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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그룹의 전망과 모색

이 글은 현재까지 벌어졌던 학생 그룹 활동의 위상과 방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쟁하기 위해 지난 '3일간의 토론 광장'에서 발제했던 것을 수정하고 몇 가지를 덧붙인 글이다. 올 한 해 학생 그룹이 어떠한 활동을 벌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당원들과 생산적으로 토론해 보고 싶다.

우선 작년 한 해 동안의 학생 그룹 활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해 보았고 그에 대해서 어떠한 식의 활동이 타당할지 고민해 보았다.

작년 우리 활동을 통해서 노동자 집회에 참여하고, 활동 토론의 대부분이 노동자 집회에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지,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어떠한 활동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작년에 벌어졌던 정세에 가장 선도적이고 효과적으로 결합하였던 민주노동당 학생 그룹은 노동 운동 내부에서 믿을 만한 학생들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심어줄 수 있었고, 계급 운동이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 투쟁에 결합하는 활동 방식과 정치적 관점 그 자체가 우리가 속해 있는 대학의 정치와 학생 정치 운동 그 자체로 등치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처해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인식하고, 사회적 위치를 자각하는 데서부터 자신의 운동을 시작하듯 우리의 운동은 대학생이 사회적으로 처해 있는 실존과 구체적 모순 자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학생 그룹의 당 운동은 계급전선에서 노동자 계급의 운동을 보조하고 계급이 사회적으로 세력화하는 역할에 자신 활동의 대부분을 치중한 나머지 대학 사회에 기반해서 독자적인 학생 정치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대학의 정치는 독자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말을 부연해 보겠다. 이는 대학 사회가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존재하고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연관을 맺을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학생 정치 운동이 대사회적 쟁점을 포기하고 대학 사회 내의 문제만으로 우리 활동을 하자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대학 사회 내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문제가 대학 내에서 특수한 형태로 발현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형성된 남성 중심 문화에 영향을 받은 대학생들에 의해 종종 대학내 성폭력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4·13 총선에서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린 것이나, 현재 노동자 투쟁이 전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는 등, 현재 한국 사회에 형성된 우편향적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대학생들의 의식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학 사회에서 대학생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고 주된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 속에서 대학생들의 의식을 건드리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발언을 해야 하는가를 숙고해야 한다.

우리 학생 그룹은 지금까지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노동자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을 활동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 실천적인 노학연대는 분명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노학연대를 임함에 있어서 우리의 입장이 무엇이고, 노동자 투쟁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는 대학의 정치를 구성하기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 그룹은 작년 한 해 동안 노동자와 함께 투쟁하면서 "우리는 학생 그룹을 학생이 아니라 노동자로 여긴다. 학생 그룹은 함께 투쟁하는 동지이다."란 말을 들었다. 물론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한 가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학생은 사회에서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 계급적인 위치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물론 대다수는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으나 아직까지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생산의 모순을 삶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노동자 투쟁 현장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문제이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일차적으로는 청년 학생으로서 열정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 불의에 대한 분노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사회적 연대 의식의 성장을 통해서 노동 운동과의 공동 투쟁이 이루어진다. 즉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동시에 자신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노동 운동과 함께 연대하는 것이다. 즉 노동자 투쟁과의 결합은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학생 운동을 하기 위해서 학생 그룹을 건설했다. 그러나 집회나 노동자 투쟁에 참여하여 전체 계급 전선에 복무하는 것이 중심적인 활동의 목표가 된다면 대학 사회와 기층 공동체에 성과가 축적되기가 힘들어진다. 무릇 전반적인 학생 정치 운동의 성과는 학생 사회라는 공간에서의 활동 축적을 통해서 얻어진다.

