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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성인 방송 규제를 찬성해야 할까?

검찰은 ㈜이지컴손 운영자 이승찬 씨 등 인터넷 성인 방송업자 7명을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이 지난해 인터넷방송국을 설립한 뒤 전라 상태의 여성 인터넷 자키(IJ)에게 자위 행위 장면 등을 연출하게 했다는 것이 구속의 이유였다.

또, 얼마 전에는 자살 사이트와 폭탄 제조 사이트가 단속의 대상이 됐다. 모든 언론은 이 '불건전' 사이트들을 강력하게 규제할 것을 주문했다. 언론은 이 '불건전' 사이트들이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포감 조성은 지나치게 과대포장돼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문제 삼은 대부분의 자살 사이트는 자살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자살 사이트들은 고통스럽게 살아가면서 자살을 결심한 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고 친구가 되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한 자살 사이트 운영자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 사이트를 만든 경위는?

답 : 나도 한 때 자살을 생각했는데, 그 때 여기저기 자살사이트를 드나들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처럼 자살을 생각한 절망적인 사람들이 동병상련을 나누며 힘을 얻도록 하기 위해 사이트를 만들었다. 서로 위로하면서 희망을 찾고 싶었다.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의 한 회원은 "서로 모여 어울리고 위로하면서 절망의 고통을 달랜다"며 잇단 자살 사이트 폐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슬픔의 해방 ― 자살' 동호회의 운영자도 "삶의 희망을 얻는 이들이 훨씬 많은데, 언론이 이번 사건을 과대포장해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폭탄 제조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폭탄 제조 사이트가 마치 테러리스트들의 소굴인 양 몰아세우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폭탄 사이트의 고교생 운영자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사제폭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해치기 위해 폭탄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폭탄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폭탄 사이트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는 화학이나 물리 등에 관심이 많아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여러 책들을 직접 찾아 읽은 내용으로 사이트를 꾸몄다.

희생양 찾기

정부와 경찰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이들 사이트에 있는 것인 양 말한다.

예컨대 정부는 포르노 사이트가 성범죄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책·소설·사진은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라는 것이다. 마치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을 보고 청소년들이 주유소를 턴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했다 해서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여 낯선 여자에게 강간을 '실천'하는 게 아니다. 포르노를 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간범이 아니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인간은 자극에 무의식적·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상 공간이 아니라 현실 공간에 있다.

자살 사이트가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 절망하고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성인방송이 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성을 억압하고 있음을 뜻한다. 요컨대, 인터넷 사이트들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그것의 반영일 뿐이다.

한편, '자극적인 장면'을 인간이 그대로 모방한다는 검찰의 논리에는 심각한 허점이 있다. 이것은 소위 행동주의 이론(자극-반응주의 이론이라고도 불림)에 기초해 있다. 행동주의 이론은 인간을 판단력을 결여한 채 자극에 수동적 반응만을 하는 존재라고 본다.

행동주의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람은 파블로프다. 파블로프는 조건 반사의 이론가다. 그는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울리는 실험에 의해, 훈련된 개는 먹이를 주지 않고 종소리만 울려도 침을 흘린다는 것을 밝혀냈다. 행동주의 이론은 이것을 무리하게 인간의 심리학으로까지 발전시켰다. 행동주의 이론가들은 인간의 의식 결정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을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 생활하게끔 하고 그 행동 양태를 분석한다.

그러나 〈양들의 침묵〉을 봤다고 해서 누구나 안소니 홉킨스를 흉내내 사람의 가죽을 벗기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올리버 스톤이 제작한 영화 〈킬러〉를 봤다고 해서 누구나 살인의 충동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실직의 공포 앞에서 자살한 대우차 노동자가 자살 사이트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니다.

'음란물'이 성 범죄의 원인인가?

정부는 인터넷 성인 방송에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음란물'이 청소년을 성적으로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청소년의 성행위가 범죄인 양 간주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청소년들은 성적 욕구를 지닌 인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소년기에 자위 행위를 경험하고 성관계를 갖는다. 첫 성 경험 연령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1951년에 킨제이는 15세부터 성관계를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많고 이 때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자위 행위를 한다고 보고했다.

청소년의 성적 욕구를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 한 번 받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음란물'이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풀어주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음란물'에는 사회가 가르쳐 주지 않는 성 얘기가 담겨져 있기에 청소년이 그것을 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물론 '음란물'이 모두 성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부 포르노는 여성을 모욕하고, 성관계를 왜곡되게 묘사 ― 예를 들어 여성이 강간을 즐긴다는 식의 ― 한다. 이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포르노는 여성이 억압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뿐 여성을 억압하는 원인이 아니다. 일부 포르노가 끼치는 악영향은 여성에 대한 제도적 차별 정책 ― 차별 임금, 효과적으로 금지된 취업 분야, 탁아 시설 미비 등 ― 이 끼치는 악영향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여성을 억압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성을 소외시키는 현실이 강간을 낳는 것이지 그것을 반영하는 포르노가 강간을 낳는 게 아니다. 인터넷 성인 방송에 대한 검찰의 마녀 사냥은 역겨운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더 커다란 공격의 전주곡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공격은 항상 더 커다란 공격의 전주곡이었다.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정부는 인터넷 등급제 적용이나 통신질서 보호법 제정을 거론할 때마다 '음란 사이트'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안티 김대중 사이트를 겨냥했다. 작년에 김대중 정부는 '음란사이트'를 단속한다고 발표하면서 수사 목록에 안티 김대중 사이트도 포함시켰다. 자유게시판에 '음란성 광고'가 올라 와 있다는 게 수사의 이유였다. 하지만 게시판의 대부분 글은 김대중 정부의 실정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을 표현한 것이었다. 시민·사회 단체는 '음란성'을 핑계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처라 반발했고 결국 검찰은 여론에 밀려 수사를 포기했다.

또 다른 사례는, 1994년에 김영삼 정부가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공격한 데 이어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공격하더니 결국에는 한총련을 탄압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음란물 사이트' 단속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성적 보수주의를 강화해 사회를 통제하겠다는 조치다.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정부의 단속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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