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KTX 민영화는 이미 영국에서 파산한 철도 민영화의 재앙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 철도기관사노조의 앤드루 머리는 2001년에 쓴 《탈선》에서 민영화의 폐해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이 책은 대형 참사, 요금 인상, 서비스 질 저하, 대량해고 등으로 점철된 영국 철도 민영화의 폐해를 생생하게 폭로한 증언서다. 저자는 기관사, 역무원, 선로 보수 노동자, 철도 이용객 등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공공 철도로 되돌아가자”고 강력하게 설득한다.
영국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꼭 마찬가지로 “경쟁”과 “효율성”을 들먹이며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철도 산업을 1백여 개로 쪼개 분할 매각했다.
그러나 “효율성”을 좇은 결과는 참혹했다.
민영화가 완료된 첫 해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해 7명이 목숨을 잃었고, 2년 뒤 또다시 31명이 사망했다. 2000년 10월 햇필드에서 발생한 대형 탈선 사고는 민영화의 폐해를 만천하에 드러내며 뜨거운 논쟁을 야기했다. 이 사고로 5명이 희생됐고, 몇 달 동안 철도 시스템 전체가 마비됐다. 그러고도 2002년에 또다시 탈선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이 모든 일들은 이윤에 눈이 먼 기업주가 선로 유지·보수 등에 돈을 쓰지 않아 발생했다. 이들에겐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돈벌이가 우선이었다. 공공의 이익을 민간에 팔아넘긴 민영화 논리가 뜻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로 경쟁이 도입되면 요금이 떨어진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영국 정부도 써먹은 뻔뻔한 거짓말일 뿐이다. 영국에선 철도 민영화 이후 2년 만에 요금이 14퍼센트나 올랐다.
더구나 영국 정부는 철도 민영화 이후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보조금(세금)을 철도 민간 기업들에 지급했고, 이것은 기업주들의 배를 불려주는 데 사용됐다. 기업주들은 주주들에게 엄청난 배당금을 지급하며 배를 불렸고, 이로 말미암아 생긴 부채를 정부에 떠넘겼다.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명쾌한 해법을 내놨다. 그것은 바로 민영화된 철도를 재국유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2002년 10월, 철도 민영화의 상징이던 시설주식회사 레일트렉은 파산에 이르렀고, 영국 정부는 레일트렉을 재국유화했다. 이것은 영국 철도 민영화 정책의 파산을 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