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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보며:
우리 편의 양보로 저들의 양보를 설득할 순 없다

 이 글은 5월 18일에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표한 논평이다.

홍준표가 한 달간 ‘대화’를 하겠다며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미룬 지 20여 일이 지났다.

그러나 진지한 대화는커녕 추가로 희망퇴직자를 받고 “폐업도 정상화 방안의 하나”라며 노동자들에게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홍준표는 오는 5월 23일로 예정된 도의회에서도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이 자의 폭주를 막아내고 진주의료원 폐업을 중단시켜야 한다.

지난 세 달 동안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에 대한 지지는 꾸준히 확산돼 왔다. 진주의료원 폐쇄가 쥐꼬리만한 이 나라의 복지를 더욱 후퇴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민영화(사영화)·시장화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와 반감 때문이다. 여기에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의 완강한 저항이 투쟁의 구심 구실을 하며 폐업 반대 운동은 전국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더해 최근 윤창중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가 깊어지는 등 지금 투쟁을 둘러싼 상황은 우리 편에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광범한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단호하게 싸우며 연대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투쟁을 이끌어 온 보건의료노조 지도부가 최근 내놓은 정상화 방안을 보면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가 제시한 정상화 방안은 인력과 병원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현재 3백25개인 병상을 2백 개로 축소하고 진료과도 13개에서 11개로 줄인다. 2백23명인 직원 수를 1백34명으로 대폭 줄이고 토요일에는 무급으로 일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적자를 기록하던 진주의료원은 연간 2억 3천만 원의 흑자경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흑자 경영이 아니라 의료 공공성이 우선이다

그러나, 첫째, ‘수익성’ 논리를 수용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후퇴다. 그동안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운동은 공공병원의 적자가 ‘착한 적자’라고 주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한다.

둘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3분의 1이나 줄이고 토요 무급 근무를 도입하는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은 병원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인력 감축과 노동 강도 강화는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동시에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셋째, 노인요양병상 40개를 포함해 무려 1백25개의 병상을 축소하는 것은 마치 작은 공공 병원 하나를 통째로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다. 전체 의료 기관의 10퍼센트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아마도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우리 측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홍준표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양보안을 내놓았을 것이다. 병원을 떠난 환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홍준표의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에 큰 압력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양보안은 정작 홍준표의 태도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하면서 우리 진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수익성 논리를 수용하면 의료 공공성이라는 우리 편의 대의에 균열을 낼 수 있고, 이는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산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노동자 구조조정은 투쟁의 구심 구실을 해 온 노동자들의 투지와 자신감을 떨어뜨릴 것이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런 ‘정상화’ 방안이 교섭 “전술”이라고 주장 한다. 그러나 이런 ‘전술’은 홍준표를 속이지는 못하면서 우리 편만 속이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수십 명의 희망퇴직 신청서를 들고 가도 ‘전원 사표 써라’ 하고, 구조조정을 수용한다고 해도 “늦었다” 하며 밀어붙이는 홍준표의 태도가 보여 주듯이, 우리가 한 발 물러서는 듯하면 오히려 저들은 더 기세등등해져 우리에게 고통전담을 강요할 뿐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이 견고하게 전열을 유지하고 진주의료원을 지켜내려면 공공의료 강화·확대를 요구하며 연대를 확산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되풀이 해 강조했듯이 이 투쟁은 진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또한, 이 투쟁의 성패는 지금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전체 노동자 투쟁의 전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편의 사기를 북돋고, 단결을 드높이며, 투쟁을 전진시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양보안은 이렇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3년 5월 18일

노동자연대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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