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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일본 반핵 운동 활동가 기고:
“일본의 전통적 지배 체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본 반핵 운동 활동가인 오다 요스케 씨가 지난달 도쿄에서 10만여 명이 참가한 ‘11·11 반원전 1백만 명 대점거’ 행동을 보고하고, 이날 행동의 의미를 짚는다. 더불어 일본은 12월 16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기성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매우 커 공식 정치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층 운동의 성장과 함께 대중 의식의 급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투쟁하는 한국 동지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11월 11일 일본에서는 ‘반원전 1백만 명 대점거’ 행동이 성공적으로 개최됐습니다.

노다 정권은 스스로 약속한 ‘원전 의존 사회 탈피’, ‘2030년대 원전 제로’라는 눈속임용 공약조차 깡그리 무시하고 마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없었다는 듯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선거 철이 되자 다시 ‘탈원전’ 카드를 꺼내 드는 노다의 무책임함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일본 정부는 재해라는 ‘비상 사태’를 구실로 국회 승인조차 거치지 않고 원자력규제위원회 인사를 강행하며 원자력 마피아에게 돈을 받고 있는 자들을 자리에 앉혔습니다. 새로운 안전 기준을 마련해 재가동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또 아오모리 현 롯카쇼무라의 핵연료 주기와 플루토늄 혼합연료(MOX연료)를 사용하는 세계 첫 원전인 오마 원전 건설 재개도 강행하고 있습니다. 현존 원전이 수명을 다해 폐로되면 일본이 보유할 수 있는 원전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자들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오마 핵발전소 건설을 담당하는] 전원개발(J-파워)은 오마 원전을 ‘40년 동안 가동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2050년대까지는 원전을 가동할 계획인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언제 있었냐는 듯 원전 정책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행진

지난 11월 11일 이런 움직임에 항의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날 집회 참가자가 10만 명에서 많게는 2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전국 1백 곳 이상에서 반원전 집회가 열렸습니다. 참가들은 국회 앞을 가득 메웠고 [집회를 방해하는] 철책과 기동대·공안경찰에 대해서도 분노했습니다. 참가자들은 6·29 집회나 7·29 집회 때처럼 국회 일대의 모든 차선을 점거할 기세였습니다. 지금도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국회 앞 집회에 최소 수천 명이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도쿄도와 경시청이 집회 사전 행진을 금지하며 탄압했습니다. 도쿄도는 행진 출발지인 히비야 공원 사용을 불허하며 행진 자체를 금지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행진 자체를 못하도록 공원 운영 방침을 8월에 개정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양심적인 언론들은 ‘표현의 자유가 유료냐’ 하며 비판했습니다. 행진 주최 측은 도쿄지법과 고등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행진을 막았습니다.

이날 히비야 공원에서는 ‘히비야 공원은 사용 중’이라며 우익 단체 1백 명이 모여 알리바이용 집회를 열었는데, 경찰과 우익이 뒤에서 협력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사람들의 분노를 샀고 이것이 11일 행동의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NAZEN은 행진이 예정된 1시부터 행진 출발지에 모여 행진 금지 탄압 규탄 집회를 열었고, 이 집회에 8백 명이 참가했습니다. 3시부터는 국회와 총리관저 앞뿐 아니라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재정성, 전원개발 본사 앞 등에서 원자력 마피아를 규탄하는 다양한 행동이 있었고, NAZEN이 개최한 집회에는 후쿠시마 여성들을 포함해 2천 명이 모였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지역 등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계승되고 있는 전통 춤인 ‘간쇼 춤’ 대열을 선두로 국회 일대를 항의하며 ‘행진’했습니다. 이 행진 대열에는 원전 사고로 희생된 소의 머리뼈를 가지고 참가한 농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우리의 투쟁은 국가한테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국가가 자신들의 잘못은 덮어두고 회피하면서도 행진조차 막아서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투쟁하고 있고, 행동할 자유를 되찾으면서 운동이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행동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권력

몇 가지 관점에서 이번 행동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국가권력과의 관계입니다. 정부와 전력회사와 재계가 합심해서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원전 재가동 정책은 이미 파탄나고 있습니다. 저들이 벌이는 안전 캠페인과 귀향 운동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가권력이 앞장서 운동을 탄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탄압에 대한 분노는 오히려 반원전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에 대한 분노가 무엇보다 큽니다. 운동 안에서는 ‘사회 기능을 마비시킬 만큼 강력한 투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식이 광범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는 ‘시민’으로서 자신을 표현해 왔던 반원전 운동의 내적 반성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사회를 멈추고 싶다면, 우리는 각각의 개인이 이 사회와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되묻고 이를 통해 ‘시민’이라는 자기 표현을 해체하고, 특히 노동자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며 노동운동으로 향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운동 내에서 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자본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국가와도 싸울 수 있습니다. 즉 계급적 노동운동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 둘째 의미입니다.

