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보육교사들의 임금 동결 반대 집회가 열렸다. 길바닥이 다 얼어 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집회에는 3백여 명의 보육교사들이 모였다.
놀라운 것은 이 중 대부분이 노동조합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한 번도 투쟁에 나서보지 않은 보육교사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모인 것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만큼, 아이가 처음 뗀 걸음마처럼 약간은 서툴러 보이지만 커다란 가능성과 활력을 담고 있던 집회였다. 참가자들은 처음 들어보는 ‘님을 위한 행진곡’에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췄고, 어린이집에서 발휘하던 솜씨로 만든 손 글씨와 반짝이 스티커 장식으로 수놓은 팻말들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팻말은 앙증맞았지만 그 내용은 분노에 차 있었다. 집회는 마치 이명박 정권의 ‘무상보육’ 정책이 기만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언대회 같았다.
집회에서 발언한 한 보육교사는 “아이가 좋아서 선택한 보육교사였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이 정권은 우리들을 껌처럼 질겅질겅 씹다가 쓰레기처럼 버렸다"며 보육교사들이 강요받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보육교사들을 짓누르는 노동 강도는 보육교사를 더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충청도에서 온 보육교사는 “아이들을 정원이 초과될 정도로 받아대지만 선생님은 늘리질 않는다. 도대체 왜 더 뽑지 않느냐”며 공보육의 현실을 폭로했다.
이명박 정권은 ‘복지 확대’가 ‘대세’가 되자, 총선을 앞두고 ‘무상보육’ 정책을 내놓았지만 별 실효성이 없었다. 또한 부자들이 쌓아놓고 있는 돈으로 보육지원에 필요한 돈을 충당한 게 아니라, 보육교사들을 ‘끔찍한 노동 조건’에서 ‘더 끔찍한 노동 조건’으로 내몰면서 충당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 째 보육교사 실질임금 삭감이라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여성 보육교사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에 마음이 아려 왔지만, 그와 동시에 첫 투쟁 행보에 나선 교사들을 보며 마음 깊이 감격스러웠다. 보육교사들은 이번 집회에서 서로의 경험에 공감하고, 투쟁의 필요성에 호응하며 노동조합에도 관심을 보냈다.
또한 이 집회에 대학 청소 노동자 등 다른 부문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참가해 뜻 깊었다. 얼마 전까지 최저임금을 받던 청소 노동자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승리를 만들었듯이, 보육교사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많은 보육교사들이 노조에 가입해서 더 단결한 투쟁을 만들어서 실제로 변화를 쟁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따뜻했던 집회였다. 꼭 승리해서, 따뜻한 보육교사들의 마음처럼 보육교사들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