첫째, 대학 사회내에 다양한 가치와 세계관, 사상이 충돌하고 정치적 논의들이 활발히 토론되는 공적인 영역을 확장해 가면서 정치적 경험이 축적되고, 둘째, 그 속에서 우리의 입장을 소개하고 논쟁과 토론을 제안하여 우리의 활동 방식과 목표에 대한 동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확대해 가는 것이 학생 그룹으로서 우리의 성과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노동당 학생 그룹의 활동 시간표는 대학 사회라는 공간을 기준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대학 사회는 어떠한 상황이고 그 속에서 우리가 담당해야 할 의제는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학생 정치 운동의 한계였던 몸 대주기 ― 몸 대주기를 대중 공간 혹은 학생 사회에서의 정치적 성과를 통한 연대가 아닌 전사회적인 투쟁에 곧바로 뛰어드는 방식으로 정의하겠다 ― 를 극복하고 진정한 연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정치가 우리 대학에서 시작하면서 새로운 노학연대, 사회적 연대의 상을 구성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올해 우리의 활동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로 민주노동당 학생 그룹은 2002년 지방자치선거와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기초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각 대학별 학생 그룹의 조직 체계를 강화하고 민주노동당을 학생 사회에 지속적으로 선전한다. 이를 토대로 2002년 양 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지역적 차원에서 지구당이 정치 세력화할 수 있도록 지구당과의 지역적 연대의 틀을 강화하여야 한다. 일상적인 정치 선전과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그 틀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로, 학생 대중들이 당과 함께 학생들을 정치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운다. 정치조직으로서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논쟁을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 온 구조조정의 방향 자체가 위기임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정치 공세를 해야 한다. 그 중에서 올 한 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적극적 제기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여성, 이주, 장애인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온 노동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단지 학생 그룹 차원에서 개별적인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 그룹의 활동이 대학 사회 내의 중요한 정치적 흐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학생회와 함께하거나 대학 내의 싸이클에 맞추어서 배치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기존 학생 정치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 활동의 대안을 실천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학생 운동내에서 한총련의 붕괴 이후 이를 대신할 만한 정치적 통합성과 리더쉽을 발휘할 만한 정치적 구심이 부재했다. 학생 정치 운동은 이념적 차원으로 지나치게 나뉘어 있고, 연대 운동 마인드가 사라지면서 학생 운동 진영내의 통합성을 와해시키고 있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통일에 대한 공동의 연대망과 실천을 구성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학생 그룹은 한국 학생 정치 운동의 지도적 구심체가 되어야 한다. 우선 민주노동당이 학생 운동 진영내에서 노동 운동과 진보 운동의 구심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학생 사회에서 민주노동당이 지속적인 신뢰를 얻어갈 수 있도록 기존의 학생 운동과 대화하고 연대하는 기풍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학생 운동은 대중 운동의 마인드를 잃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 학생 운동은 전반적으로 학생 대중들로부터 유리되고 있다. 우선, 학생들 스스로 대중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자신의 개인과 일상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생 운동의 기층 대중 단위였던 과 학생회가 붕괴되면서 대중들과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도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된다. 이에 대해 우리 학생 그룹은 대중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경로를 발굴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서 과 학생회를 바라 보아야 한다.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적 공간을 정치적 논의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학생 그룹의 전망과 모색'에 붙여

김인식

서울대 지부 대표 정문수 동지가 민주노동당 학생 그룹의 전망과 관련한 견해를 제출했다. 정문수 동지는 "올 한 해 학생 그룹이 어떤 활동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당원들과 생산적으로 토론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나는 우리 그룹이 좀더 많은 토론과 논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험을 평가하고 적절한 과제를 끌어내기 위한 토론은 중요하다. 정문수 동지가 자기 견해를 잡지에 기고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도 좋았다. 잡지를 통한 논쟁은 단지 몇몇 개인들 간의 논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나머지 당원들도 논쟁에 연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노동자 투쟁 지원 활동에 대해

'학생 그룹의 전망과 모색'에서 정문수 동지는 지난해 학생 그룹의 노동자 투쟁 지원 활동은 "학생 그룹이 노동 운동 내부에서 믿을 만한 학생들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심어줄 수 있었고, 계급 운동이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인정한다.

정문수 동지의 지적대로 지난해 우리 활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노동자 투쟁 지원 활동이었다. 특히 하반기 활동이 그랬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학생 그룹은 양적으로 성장했다. 그룹과 당 자체의 인지도를 결정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됐다. 투쟁하는 노동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획득했다. 무엇보다, 공동 활동 경험을 통해 학생 당원들의 정치 의식과 자신감이 상승한 것이 가장 커다란 성과였다.