지난 11월 4일에는 국철치바동력차노동조합, 간사이 레미콘지부노동조합, 항만합동노동조합, 국철투쟁전국운동이 개최한 노동자 집회에 5천8백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렇듯 일본 운동 전체의 요구에 함께하기 위한 투쟁이 전진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번 행동이] 정부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대항하는 출발점이 됐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새로운 안전 기준을 마련해(내년 1월 예정) 원전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할 계획입니다. 재가동 대상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책임자인 도쿄전력이 운영하는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과 후쿠시마 제2 원전도 포함됩니다(올해 도쿄전력 주주총회에서 금융기관은 재가동을 조건으로 대출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또 12월 15일~17일에는 원전 재가동을 위한 절차로써 후쿠시마·고리야마에서 IAEA(국제원자력기구) 회의가 열립니다. 이것은 IAEA가 직접 후쿠시마에서 후쿠시마 안전 선언을 발표하고 IAEA 후쿠시마 사무소 개설과 방사선 오염 제거 작업을 통해 방사능 안전 신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노다 정권이 [후쿠시마 사고가 수습됐다고] 발표한 ‘수습선언’에 이은 중대한 공격입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잔해를 전국에 확산·소각하고 방사선 오염 제거 작업으로 생겨난 오염토를 전국에 퍼뜨리면서 ‘방사능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악마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후쿠시마와 전국 각 지역의 [방사선] 경계가 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 피폭을 강요하는 국가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은 어디든 차이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투쟁에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번 11일 행동은 재가동 저지를 위한 결전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후쿠시마 참사 2년을 맞는 내년 3월에는 후쿠시마와 전국·전 세계의 분노를 보여 줄 행동에 나서고자 합니다.

중의원 해산

이런 투쟁의 결과로 노다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했고 총선거를 치르게 됐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민주당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민주당이 더는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는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민주당 정권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여당인 민주당의 권위로 유지될 수 있었던 ‘렌고’[민주당을 지지하는 노조 총연맹] 어용노조 간부의 지배도 붕괴할 것입니다.

역대 자민당 정권은 1987년에 국철 분할·민영화와 외주화(비정규직화)를 축으로 국철노조와 소효[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그리고 일본사회당 해체 공격에 나서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체제 내적이긴 하지만, 노동자는 사회당이라는 형태의 계급적 결집 축을 가지고 계속돼 온 하나의 정치 체제[1955년부터 시작된 자민당 일당 체제, 이른바 ‘55년 체제’]를 무너뜨리고 분노가 소용돌이 치는 거대한 미조직 층을 낳았습니다. 고이즈미 정권은 이 분노를 ‘[낡은] 자민당 부수기’라는 형태로 자신에게 향하게 했고 이것은 결국 최종적인 ‘55년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민주당 정권의 등장은 ‘양대 정당제’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 일본의 전통적인 정치 지배의 임종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노를 축적해 온 거대한 층을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의미했습니다. 이제 [저들은] 더는 안정적 정치 지배를 실현할 수 없게 됐습니다.

총선을 둘러싸고 사분오열하는 부르주아 정치가들은 원전 반대, TPP 반대, 증세 반대 등의 거짓 주장으로 위장하거나 혹은 전면적으로 일본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등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모두 파시즘적 정계 재편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가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하면 공무원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노동자에게 모순을 전가할지를 겨루는 장이 될 것입니다. 그 중심에 규제 완화, 민영화, 외주화, 비정규직화를 통한 노동조합 파괴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헌과 핵무장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어디에도 표를 주고 싶지 않다’는 대중적 의식이 있습니다. [이번 총선은] 기성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기지 않고 민중이 자신들의 힘으로 새로운 당과 새로운 정치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민중 스스로 쟁취한 노동자 계급의 당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운동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 당을 건설한다는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핵무장

한편, 일본 정부는 고속증식로인 ‘몬쥬’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내년 12월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일본 원자력 정책의 핵심은 고속증식로입니다. 고속증식로는 초핵무기급 플루토늄 제조 장치입니다. 핵을 독점하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규제로 플루토늄을 정제하는 흑연 원자로는 세계적으로 폐지됐고 대신 경수로가 확산됐습니다. 이런 미국의 핵 독점으로 전 세계가 개발을 포기한 고속증식로에 유일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일본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 정부의 (사탕발림 격인)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압력을 가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과의 군사적 관계상 [일본의] 핵기술 후퇴를 용납할 수 없고, 둘째, ‘핵연료 주기’가 중단될 경우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이 핵무기로 전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2차세계대전 후 세계 체제의 ‘국제 경찰’ 노릇을 하며 모든 모순을 집중시켜 온 미국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몰락은 세계 지배를 위한 안보의 축으로 일본을 동원하고 중국과의 전쟁 태세를 갖추는 입장을 더욱 강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제3차] ‘아미티지 보고서’에는 이런 미국의 초조함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일본 재계가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내부적으로 논쟁해 온 문제, 즉 ‘미일안보 강화’냐 ‘반미적 안보 파기와 핵무장’이냐를 둘러싼 저들의 노선 싸움은 어느 쪽도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한 채 정치인들의 사분오열을 낳고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노동자의 단결과 행동만이 희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분노도 미군 병사의 폭행 사건을 계기로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12월 23일에는 후텐마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립니다. 며칠 전 후쿠시마에는 스스로 생명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만든 ‘후쿠시마 공동진료소’가 드디어 개소했습니다. 이곳은 앞으로 후쿠시마가 생존하기 위한 투쟁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대공황은 자본주의 체제의 종말을 고하고 있으며 일본의 반원전 운동은 전 세계에서 분출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전진한 일본의 운동을 한국 동지들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원칙적인 투쟁을 이어가겠습니다. 다함께 투쟁!

번역 최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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