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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해적질’이 판치는 강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기어코 구럼비를 발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토요일 ‘다함께’ 회원들과 함께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강정마을에 걸 현수막을 출력하느라 제주도 현지 인쇄소를 찾았다. 아저씨 왈 “김지윤 씨가 오는 줄 알고 사인 받으려 했다.” ‘해적 기지 반대’ 문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신 모양이었다. 역시 민심은 김지윤 씨 편에, 그리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여론의 편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3월 10일 강정마을에서 열린 해군기지 반대 집회

강정마을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긴 건 여기저기 나부끼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현수막들이었다. 특히 노동조합들에서 내건 현수막이 많았다. 4.3 제주항쟁을 맞아 이곳 강정마을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한다는데 기대된다.

마을회관 앞에서는 평화문화제 집회가 한창이었는데 구럼비 발파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고 한다.

짧게 집회를 마치고 구럼비 쪽을 향해 해상 시위에 나섰다. 현행법상 폭파 현장 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공사를 중지해야 한단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 정부와 우파의 마녀사냥에 맞서고 있는 김지윤 씨 등 많은 이들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

정부와 경찰은 카약을 빼앗기 위해 문정현 신부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특히 수영을 유달리 잘하는 송강호 박사에게는 해경 서너 명이 에워싸 물 속에 처박고 수시로 물을 먹였다.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일들이 육상과 해상 모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걸 해적이라 하지 않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까!

강정마을 특집 〈뉴스타파〉를 함께 시청할 때는 여기저기서 욕설과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두 번에 걸쳐 자체 조사한 해군 당국의 보고서에서조차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로서 매우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나왔다는 사실은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줬다.

촛불문화제 때 김지윤 씨가 정부와 우파의 공격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자 많은 이들이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김종일 평통사 활동가는 강정마을 곳곳에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말들과 함께 ‘나도 고소해’라는 글들을 붙이자고 말했다.

짧은 기간 강정마을에 머물렀지만, 정부의 해적질과 이에 맞선 강정주민들의 끈질긴 저항, 무엇보다도 낙천적인 강정주민들의 모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