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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파업에 대한 탄압과 압박을 중단하라
단식보다는 파업을 지속·강화할 때

최장기 파업을 기록 중인 언론 파업에 대한 탄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최근 MBC 사측은 대체인력 투입에 반대하는 보도국 내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하고 최형문, 왕종명 기자에게 각각 정직 6개월, 1개월 처분을 했다. 특히 박성호 기자는 이번이 두 번째 해고다. 최근 성추행 혐의로 징계를 받은 차장이 정직 2개월을 받은 것과도 비교된다.

또 MBC 사측은 6월 1일까지 파업을 접고 복귀하지 않으면 조합원 개개인을 징계하겠다며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도 ‘국정조사는 없다’며 언론 파업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우파의 통합진보당 마녀사냥이 강화되면서 기세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강경 대응은 정부와 사측의 자신감을 보여 주는 게 아니다. 언론 파업의 장기화 속에서 정부와 사측은 지금 큰 압력을 느끼고 있다.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비리를 계속 폭로하는 것도 부담일 것이다. 곤경에 빠져 있기 때문에 더욱 탄압에 매달리는 것이다.

한편으로 정부는 탄압뿐 아니라 각개격파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주 KBS 사측은 징계 철회, 공정 보도를 위한 협의기구 설치, 폐지된 시사·교양 프로그램 복원 등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 때문에 한발 물러 선 협상안을 내놓은 것이며 KBS 노조와 MBC 노조를 분리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협상안에는 정작 핵심 문제인 낙하산 김인규 퇴진이 빠져 있다. 이런 부족함 탓인지 조합원들은 집단 토론 자리에서 “사측의 사과도 없이 파업을 끝낼 수 없다”,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대출을 받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 등 주장을 펴며 강력히 반발했다고 한다. 노조 집행부와 중앙위원, 지역지부장들로 구성된 투쟁대책위(쟁대위)에서 결국 이 안은 부결됐다.

KBS 조합원들은 파업 장기화로 경제적 부담이 커져가고, 징계 등 탄압의 위협도 여전한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은 용기와 투지를 보여 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용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투쟁을 강화하고 연대를 확대하는 게 필요한 과제였다.

그 점에서 KBS 노조 지도부와 언론 노조 지도부가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낙하산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것은 아쉽다. 파업 대오가 유지되고 있고 투지가 높은 상황임에도, 대중 행동이 어려운 조건에서 고립된 소수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곤 하는 단식 투쟁을 선택한 것이다. ‘지금은 더 잘 먹고 더 잘 싸워야 할 때’ 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 때문에 언론 노조와 KBS 노조 지도부가 청문회와 국정 조사 등을 약속 받은 후 파업을 종료하기 위한 구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제기도 나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언론 노조 지도부는 원래 6월 5일 국회 개원과 동시에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계획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만약 이런 과정을 거쳐 KBS 파업이 종료되고 MBC·KBS 공동 파업이 약화된다면 곤경에 빠져 있던 이명박 정부와 낙하산 사장들이 숨통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지금은, KBS 조합원들이 투쟁 지속을 결의했고 지도부 구속 영장 기각으로 MBC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높아진만큼 투쟁 수위를 높이고 연대 투쟁을 강화해야 할 때다. 더 큰 압력을 형성해야 부족한 양보안이 아니라 ‘낙하산 사장 퇴진’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우리 편에 유리하다. 언론 노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언론 파업 지지가 62.7퍼센트고, 낙하산 사장 퇴진 찬성은 75.8퍼센트에 이른다.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MBC 노조가 김재철 퇴진을 위한 거리 서명 운동에 나서는 등 단식 농성이 아니라 파업 강화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 나아가 대체 인력 투입을 실질적으로 저지하는 등 파업 효과를 높일 계획도 필요하다. 최근 〈나는 가수다2〉 카메라맨들이 불법 파견임이 폭로됐는데, 이런 대체 인력 투입으로 파업의 효과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맞서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6월 파업을 앞두고 언론 파업을 승리로 마무리하기 위해 연대 파업 등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 언론 노조 지도부 역시 원래 계획대로 파업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사측과 정부가 퍼붓는 탄압에 맞서고 파업을 유지·강화한다면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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