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와 제천영유아원 아이들의 연대:
“우리는 오늘 희망을 봤습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10월 20일 화물연대 충강지부제천지회는 제천 홍광초등학교에서 지역의 화물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체육대회를 열었다. 다가오는 10월 26일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 대회를 앞두고 지역의 화물노동자들과 노동조합원들 간의 친목과 결의를 높이기 위해 열린 체육대회였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체육대회에 조합원도 아니고, 화물노동자도 아닌 제천 복지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초청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재 부모님들과 함께 살 수 없는 처지라서 이 시설에 영유아 때부터 살아 온 아이들이다.
이들은 최근 ‘제2의 제천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문제의 시설인 제천영육아원 소속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삶이란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려니 하고 체념하며 살아 왔다. 그러다가 지난 5월2일 국가인권위의 인권침해 실태 보고와 각 언론들의 고발 취재 과정을 통해 본인들이 인권유린과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설의 원장과 운영진에 저항하며 투쟁하고 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지역의 노동자들(민주노총)과 시민단체는 아이들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서로 신뢰와 유대를 쌓게 됐다. 그러던 중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정식으로 체육대회에 초청하여 함께하게 된 것이다.
상처를 입어본 사람이 상처 입은 이들과 소통할 줄 안다.
아이들은 현재 지역 정책 당국의 불성실하고 성의 없는 대처 속에 시설 원장 등 학대 주범들과 계속 동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심지어는 시설 후원회원들의 편견 속에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왕따’를 겪고 있었다.
가장 연약한 이들이 ‘공동체’의 편견과 외면 속에 지속적으로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여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기쁨과 환호
화물노동자들도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자신이 모는 화물차에 붙은 번호판조차 마음대로 달지도 못하며 살아 왔다. 10년 전 수준으로 고정되어 있는 운임 체계 속에서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표를 달고 고통받아 왔다.
이번 체육대회는 화물노동자들이 비슷한 아픔으로 몸부림치고 있는 아이들을 초청해 함께 웃고 달리고 먹으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인 것이다.
화물연대는 10월 26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기본권 보장, 산재보험 전면 적용, 표준운임제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총력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처럼 침묵과 굴종을 강요당해 온 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또 다른 약자들을 품어주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철저하게 무능하고 적대적이기까지 한 국가기구 관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을 느낀다.
행사 내내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자유와 행복을 만끽했다. 행사 끝에 화물연대 지역 지회장들과 지부장이 결의를 다지는 인사를 할 때 아이들은 큰소리로 환호하며 힘을 다해 박수쳤다. 원장, 사무국장, 학생부장, 시청 관련 공무원 등 둘러싼 모든 어른들에 대해 불신과 적대감을 보이던 아이들이 어른들의 연설에 이렇게 집중하고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 최기호 지부장은 “내가 오늘 본 것이 우리 화물연대와 노동자들의 희망이 맞습니까?” 하고 외쳤다. 제천영유아원 아이들은 큰소리로 “네!” 하고 소리쳤다.
노동자의 해방 투쟁이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