다. 간디, 네루에 이어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가 이 당과 인도 중앙 정부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 당도 부패와 권위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75년 집권 정당의 위기가 커지자 인디라 간디는 비상사태를 발표해 집회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금지했다. 좌파 활동가들을 대거 구속했다.
● 인도공산당(CPI)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파(CPI-M), 인도공산당 마르크스·레닌주의파(CPI-ML) 인도에는 좌파 대중정당이 존재한다. 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파는 1970년대 말부터 서부 벵골 주 정부를 통치해 왔다. 서부 벵골은 여러 종단들이 있음에도 심각한 종교 갈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종파주의 분열을 극복하려는 좌파의 주장이 올바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인도공산당은 1946년에 해군 반란을 주도했을 때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스탈린주의적 입장 때문에 인도공산당은 종종 큰 실수를 범했다. 제2차세계대전 때 나찌가 소련을 침공하자 공산당은 스탈린주의 노선을 따라 영국과의 협력을 도모했다. 어리석게도, 파키스탄 건국을 요구하는 무슬림연맹의 분리 요구를 지지하기도 했다. 1959년 중국의 티베트 지배 정책 지지는 커다란 반감을 샀다.
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파는 국민회의와의 공조에 반대해 인도공산당에서 분리해 나왔다. 그러나 두 당 모두 민족 부르주아지와의 계급 협조 정책을 추구해 왔다.
인도공산당 마르크스·레닌주의파는 1970년대에 토지 점거 운동에 반대하는 지도부에 반발해 분리돼 나온 정당이다. 마오주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3백 명이 참가한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는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노동조합원, 학생, 보건의료단체, 환경단체, 여성단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한다.
특히 노동자들의 참가가 돋보인다. 공무원, 기아차, 전교조, 증권, 쌍용차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참가한다. 특히 공무원 노동자들이 20여 명 이상 참가한다. 물 사유화 반대 투쟁을 위한 영감을 얻고 싶다며 공무원노조 송파지부 노동자들이 자신의 동료를 위해 기금을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