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마르크스주의 - 현장조합원 조직은 노동조합에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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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마르크스주의
현장조합원 조직은 노동조합에서 매우 중요하다
콜린 바커
노동조합은 노동계급이 초창기부터 발전시켜 온 가장 오래된 조직 형태다.
노동조합은 경쟁적인 “노동시장”과 작업장 내 고용주의 권력이라는 이중의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서로 연대해야 할 필요성에서 비롯한다.
한때 노동조합이 이른바 “육체” 노동자에 국한됐던 곳에서도 지난 50년 동안 “화이트칼라” 노조가 크게 성장했다.
노동조합은 태생적으로 모순적인 기구이다. 노동조합은 고용주에 맞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자본주의라는 틀 안에서 그렇게 한다.
노동조합은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지만, 고용주들과 협상을 통해 그렇게 하면서 고용주들의 “권리”를 인정한다.
노동조합은 자본과 벌이는 전투의 선두에 서 있는 조직이지만,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경쟁이 존재한다.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노조 활동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려 한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주의 활동의 두 가지 형태를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투사들과 함께 선거연합을 결성해 공직 선거에 출마한 좌파 후보들을 지지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그런 연합을 흔히 “범(汎)좌파(Broad Lefts)”라고 부른다.
노조 내의 광범한 연합은 정치 쟁점을 바탕으로 건설될 수도 있다. 전쟁저지연합(Stop the War Coalition)이나, 난민을 방어하거나, 인종차별·여성차별·동성애혐오에 반대하는 적극적 정책들을 발전시키는 활동 등이 그런 것들이다.
범좌파
지난 몇 년 동안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됐다. 정당에 기부금을 제공하던 노조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 돈을 노동당에만 기부했다.
지금 노동당의 정책에 대한 분노와 환멸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이 노조의 정치 기금을 민주화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좌파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것, 좌파 운동과 정당 들을 지지하는 투표 행위는 노조원들의 전투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공식 노조 기구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조 간부나 노조 정책이 아무리 좌파적일지라도 독립적인 현장조합원 조직의 필요성이 노조 안팎에서는 곧잘 제기된다.
노조 상근 간부는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들은 여러 국면과 시기 동안 조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사무” 능력, 일상적·정례적 활동이다. 여기서 또 보수성이 싹트게 된다.
상근 간부들은 작업장을 벗어나고, 흔히 조합원들보다 더 많은 임금과 더 나은 근로조건을 누린다.
대다수 평범한 조합원들과 노조의 관계는 이보다 더 불연속적이다. 일상적인 스트레스―파김치가 되는 출퇴근길, 직장에서 느끼는 좌절감, 쥐꼬리만한 임금으로 생활하기, 엄청난 피로감―때문에 그들은 노조에 관심을 쏟기 힘들다.
그러나 다른 때는 노동조합은 뭔가 활기차고 관심을 끄는 존재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의 존재 의의는 때때로 단체 행동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파업에 필요한 일정한 헌신성은 노동조합의 의미를 바꿔놓는다. 노조에 무관심한 듯했던 사람들이 변한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각오,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에 요구하는 지지와 연대, 둘 다의 측면에서 변화를 겪는다.
직접적인 투쟁에서 간부들의 보수성은 승리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승리하려면 과감하고 주도적이어야 하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필수적인 헌신성과 상상력은, 어제까지만 해도 “무관심”한 듯했던 바로 그 평범한 조합원들 사이에서 발견된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조직 형태는 “일상적” 시기에 필요한 조직 형태와 사뭇 다르다.
독자적
현장조합원 조직은 노동조합의 대안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클라이드 노동자위원회는 이 점을 잘 표현했다.
“우리는 상근 간부들이 노동자들을 올바르게 대변하는 한 그들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면 직접 우리가 행동에 나설 것이다.”
이른바 비공인 투쟁은 노동계급 투쟁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근로조건과 노동조합 조직을 방어하는 데서도 그것은 아주 중요하다. 심지어 “공인” 파업에서조차도 상근 간부들과 별개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결정적 구실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현장조합원 조직은 작업장에 확실하게 뿌리내린 채 조합원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독자 행동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노조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현장조합원 조직은 단지 노조 선거나 총회 방침이 아니라 독자적인 집단 행동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범좌파”와 다르다.
정해진 공식은 없다. 직장위원회(Shop stewards’ committee)와 소집자들이 [현장조합원 조직의] 주축일 때도 있고, 이들이 오히려 보수주의의 원천일 때도 있다.
모든 노동계급 투쟁에서처럼 정치와 경제 사이에 만리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조합원 조직의 부활은 “노사관계의” 전투성 고양에서 비롯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급진화에서 비롯할 수도 있다. 결국 이것들 사이의 상호작용 정도가 현장조합원 조직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좌우할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현장조합원 조직은 혁명적 정치를 가진 투사들의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