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을 뒤흔든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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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서울 청계로에서 제13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개막식에 이어 열린 거리 행진에는 무려 3천여 명이 참가했다. 역대 퀴어퍼레이드 중 가장 큰 규모다.
‘노동자 연대 다함께’ 회원들도 사회주의자로서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고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행진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참가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았고, 무엇보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이 넘쳐 흘렀다. 다양한 단체들이 부스를 운영했고 쌍용차 투쟁 지지 부스, 성소수자 운동을 지지하는 기독교 단체들의 부스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겨울,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서 동성애 차별 금지조항을 삭제하려는 시도에 맞서 싸운 성소수자들의 투쟁 기념 사진전도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성소수자의 가족들이 올라와서 축제를 축하했다. 한 성소수자 청년의 나이 지긋한 어머니는 무대에서 “이런 무대에 부모님들이 더 많이 와야 합니다” 하고 말해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성소수자들은 이 사회에서 가족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고, 하더라도 “교정”을 강요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의 성정체성에 대한 자긍심 넘치는 어머니의 발언은 감동적이었고, 나도 코끝이 찡했다.
또, 쌍용차·재능교육·콜트콜텍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연대 발언도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매우 인상 깊었다. 쌍용차 노동자는 “그 동안 우리에게 연대해 주신 만큼 우리도 연대하겠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배자들은 언제나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갈라치는 등 노동계급 단결에 균열을 내려 한다. 그러나 이날 무대에서 노동자 투쟁과 성소수자 운동이 만나는 모습은 서로를 고무했고, 더 큰 연대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쌍용차 투쟁 지지금을 모금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며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표했다.
"사회주의자들도 자긍심 행진을 지지합니다"
개막식 후에 시작된 거리행진도 활기가 넘쳤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혐오의 눈길을 보내기보다는 함께 퍼레이드를 즐겼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정치단체들이 깃발을 들고 행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운동의 승리로 인해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넓어진 것을 보여 주는 듯했다.
다함께도 동성애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무지개 팻말을 들고 함께 행진했다. 다함께가 든 팻말 중 “성 소수자들의 자긍심 행진, 사회주의자들도 지지·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많은 참가자들이 이 팻말에 관심을 보였다.
‘사회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왜곡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 하면 북한이나 스탈린의 소련처럼 억압적인 사회를 떠올린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주의는 북한과 스탈린의 소련과 정반대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수립된 노동자 국가에서는 동성 결혼 합법화 등 성소수자 해방을 위한 제도들이 시행됐다. 그러나 혁명의 국제적 고립 속에서 스탈린이 벌인 반혁명 때문에 혁명의 성과는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말았다. 반혁명 이후 스탈린은 동성애를 불법으로 낙인 찍고 동성애자들을 수감한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동성애 억압을 낳는 토양인 자본주의에 맞서 노동계급의 단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자들이 성소수자 운동에 지지를 표하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한 투쟁과 성소수자 해방은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성적 다양성과 존중이 넘쳐흐르는 세계를 위해 투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