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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노동자 주머니 털어 재벌 퍼주는’ 세제 개편

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가 8월 14일(수) 범국민 촛불대회에 맞춰 발행한 리플릿의 일부다. 〈레프트21〉은 이 리플릿의 글들을 2개의 기사로 나눠 싣는다. 이 글이 두 번째다.

박근혜가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자,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13일 ‘증세 기준을 연간소득 3천4백50만 원에서 5천5백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것은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긴 하지만 ‘노동자 증세’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증세 대상 노동자 수만 4백34만 명에서 2백1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노동자 유리지갑에서 돈을 훔쳐 가려다가 들키니까, 쥐었던 돈 일부만 도로 집어넣은 격이다.

반면, 재벌과 1퍼센트 부자들의 강철 금고는 여전히 건드리지 않고 있다. 이런 방향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 이번 세제 개편안의 정신”이라는 청와대 경제수석 조원동의 말에서 이미 드러났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3 세법개정안’ 해설 문서도 “소득·소비 과세 비중을 높이고, 법인·재산 과세는 성장 친화적으로 조정”하며 “과세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과세 기반 확대’는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말이고, ‘성장 친화적 조세’란 결국 기업과 부자 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말이다.

조세 저항?

결국 ‘증세 없이 복지 늘린다’는 박근혜의 허풍은 ‘노동자 증세로 부자 감세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므로 자유주의 언론이나 진보진영의 일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기본적인 방향은 옳다’거나, ‘세금폭탄 운운하며 조세 저항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동자들의 ‘조세 저항’은 완전히 정당하다. 정부는 노동자 ‘유리지갑’에서 필요할 때마다 맘대로 꺼내 써 왔다. 반면, 지난 10여 년 동안 법인세 등 부자 감세는 계속돼 왔다.

“2000년 대비해 2011년 법인가처분소득은 5백33퍼센트 늘었는데, 법인세 부담은 겨우 1백51퍼센트만 늘렸다. 반면 같은 시기 개인가처분소득은 86퍼센트 늘었는데, 소득세는 142퍼센트로 소득에 비해 대폭 늘렸다.”(선대인 경제연구소)

이렇게 걷은 돈은 4대강 같은 곳에 버려지거나 1퍼센트 특권 세력을 위해 펑펑 쓰여졌다. 정부는 7월에도 총 6조 원이 넘는 기업 지원책을 내놨다. 국정원의 일베충 댓글 알바에 수십억 원을 썼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증세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재벌·부자에게 세금, 노동자·민중에게 복지’가 답이다

진보진영 일부의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노동자도 증세를 받아들여서 복지를 늘리자’는 주장은 잘못된 전제에 바탕해 있다. 노동자가 증세를 수용하면 재벌과 부자 들도 증세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양보한다고 재벌 부자들이 양보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주류 정당들과 고위 관료들은 오히려 부자 감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도 세금 더 내자’고 할 때가 아니다. 거대한 대중투쟁으로 재벌 부자 증세와 노동자 복지 확대를 쟁취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스웨덴 등 잘 정비된 복지국가는 거대한 노동자 투쟁이 소수 특권층을 압박했을 때 세워졌다.

지금은 더 나은 처지의 노동자가 양보하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 소수 특권층의 탐욕에 맞서 단결할 때다.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와 노동자 증세 반대같은 요구를 내걸어야 이런 단결을 이룰 수 있다.

‘부자 증세만으로는 복지 확대 비용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안 맞다. 이건희의 상속세 탈세만 제대로 처벌했어도 2조 원 넘는 돈을 걷을 수 있었다. 범죄자 전두환의 불법 정치자금은 징수는커녕 더 천문학적인 부를 늘리는 종자돈으로 사용돼 왔다.

조세도피처에 숨겨진 한국 돈이 9백조 원이 넘는다. 국세청이 뇌물 받고 깎아 준 재벌 세금도 어마어마하다. 노동자들이 뭉쳐서 이런 돈으로 복지를 늘리라고 싸우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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