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대란’은 부실한 보육정책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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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짜리 아이까지 추첨과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 주는 ‘유치원 대란’은 정부의 보육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잘 보여 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존의 선착순으로 인한 밤샘 줄서기, 재원생 학부모 추천제로 인한 금품거래 의혹 등 부작용을 없애고자 내년도 유치원 원아 모집 방식을 공개 추첨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시설 부족으로 인한 중복지원과 유치원의 추첨일 담합으로 많은 아이들이 추첨에서 떨어지고 당장 새 학기부터 오갈 데가 없어 학부모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모든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공립유치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공립유치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또 보육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시설은 이윤추구를 우선시한다. 그래서 정부가 누리과정 보육료를 월 22만 원 지원해 주지만, 대부분의 유치원이 특별활동비 등 기타 부대비용으로 많게는 몇 십만 원씩 부모에게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이 돈이라도 내지 않으면 당장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고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그동안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 떠넘겨졌던 보육의 사회화 요구가 커지면서 이명박 정부가 2012년에 ‘무상보육’을 시행했다. 그러나 보육에 대한 철학과 준비 없이 시행된 ‘MB식 무상보육’은 학부모와 아동에게 혼란과 피해를 주는 ‘보육대란’을 초래했다.
이제 공은 다음 정권에 넘겨졌다. 지금 대선 후보들 모두 0~5세 무상보육과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약속 이행과 현실성이다. 당장 예산문제로 내년 무상보육은 중단위기에 처해 있다. 차기 정부는 보육에 대한 가치관을 분명히 하고 충분한 재정지원으로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전면 무상보육, 국공립시설 대폭 확충, 보육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아동수당 도입, 특별활동비 0원으로 아이 키울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출산 파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