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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4사 연대파업은 정당하다

김대중 정권은 오늘(4월25일) 새벽 3시 30분 대우자동차에 백여명의 경찰을 투입하여 농성중인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상집간부 20명을 강제 연행하는 탄압을 자행했다. 이에 대우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결의하고 오전 9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금속연맹 성명서 중〉

김대중 정권 3년 동안 경제가 회복됐다지만, 그것은 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GDP 대비 임금은 52.1%(1997년)에서 45.7%(1998년)로 기업 내부가치 대비 임금은 47.3%(1997년)에서 36.7%(1999년)로 급격히 떨어져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또 다른 예로 작년 말 결산 상장사 4백84개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9.8% 증가했고, 당기순익은 1998년에 -9.7조원인데 반해 작년 말에는 14.5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9%(1995년)에서 9.6%(1999년)로 줄었다. 실업률은 공식 통계로도 2백만 명이 넘었고, 임시직과 일용직을 합한 비상용직 노동자의 비율은 53%나 된다.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도 이러한 빈부격차를 인정해, 총선 직전 이제는 소외받는 계층이 보답받을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대중 정권은 또 다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지도부 구속으로 화답한 것은 김대중 정권이 총선전에 내세웠던 장미빛 언사가 다 거짓임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 역사 최초의 연대파업

대우·쌍용 자동차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완성 4사의 파업 투쟁은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최초의 완성차 4사 연대파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현대·기아 자동차 노동자들은 당장 자신의 문제가 아님에도 훌륭하게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 완성 4사 노동조합은 작년 12월 ‘자동차 산업 정상화 및 해외 매각 반대와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결성했으며, 이를 중심으로 꾸준히 투쟁을 준비해 왔다. 지난 4월 6일 파업을 시작으로 이튿날에는 서울·울산 등을 중심으로 한 전국 동시 다발 집회와 결합되면서 파업투쟁은 더욱 힘있게 벌어졌다. 11일은 전국 차량시위로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25일 대우 자동차와 쌍용 자동차 노조는 대우 자동차 지도부의 강제 연행 및 구속에 항의해서 무기한 전면파업으로 맞섰다. 같은날 현대 자동차와 기아 자동차 노조도 잔업거부에 들어갔다. 김대중 정부는 노동자들의 해외 매각 반대 투쟁을 일부 이익집단의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몰아붙이며 대안은 해외매각 밖에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매각은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낳는다. 해외 자본이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판매기지 확보와 대우의 소형차 라인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즉, 그들은 대우 노동자들의 생계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해외 매각된 기업에서 고용 불안이 나타난 사례는 부지기수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5천명을 정리해고한 한라중공업과 해외 매각 직전 사전 인원감축으로 2천7백 명을 감축한 대우조선 등이 있다. 얼마 전 삼성을 인수했던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도 그 예에 속한다. 르노 자동차는 일본의 닛산 자동차를 인수하며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인 2만여 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밝혔다. 1994년 영국의 로버 자동차를 인수했던 독일의 BMW는 최근에 이를 다시 매각하면서 9천여 명의 직원 중 8천여 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버 자동차 매각은 앞으로 하청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이나 영업사원 등을 포함한 7만여 명의 추가 실직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해외 매각에 반대해 자신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한편,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우차를 국내에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내 매각 역시 필연적으로 정리해고를 부른다. 현실적으로 국내 매각 때 인수 대상 기업은 현대 자동차뿐이다. 하지만 현대 자동차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항의해서 현대 자동차 노동자들이 공장점거에 바탕을 둔 파업투쟁을 벌인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또한, 은행들이 인수 합병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했고, 이에 맞선 투쟁들이 있었다. 국내 자본 역시 해외 자본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이윤 논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국내 자본가들이 해외자본보다 더 인자해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을 리 없다.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국내 매각 역시 반대해야 한다.

해외매각 반대, 공기업화 찬성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대우 자동차의 공기업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노동자들은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땀흘려 일해 왔다. 이제 더 이상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그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잘못이다. 국가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우가 공기업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일각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폭스바겐사는 단호하게 싸워서 공기업화 됐다. 또한 1979년 미국의 크라이슬러사도 정부·채권은행·지방 본부가 지분에 함께 참여해 공기업화 시켜냈다. 국내에서도 기아 자동차가 투쟁을 통해서 기아를 일정 기간 공기업화시킨 바 있다. 국민들의 혈세로 대우차를 공기업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노동자들을 위해서 국가 재정을 쓰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대우를 공기업화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면 문제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아닌 부자들에게 중과세를 물리고, 무기와 같은 낭비적인 곳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또, 대우를 망친 김우중 일가의 사재 역시 몰수해 노동자들을 위해서 써야 한다.

5월 ‘총파업’의 전초전

이번 투쟁은 민주노총의 5월 ‘총파업’을 앞두고 벌이는 전초전의 성격이 크다. 자동차 4사는 그 선봉으로 정부와 맞서고 있다.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대투쟁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금은 기아와 현대 자동차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연대를 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작년 지하철 투쟁에서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이제 그 교훈을 실천에 옮길 때이다.

4월 7일 금속연맹 집회에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5월 ‘총파업’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을 시작한 김대중 정권과 맞서 싸울려면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이 말대로 5월 ‘총파업’을 앞당긴다면 그것은 분명히 승리의 청신호일 것이다. 자동차 4사가 단호하게 맞서 싸우고 민주노총이 더욱 광범하고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한다면 이번 싸움은 분명히 승리할 수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투쟁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결합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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