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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유신팔이 소년의 재림?

김기춘 아저씨의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에 시끌시끌하다. 이 아저씨가 거제 출신이고,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 했던 거 안다. 그래도 뭐라 ‘태클’걸 마음은 없다. 원래 대통령 비서실장이야 코드인사가 당연한 거니까.

김기춘 임명이 문제인 까닭은 코드인사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그는 대놓고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법무장관이 직접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던, 그리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명언을 남긴 1992년 부산초원복집사건의 당사자다. 그리고 2004년 탄핵 정국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현직 대통령을 직접 기소하는 담대함을 보인 양반이기도 하다.

이때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에 게거품을 무셨다. 신기하다. 자신이 1992년 법무장관으로서 선거에 개입했던 건 기억상실증으로 잊어버리시고, 2004년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질타하는 능수능란함이란! (초원복집사건 판결에서 결국 그는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그후 김영삼의 총애를 받아 1996년부터 3선 국회의원을 했다.)

결정적으로 김기춘 아저씨가 정말 난감한 건 1970년대 행적 때문이다. 이 아저씨는 유신헌법을 만들 때 검사로서 실무를 맡았다. 1973년 〈경향신문〉에는 그가 유신헌법 등 비상국무회의 법률개정작업의 공로로 “특진케이스”라고 나온다. 이 아저씨는 “특진”으로 무려 “법무부 인권옹호과장”이 됐다!

1973년도 법무부 인권옹호과장이었다니 진심으로 묻고 싶다. 당시 인권침해 사례야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해 5월의 경범죄처벌법에 의한 장발족 집중단속, 8월 김대중 피랍사건과 동백림사건, 연말의 유신헌법 개헌서명운동 탄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이다.

이 아저씨 경력이 또 재미있으신 게, 법무부 인권옹호과장 겸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이었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이건희가 노동부 장관을 맡고, 남양유업 회장이 공정거래위원장을 하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인사다!

악랄한 유신헌법 제정의 실무를 맡았고, 이에 대한 보은인사로 대공부장까지 올라 1970년대 내내 대공사건을 맡았던 아저씨가 40년이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다고 한다. 이건 코드인사가 아니라 박정희 키드, “유신팔이 소년의 재림”이다. “우리가 남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