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지회장 인터뷰:
“목숨을 지키며 일할 권리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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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공업의 한 탈의실에 쓰러져 있었어요. 현장 소장을 불러 트럭에 실어서 병원으로 옮겼지만, 얼마 안 돼 사망했죠. 사인은 심근경색. 5분이면 오는 구급차를 불렀다면, 병원 가는 길에 산소 공급이 됐다면, 사망만은 막았을 거예요.
산재 사고는 임원들이 진급하는 데 장애가 됩니다. 때문에 하청업체들은 알아서 기죠. 119가 출동하면 보고가 올라가니까, 119를 안 부르고 트럭에 싣고 가는 거고.
현대중공업에선 산재 은폐 자체가 일상화됐어요. 내가 현장에 있을 때도, 철판에 부딪혀서 척추·골반 골절을 당한 사람이 똑같이 트럭 뒷자리에 구겨 넣어졌어요. 오로지 숨기기에 급급하니까 사태가 악화되고 치료 기간도 늘어나죠.
산재 신청을 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해고를 각오해야 해요. 사측이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자비로 치료받는 경우도 숱하고. 정규직도 다를 게 없어요.
노동부와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도 산재 은폐를 부추깁니다.
7월 2일 사망한 고(故) 최승호 씨의 경우, 검찰은 사고적부에 기록이 있는데도 자꾸 시간을 끌었어요. 시끄러운 여론이 무마되기를 기다렸던 것이죠. 5월 30일 사망한 고(故) 강석봉 씨도 좁은 파이프 안에서 안전 장치 없이 일하다 질식했는데, 원인은 ‘미상’으로 나왔어요.
노동부와 검찰은 현대중공업의 눈치를 봐요. 업체들은 과태료 몇 푼 내면 되고, 원청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다 미루고, 사망사고가 나면 빨리 장례 치르고 원인을 흐트리죠. 검찰도 공조해 부검을 질질 끌고 원인 미상, 개인 질병으로 결론짓고요. 책임자 처벌도 없습니다.
산재 신청률은 줄었는데 오히려 사망재해율은 높아졌어요. 그만큼 산재 은폐가 심각해요.
자본은 노동 유연성을 얘기하며, 하청업체와 물량팀을 확산시키고 있어요. 물량팀은 다른 사람의 출입증 가지고 공장에 들어가니까 신원 확인조차 안 되고, 3·4차까지 다단계식으로 하청이 내려가니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지난해 세진중공업 폭발 사고로 물량팀 네 명이 죽었고, 10월 31일 대불산단 폭발 사고로 죽거나 다친 이들도 물량팀이에요. 여기에는 이주노동자들도 포함됐죠.
우리는 산재를 고발하고 알릴 것입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기업살인특별법 도입, 자율안전관리제도 폐지와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튼튼해지는 게 제일 중요하죠.
조선소 노동자들은 불안한 고용과 저임금도 모자라,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어요. 정말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해요. 목숨을 지키며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을 확대해야 합니다.
인터뷰·정리 김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