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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최근 쟁점들

아직 교사의 월급은 호봉을 기준으로 하지만, 정부는 올해 상여금을 ‘성과’별로 차등 지급하려 했다. 비록 잠시 유보됐으나 정부의 시도는 정부가 장차 봉급까지 성과별 차등 지급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월 22일 아침 MBC라디오 프로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한 중앙인사위원장은 교직에도 경쟁 체제가 도입돼야 하며 현재 중앙부처 국장급도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교사 상여금은 연봉제와 계약제로 가기 위한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상여금의 교육부식 명칭인 “성과 상여금”은 전년도 ‘근무실적 및 근무수행능력’과 ‘특별근무성적’을 점수로 평가하여 일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다. 전체 교사의 최상위 10퍼센트(S등급)에게는 26호봉 임금의 150퍼센트(실제 액수는 약 150만 원)를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다음 순위 20퍼센트(A등급)에게는 100퍼센트의 상여금을, 다음 순위 40퍼센트(B등급)에게는 50퍼센트의 상여금을 지급하며, 나머지 최하위 30퍼센트(C등급)의 교사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올해는 상여금을 미끼로 교사들을 업무 실적에 따라 1등에서 꼴찌까지 줄세워 보고, 그것이 부작용 없이 수용된다면 봉급도 업무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연봉제를 도입할 것이다.

교사도 성적순?

사용자가 ‘성과급’ 임금 체계를 도입할 때는 두 가지 불순한 의도를 가진다. 하나는 노동자를 분열시키는 것이다. 성과급 연봉제가 도입되면 사용자와 개별 노동자 간에 일대일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결하기가 조금 어려워진다. 개인별 업무 실적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면, 각 개인 노동자는 다른 동료의 일에 비협조적이 되기 쉬우며, 자신의 것만 챙기는 경향이 있게 된다. 임금이 얼마냐에 따라 인간이 평가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연봉을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연봉 계약서 내에는 대개 ‘자신의 연봉을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연봉제로 임금을 받는 운동 선수들과 연예인들이 더 많은 분열을 겪고 있음은 최근의 ‘선수협’ 사건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노동강도 강화다. 노동자들은 바로 옆에 있는 동료와 실적 경쟁을 해야 한다. 실적이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순위에서 밀리고, 연봉이 떨어지고,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휴식 시간엔 화장실로 돌진하고, 한잔의 커피를 낚아채야’ 하는 처지에 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급’ 도입을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성과급의 전 단계로 제시된 ‘성과 상여금’도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더러운 돈이니 받지 말자!‘는 소박한 입장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많은 노동자들은 항상 생계 유지를 걱정하며 한 푼의 돈이 아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봉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 백여만 원의 돈은 그 뒤의 불순한 의도를 뻔히 안다 할지라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그래서 많은 학교에서는 ‘우선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받아서 똑같이 나누자!‘는 실용주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올바른 방식이 되지는 못한다. ‘우선 받기’ 위해서는 진짜든 가짜든 교사들의 서열을 매겨서 상급 단위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들의 힘이 약한 학교에서는 ‘똑같이 나누지’ 못하고 교육부(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대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전술은 전교조의 전국 지도부가 교섭안을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단일한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성과 상여금’ 반대 투쟁은 ‘학교별로 각개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학교는 거부하고, 어떤 학교는 나눠 갖고, 어떤 학교는 교육부 지침대로 시행하고 있다. 각 학교별로 다르게 처리할 것이라면 산별노조 설립의 의의가 훼손될 수 있다.

학교별 분열은 패배를 부를 수도 있다. 각 학교에서 반대와 거부를 조직하고 있는 분회장과 활동가들은 ‘거부하다가 우리 학교만 못 받으면, 네가 책임질 거냐?‘는 공격을 받고 있다. 지도부는 단위 학교 분회장과 활동가들을 방어해 줘야만 한다. 지도부가 공동 교섭안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단일한 행동을 해야 한다. 책임이 단위 학교 분회장, 활동가에게 떠넘겨져서는 안 된다.