우리는 지난해 6월 29일 롯데 호텔 노동조합에 경찰력이 투입되기 전까지는 대체로 대학 내에서 교육과 선전 중심의 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롯데 호텔 노조 파업에 대한 경찰 습격 이후 우리는 노동자 투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개입으로의 전환은 객관적 정세가 노동자 투쟁 고양기를 맞고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럴 때는 현실 투쟁에 몸소 개입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정문수 동지도 학생 그룹이 "작년에 벌어졌던 정세에 가장 선도적이고 효과적으로 결합"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요컨대, 우리는 지난해에 크게 봐 두 가지 성격의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상반기에는 저학번 학생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한 교육과 선전 중심의 활동이었고, 하반기의 중심 활동은 이에 바탕해 노동자 투쟁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었다.

정문수 동지는 "실천적인 노학연대는 분명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임에는 분명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 그룹이 노학연대에만 "자신의 활동을 대부분 치중한 나머지 대학 사회에 기반해 독자적인 학생 정치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대학의 정치, 독자적인 학생 정치 운동"이란 말은, 미루어 짐작컨대, 노학연대와 대비되는 대학내 활동을 가르키는 듯하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우리 활동의 두드러진 특징이 노동자 투쟁 지원 활동이었다고 해서 이것이 곧 대학내 활동을 삼가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대 지부는 어땠는지 몰라도 학생 그룹 나머지의 경우 지난해 주요한 노동자 투쟁만이 아니라 주요한 학생 투쟁에도 개입했다. 등록금 인상을 반대한 경희대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점거 농성 투쟁, 당원들이 주요하게 총학생회를 구성했던 시립대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 단국대의 학생회관 24시간 개방 투쟁 등등.

정문수 동지는 대학과 사회가 분리돼 있지 않다고 옳게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은 단순히 사회의 축소판이 아니다. 대학은 사회와는 달리 계급으로 구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적 문제가 대학에 반영될 수 있으며 학생 그룹이 이런 문제를 대학 내에서 제기하고 주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얘기다. 이것은 학생 그룹의 주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다. 서울대 지부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머지 학생 그룹은 실제로 잡지와 대자보와 정기 모임과 세미나 등을 통해 대학내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에 형성된 우편향적 이데올로기"를 반박하고, "대학 사회에서 대학생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고 주된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 속에서 대학생들의 의식을 건들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발언을 해야 하는가를 숙고"해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해 서울대 지부는 그룹 전체의 실천과 분리돼 있었다. 서울대 지부 대표의 주장은 다른 어느 지부보다 서울대 지부가 실천해야 할 과제다. 나는 서울대 지부 대표가 옳게 주장했던 대로 서울대 지부가 앞으로 더욱 정열적으로 실천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편, 정문수 동지는 노학연대를 "대학의 정치를 구성하기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문수 동지는 노학연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노학연대를 학생 운동이 수행해야 할 여러 임무 가운데 단지 하나일 뿐, 그것의 최고 중요성은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학생 그룹 운동의 목적

그래서 정문수 동지는 "우리는 학생 운동을 하기 위해 학생 그룹을 건설했다."고 단정짓는다. 정 동지는 학생 신분의 관점에서 사회 운동을 본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학생은 학생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 보자. 운동은 왜 하는 것인가? 운동의 궁극 목표는 무엇인가?

정 동지는 "집회 참여나 노동자 투쟁에 참여하여 전체 계급 전선에 복무하는 것이 중심적인 활동의 목표가 된다면 대학 사회와 기층 공동체에 성과가 축적되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운동과 학생 그룹 활동의 목표는 "집회 참여나 노동자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운동의 목표는 사회의 근본적 변혁이다. 사회 변혁의 핵심 세력은 노동계급이다. 노동계급은 체제의 심장부인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회 세력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은 다른 어떤 사회 세력보다 비할 데 없이 강력하다. 따라서 학생 그룹이 사회 변혁의 중추 세력인 노동자 투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그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운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가장 올바른 길이다.

물론, 정문수 동지가 우려하듯이 이 과정이 단순한 '몸 대주기'여서는 안 된다. 나는 이 과정이 설득을 통한 학생 대중 동원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노동자 운동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일부 개인들만이 아니라 좀더 광범한 학생들을 노동자 운동에 동참시키기 위해 선동을 강조했다. 정문수 동지의 지적처럼, 학생들은 "아직까지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생산의 모순을 삶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토론과 설득 과정은 특히 중요하다.

