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병간호를 하며 경험한 병원의 이윤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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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최근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으셔서 병간호를 하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교대하며 병간호를 하는데도, 교대 후 집에 돌아가면 몸이 녹초가 된다. 우리 아버지야 짧은 기간 동안만 입원하시니 나와 어머니가 조금만 버티면 되지만, 장기 입원 환자들은 많은 돈을 내고 전문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으면 정말 막막하겠다 싶었다. 진주의료원 폐쇄 반대 투쟁 때 그 곳의 간호사들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보호자 없는 병실’이 떠올랐다.
나와 어머니도 이렇게 힘든데, 종일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어떨까 싶다. 담당 간호사들은 근무 시간이 무척 길어 보였다. 근무 시간과 날짜가 정해져 있어 교대를 하지만, 한 간호사를 여러 번 보는 일이 흔했다. 게다가 간호사를 자주 보기도 힘들었다. 얼마나 바쁜지 짐작이 갔다.
비싼 의료비도 걱정거리다. 암은 95퍼센트가 건강보험에서 보장이 되는데도, 8백만 원이 넘게 나왔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2인실 병실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입원 기간이 짧아 그 돈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이 수술 비용이었다. 가입한 사보험으로도 전부 보장되지는 않아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사보험을 들어 놓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등골이 서늘했다. 박근혜의 ‘4대 중증질환 1백 퍼센트 보장’ 대선 공약이 생각났다. 사보험 광고 뺨칠 정도로 기만적이었지만, 그마저도 ‘먹튀’하려는 그 공약 말이다.
먹튀
아버지는 임시로 장루 주머니를 달고 계신데, 이 주머니를 한 주에 한 번 꼴로 갈아줘야 한다. 그런데 장루 관리법 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는 장루 주머니를 판매하는 회사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교육을 받으라고 한다.
게다가 한 번은 장루 주머니가 제대로 부착되지 않았는지 배설물이 새어나온 적이 있었다. 주머니 교체하는 방법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간호사를 불렀는데, 간호사들마저 주머니를 교체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교육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방법을 아는 간호사는 한 명뿐이라 바쁜 건지 오지도 않았다. 결국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어머니와 내가 얼핏 들었던 내용대로 간호사에게 방법을 알려줘 가며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장루 주머니 판매 직원에게 교육받으라고 간호사들에게 교체 방법조차 알려주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병원이 이윤 논리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영국의 무상의료가 환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내몬다고 무상의료를 공격한 〈조선일보〉의 논설위원에게 묻고 싶다. 영국의 그런 참상은 무상의료 때문이 아니라 영국 의료에도 이윤 논리가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었지만, 한국 의료는 이미 그런 이윤 논리가 침투할 대로 침투해서 엉망이 아니냐고.
아버지의 병이 나으시길 바라는 데만 신경을 집중하고 싶다. 이윤 논리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에 중심을 둔 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