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이란 제재 동참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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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 로버트 아인혼은 한국을 방문해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연결된 문제”라며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모두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의 압박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점에서 보면 아인혼의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 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여태껏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국주의적 압박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키워 왔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의 북미관계를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해 있던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 주겠다는 약속도 어기고, 2000년에는 북한을 “깡패국가”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2003년에 NPT를 최종 탈퇴했고 2005년에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풀려면 아인혼의 말과는 정반대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란산 석유 수입을 일부 감축하면서 국방수권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 받는 식으로 이란 제재에 동참할 듯하다.
아랍에미리트로부터 석유 우선 공급 약속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값싼 이란산 석유 수입을 줄이는 데서 오는 피해를 완전히 막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이란은 한국의 중동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아무리 국방수권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 받는다고 해도 대이란 무역에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주로 이런 ‘경제적’ 이유를 들어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을 반대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허점이 있다. ‘경제적’으로만 판단하더라도 한국 경제에는 대이란 무역보다 대미 무역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미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하면 경제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맞서기 힘들다.
한국 지배계급은 최강대국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서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호가호위(狐假虎威) 전략을 취해 왔다. 그래서 한국 지배계급은 경제적으로 약간 손실을 입더라도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이런 한미동맹 강화로 한국의 노동계급과 민중에게는 득이 될 것이 없고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부터 미국이 벌인 전쟁몰이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며 한국의 국제적 위신이 상승하고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졌을지는 몰라도, 한국 민중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등 한국 민중의 생활조건은 나빠졌다.
가뜩이나 경제 위기 때문에 힘든 처지에 미국의 이란 압박으로 석유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그로 말미암은 물가 상승으로 한국 노동계급과 민중이 겪을 고통은 배가될 것이다.
또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이 활개치고 다니는 것은 전 세계 민중의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