지난해 학생 그룹은, 비록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라도, 지부 정기 모임과 대중 토론회를 통해 노동자 운동의 중요성과 그 운동에 동참할 필요성을 토론하고 논쟁했다. 우리가 노동자 투쟁에 그토록 헌신적일 수 있었던 것은 토론과 논쟁을 통한 설득 과정과 정치적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정문수 동지는 "학생 그룹의 활동 시간표는 대학 사회라는 공간을 기준으로 작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대학내의 싸이클에 맞추어" 학생 그룹의 활동이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학생이니만큼 "대학내 싸이클"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또, "대학내 싸이클"에 적절히 개입할 필요도 있다. 학기 초 신입생 새터나 총학생회의 주요 행사와 투쟁처럼 예측 가능한 "싸이클"은 우리도 미리 준비해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부 학생 운동가들의 "달력 사업"을 우리도 그대로 따라야 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구체적 정치 상황에 걸맞은 실천을 하기보다는 판에 박힌 연간 사업을 한다. 때로 학생들의 구체적 요구와 정서에 어긋나는 달력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여름은 "대학내 싸이클"인 농활과 롯데호텔-사회보험 노조 투쟁이 정확히 겹치는 상황이었다. 주요한 노동자 투쟁이 없었다면 농활을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종의 학생 MT처럼 돼 있는 농활에 참가해 다른 학생들과 친해지고 이후 정치 토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권이 노동자 투쟁을 탄압하고 여기에 맞서 노동자들이 저항하는 상황에서 이를 간단하게 무시하고 농활을 떠나는 것이 진지한 사회 운동가들의 방식이라 할 수 있을까?

따라서 "대학내 싸이클"에 우리 활동을 단순히 적응시키는 게 아니라 구체적 정치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활동을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정 동지는 우리가 학생이라는 점과 따라서 학생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 철저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운동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고 그것을 모호하게 이해하는 데서 비롯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 운동과 전체 운동의 관계 또는 학생 운동과 노동자 운동의 관계가 전도돼 있다. 즉, 학생 운동의 프리즘을 통해 노동자 운동을 바라보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이것은 노동자 운동과 여타 사회 운동(학생 운동을 포함해)을 병렬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와 연관이 있는 듯하다. 노동자 운동과 학생 운동을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 운동은 결코 노동자 운동의 고유한 힘 ― 이윤 생산을 중단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마비시킬 수 있는 힘 ― 을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둘의 관계를 대등하게 놓고 볼 수는 없다. 나는 지금 사회 변혁의 결정적 동력에 관해 논하고 있는 것이므로, 다른 피억압 사회집단의 투쟁에 기권하고 학생 운동가들을 무시하는 노동자주의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공동 활동

학생 그룹이 비정규직·여성·이주 노동자·장애인 문제에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정문수 동지의 주장은 전적으로 공감할 만하다. 이들은 특히 차별받고 있으며 경제 위기 시기에 사회 보장의 외곽 지대에 놓여 있다. 더욱이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말미암아 미조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학생 그룹은 지난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던 롯데호텔-스위스그랜드 호텔-힐튼 호텔 파업, 이랜드 파업, 한통 비정규직 파업 등에 동참했다. 또,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와 출입국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장애인 당원과 함께 두 차례 장애인인권학교에 단체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동시에, 미조직 노동자 투쟁은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조직 노동계급은 일상적으로 투쟁을 벌인다. 이들은 투쟁의 경험과 전통이 풍부하다. 그 과정에서 노조 조직과 상당 수준의 정치 의식을 획득했다. 민주노동당 자체가 조직 노동계급의 투쟁과 그로 인한 정치 의식 상승의 산물이다. 그렇게 봤을 때,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은 조직 노동계급의 투쟁에 연대하는 것과 분리돼서는 안 된다.

정 동지는 학생 그룹이 "개별적인 활동"이 아니라 "학생회와 함께" 활동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적으로 옳은 주장이다. 정문수 동지는 공동 전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일종의 공동 전선 원리라 할 수 있다. 공동 전선은 정치 강령이 다를지라도 특정한 요구들을 둘러싸고 단결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과 공동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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