전교조 중앙 지도부의 대안적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 전교조 중앙 지도부는 ‘성과 상여금 반대’ 서명을 조직했지만 대안적 요구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지도부가 제시한 대안적 요구는 상여금을 위한 예산을 단체교섭에서 이미 합의한 ‘초과수당 지급, 보전수당 지급’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임금 인상은 단체 교섭에서 상여금과는 별도로 다루어야 할 항목이다. 그러므로 상여금을 위한 예산으로 초과수당·보전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은 교육부의 재정 부담을 덜어 주는 후퇴한 입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업무 실적에 따른 순위 매기기다. 그러므로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지 말고 균등 지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약간의 한계는 있었지만, 몇몇 지역 지부는 ‘성과 상여금 반납 결의자’를 조직했고, 이는 ‘성과 상여금 지급 유보’라는 교육부의 유보를 얻어 냈다. 전교조가 더 올바른 전술로 싸운다면 유보가 아닌 양보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여성 할당제

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전국 대의원의 50퍼센트 이상, 중앙위원의 50퍼센트 이상, 임원의 50퍼센트 이상을 여성으로 선출한다는 조항을 규약에 신설하자는 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서 일부 조합원들은 ‘현실론’을 근거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조합 임원에 여성이 적은 것은 조합이 여성 진출을 억압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 조합원 개인의 역량과 사회적 처지 때문이므로 여성 할당제를 강제 조항으로 만들면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임원을 하게 되거나 공석으로 남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각 지회의 집행부 인선에서 적당한 사람이 없어 곤란을 겪어 본 활동가들이 제기하는 문제다.(전교조의 조직 체계는 전국 본부, 시도 지부, 지역 지회(예컨대 강남 지회), 학교별 분회다.)

그러나 진보적인 단체들에서는 이미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교조는 조합원의 60∼70퍼센트가 여성 조합원이기 때문에 여성 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에 대해 할당량을 지정하는 것은 비민주적이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비뚤어진 현실을 바로잡을 때는 과감하게 ‘막대기를 구부려야’ 한다. 남성 중심으로 치우쳤던 관행을 교정하기 위해 여성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 가정, 매스컴, 학교 등 사회 곳곳에서 여성 차별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또 부추겨지는 사회에서는 성차별에 의식적으로 도전해야 대부분 사람들의 보수적 성차별 관념에 도전할 수 있다. 전교조 역시 조합 내부에 체계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경향은 없다 하더라도 전체 사회의 경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많은 여성 조합원들이 ‘분위기’ 때문에 앞에 나서 말하기를 꺼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의 말에 권위가 잘 안 선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교조는 여성에 대한 수동적 관점에 의식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여성할당제 등 여성의 진출과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다만, 현실에서 여성 조합원들이 임원으로서의 자질이 아직 비교적 부족하다면 교육 프로그램을 보강해야 한다. 여성 할당제 실시와 함께 여성 활동가 연수를 좀더 폭넓고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여성할당제는 통과되었으나, 아쉽게도 할당 비율은 결정되지 않고 중앙위원회에 위임됐다.

현장 노조 조직인 지회·분회의 활동가들에게는 여성할당제가 손쉽게 받아들일 만한 것이 아니다. 가사와 육아에 시달리는 여교사들이 대부분 업무시간 이후에 이루어지는 조합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교사조차 업무 시간 이후의 조합 활동은 부담이기 때문에 지회에서 집행부를 구성하려면 ‘사람’을 찾아서 학교를 구석구석 뒤져야 하며, ‘삼고초려’해야 겨우 팀을 짤 수가 있다. 그래서 ‘여성할당제’는 지회의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여성 할당제라는 안건을 들었을 때는, ‘우리가 언제 여성 조합원의 진출을 막았나? 사람이 없어서 못 쓰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반대한 사람들이 적잖이 있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성차별’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현실론’에만 충실하면 문제 제기의 기회조차 못 갖게 될 수 있다. 지회 차원에서 지역 활동가들의 도움을 얻어 공동 탁아소(늦은 시각까지 운영하는) 운영을 한다든지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취적인 실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